모델보다 문제 해결력…업스테이지가 빅테크와 싸우는 법[테크체인저]

/생성형 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사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 모델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김자현 업스테이지 파트너사업 부문대표가 이달 18일 영림원소프트랩이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한 '2026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솔루션 콘퍼런스(EBSC)'에서 발표를 마친 뒤 진행된 블로터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빅테크가 에이전틱 AI(자율형 인공지능) 시장에 본격 진입한 가운데 업스테이지는 모델 성능 대신 '고객 문제 해결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파트너 생태계로 시장 넓히기

업스테이지는 법률·의료·미디어 같은 특정 산업 분야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해당 분야 전문 기업들이 AI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급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법률 분야에서는 로앤컴퍼니와 손을 잡았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전자의무기록(EMR·병원 디지털 의료 기록 시스템) 1위 기업 이지케어텍과 협력해 국가과제를 수주했다. 미디어 분야는 조선일보를 통해 접근 중이다. 금융은 업스테이지가 직접 사업을 영위하는 유일한 분야다.

업스테이지는 삼성SDS와도 협력했다. 에이전틱 AI가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솔루션이 사라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삼성SDS의 RPA와 업스테이지 솔루션이 결합해 오히려 더 고도화된 자동화 서비스로 진화했다. AI가 기존 솔루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영역으로의 확장도 같은 맥락이다. 업스테이지는 올해 5월 포털 다음 운영사 AXZ를 카카오로부터 인수하며 처음으로 대규모 소비자 접점을 확보했다. 김 부문대표는 "검색이나 포털이 가진 문법이 바뀔 수 있다"며 다음을 AI 기반 플랫폼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음이 보유한 카페 등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의 사용자 트래픽 자체를 B2C 진입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자현 업스테이지 파트너사업 부문대표가 이달 18일 영림원소프트랩이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한 '2026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솔루션 콘퍼런스(EBSC)'의 전시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세일즈포스·MS도 한국 고객 실정은 모른다

업스테이지가 이처럼 파트너 중심 전략을 택한 배경에는 빅테크의 명확한 한계가 있다. 세일즈포스는 글로벌 AI 정책을 그대로 제품에 반영하다 보니 한국 기업의 실제 업무 환경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MS와 구글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현장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기술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업스테이지는 계약서·영수증·보험 청구서 등 기업 내부에서 쌓이는 비정형 문서(정해진 형식이 없는 문서)를 자동으로 읽고 처리하는 영역에 집중해왔다.

김자현 업스테이지 파트너사업 부문대표가 이달 18일 영림원소프트랩이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한 '2026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솔루션 콘퍼런스(EBSC)'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기술력도 뒷받침된다.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 솔라 프로2는 글로벌 AI 분석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지능 지표 평가 대상 LLM에 한국 최초로 등재됐다. 리사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했을 때 공식 회동 상대로 업스테이지를 택한 것도 이 같은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이 인정한 신호로 풀이된다.

김 부문대표는 "단순히 모델 성능을 비교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누가 더 잘 해결하느냐가 앞으로의 경쟁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업스테이지는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증권·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데 이어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 UBS를 추가했다. 기업간거래(B2B) 파트너 생태계와 B2C 포털을 동시에 키우는 전략이 상장 이후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박현준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