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이 군대를 다녀왔다면, 혹은 지금 복무 중이라면 K2 소총은 그야말로 손에 익은 존재일 것입니다.
입대 첫날부터 전역하는 날까지 밥먹듯 분해하고 결합했던 그 총입니다. 그런데 이 K2 소총이 처음 양산된 게 1985년, 올해로 무려 41년째입니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 소련이 아직 무너지기 전에 만들어진 총이 지금도 130만 장병의 손에 들려 있다는 뜻이죠.
군 당국이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K2를 대체할 '한국형 소총-Ⅱ' 사업을 공식 추진하기로 하고, 2028년 사업 개시를 목표로 기본 전략 수립에 나섰습니다.
40년 묵은 개인화기 교체라는 거대한 과제가 마침내 첫발을 내딛은 것입니다.
과연 이번엔 제대로 될 수 있을까요?
K2 소총,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총인가
K2 소총의 탄생 배경을 알면 이 총이 왜 오래 사랑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1975년,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한국이 M16을 면허 생산하던 국방부 조병창 건물에서 조용히 새 총기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서방의 M16과 공산권의 AK47, 두 총의 장점만 뽑아 합치자는 것이었죠.

7년간의 개발과 시험을 거쳐 1985년 드디어 양산이 시작됐습니다.
K2는 M16보다 총신이 짧아 다루기 편하고, AK 계열보다 가벼우며, 반동도 작아 연속 사격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유효사거리는 600m로, AK 계열의 350m, M16 계열의 550m를 모두 앞서는 수준이었습니다.
분당 700~900발을 사격할 수 있는 화력도 당시 기준으로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치였습니다.
2012년에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대대적인 개량이 이루어졌습니다.
레이저 표적지시기나 야간투시경 같은 각종 장비를 부착할 수 있는 레일을 추가하고, 개머리판을 5단계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든 'K2C1'이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외형은 현대적으로 바뀌었지만, 유효사거리나 연사 속도 같은 핵심 성능은 기존 K2와 동일했습니다.
41년을 버텼지만, 한계는 분명합니다
아무리 명총이라도 41년이면 시대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K2와 K2C1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문제는 오른손잡이 중심의 설계입니다.
장전 손잡이와 탄창 탈착 버튼이 오른쪽에 몰려 있고, 조종간(단발·연발·안전 등을 선택하는 장치)은 왼쪽에만 달려 있습니다.
왼손잡이 병사에게는 구조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M4 계열 소총처럼 양쪽에 조종간이 달려 엄지손가락만으로 조작 가능한 설계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죠.

오염에 취약하다는 점도 오랫동안 지적받아온 문제입니다.
산악 지형에서 훈련하다 보면 흙먼지나 진흙이 총에 유입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런 환경에서 K2의 내구성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군 소식통이 "흙탕물에 완전히 빠지더라도 정상 작동되는 수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한국형 소총-Ⅱ', 무엇을 목표로 하나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한국형 소총-Ⅱ 사업의 핵심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내구성, 둘째는 경량화, 셋째는 좌우 양용 설계입니다.
특히 내구성은 업계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입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작동 불량 없이 버텨내는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차기 소총의 첫 번째 과제인 것이죠.
총열의 강성도 중요한 개선 과제로 꼽힙니다.
총기의 전투력은 총열이 좌우한다는 점에서, 국내 소재 기술과 제조 공법이 상당히 성장한 지금은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총열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구경 문제도 논의 대상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더 큰 구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K2와 동일한 5.56㎜ 구경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나토 표준 탄약과의 호환성 등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방사청은 국내외 업체 제품을 '구매'할지, 아니면 국산 신형 화기를 새로 만드는 '연구개발' 방식을 택할지 검토 중입니다.
초도 사업 규모는 5000억원, 총사업비는 2조원 규모가 예상되며, 올해 안에 기본 전략을 확정해 2028년 본격 사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K5 권총도 함께 교체… 과거의 실패가 발목 잡을까
이번 사업은 소총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방사청은 1989년부터 전력화된 K5 권총을 대체하는 신형 권총 사업도 소총 사업과 같은 시점에 병행 추진할 계획입니다.
K5 권총은 SNT모티브의 전신인 대우정밀공업이 1984년 개발을 시작한 기종으로, 이 역시 40년 가까이 된 노후 장비입니다. 신형 권총의 초도 물량은 30억원 규모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번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장밋빛은 아닙니다. 과거 총기 도입 사업에서 반복된 실패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 야심차게 추진했던 K11 복합소총은 총강 내 폭발 등 잇따른 결함으로 결국 2018년 전력화 중단이 선언됐습니다.
K2C1도 5만9000정 도입 계획과 달리 1만여정에서 사업이 멈췄고, 2016년 시작된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은 선정된 업체의 군사기밀 유출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습니다.
이 기관단총 사업은 지난해 2월에야 다시 공고가 나면서 재개됐으며, 현재 SNT모티브와 다산기공 두 업체의 제품에 대한 시험 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
방산업계와 군사 전문가들이 이번 한국형 소총-Ⅱ 사업의 성공을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한국의 총기 분야가 국제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고, 그 원인이 기술 부족이 아니라 사업관리의 실패였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K2 소총이 40년 전 당시의 최선이었다면, 한국형 소총-Ⅱ는 지금 이 시대의 최선이 되어야 합니다.
2028년이라는 목표가 공허한 계획표로 끝나지 않으려면,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는 사업 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130만 장병의 손에 들릴 새 총,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모습으로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