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수수료 정책이 여야 국회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특히 2021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법을 도입했음에도 빅테크가 이를 무력화하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규제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도 비판받았다.
미국 판결과 대조되는 한국 규제 '무기력'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동시에 인앱결제 강제와 과도한 수수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미국 연방 대법원이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및 30%대 수수료를 금지하는 판결을 확정했다"며 "한국에서도 이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과도한 수수료율은 구글의 시장지배력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라는 미국 법원의 판단을 인용하며 "경쟁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30% 수수료는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구글이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우회하기 위해 외부결제를 허용하면서도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26%로 4%p만 낮췄다고 비판했다. 결제대행(PG)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사업자 부담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입법 목적을 완전히 무력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장 짐 조던이 한국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규제에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미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이 한국 기업에 혜택을 주는 불공정 시도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며 "그러나 미국 법원은 도리어 독점은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그는 "양국 행정부 힘의 우열 문제가 아니라 미국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성혜 구글코리아 대외협력정책 부사장은 "190개 국가에 앱을 배포하거나 보안을 유지하는 등 운영 비용이 든다"며 "전체 개발자의 97%는 무료로 앱을 배포하고, 3% 중 99%도 15% 이하 수수료를 낸다"고 해명했다. 수수료 인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우려를 깊이 인지하고 있으며 내부에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과징금 680억원, 2년째 '감감무소식'
과방위에서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지연이 집중 비판받았다. 이정헌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앱 수수료의 4분의 1 이상이 앱마켓 수수료로 빠져나가는데, 방미통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2021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됐지만, 구글과 애플이 제3자 결제 방식을 일부 마련했음에도 26%에 이르는 수수료를 계속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방미통위가 2023년 10월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 등 총 680억원의 과징금을 통보했지만 제대로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미통위는 1년 전에도 "사업자 의견 청취와 법률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는데 여전히 같은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이 과징금 상한액은 680억원에서 63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의원은 "결국 게임협회와 출판문화협회가 직접 나서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미국에서 집단 조정을 제기했다"며 "방미통위는 먼 마을에서 불난 것처럼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상권 방미통위 위원장 직무대리는 "사무처가 신속 조사해야 했는데 지연된 부분이 있다"며 "사업자 의견 청취와 법률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중소 개발사 "지급 보류 10개월, 담당자 공석" 증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 개발사의 피해 사례를 직접 청취했다. 정재훈 더솔트 대표는 참고인으로 출석해 "10여명의 직원과 열심히 준비한 게임을 출시한 다음달, 이용자들이 결제한 대금의 지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 비용으로 마케팅 자금을 확보해 선순환해야 하는데 구글에 매일 연락해도 '권한이 없다', '모르는 일'이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10개월이 걸려서 영어도 잘 안 되는 제가 번역기를 돌려가며 미국 본사에 연락했고 결국 '담당자가 공석이라 제가 맡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해결됐습니다'라는 답을 받았다"며 "지급 보류가 왜 됐는지 설명은 끝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도 "국내 원스토어, 갤럭시 스토어는 15~20% 수수료를 받고 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혜택 형태로 다시 뿌린다"며 "구글은 20~30% 수수료를 가져가면서도 바우처나 쿠폰 등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거두는 지원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마크 리 애플코리아 사장은 과방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국 개발자의 87%는 수수료 부담이 없고, 수수료를 부담하는 대다수는 15% 수수료를 낸다"며 "30% 수수료는 규모가 큰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했다.
최 의원이 "한국 사업자들이 애플 담당자에게 연락이 잘 안 된다는 불만이 많다"며 "즉시 해결할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하자 리 사장은 "일주일에 수십만 건의 앱을 심사하고 있고, 90%는 24시간 내, 나머지는 48시간 내에 심사가 완료된다"고 해명했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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