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인 줄 알았는데 ‘인신매매’… 보이스피싱 감금 도운 일당 실형

김성현 2026. 6. 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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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시달리는 배달기사 동료 속여 캄보디아 범죄 거점으로 넘겨
법원 “피해자 감금될 사정 알고도 유혹… 죄질 매우 나쁘다”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빌려준 명의자가 돈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이들을 캄보디아로 보낸 일당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주로 인신매매 사건 등에 적용되었던 국외이송유인, 피유인자국외이송 혐의를 이례적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임주혁)는 국외이송유인, 피유인자국외이송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2년 6월과 추징금 80만 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공범 30대 남성 B 씨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A 씨 등이 연루된 보이스피싱 조직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빈번한 일명 ‘태자 단지’를 거점으로 삼아 활동했다. 태자 단지는 대규모 보이스피싱과 사이버 사기 조직들이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사용하는 ‘공장형 범죄 단지’로 알려졌다.

해당 조직은 대포 계좌 명의자가 입금된 사기 피해금을 함부로 출금하거나 비밀번호를 바꾸는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해, 명의자를 캄보디아로 데려와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철저히 감시·감금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A 씨와 B 씨는 지난해 6월 캄보디아의 조직 공급책으로부터 “자금 세탁에 사용할 통장을 제공해 주고, 그 통장이 범행에 이용되는 기간 동안 통장 명의자가 캄보디아에 있는 숙소에서 생활하도록 해주면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평소 많은 채무에 시달리던 배달기사 동료 C 씨에게 “캄보디아로 출국해 통장을 전달하고 숙소에 머무르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유혹했다. 신변을 걱정하는 C 씨에게 “며칠 전 간 사람도 연락이 잘 된다”며 거짓말로 안심시켰다.

지난해 6월 16일 이들은 C 씨를 차량에 태워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C 씨가 공항 터미널을 헷갈려 비행기를 놓치자, 다음 날 다시 집 앞으로 찾아가 차량으로 공항까지 태워다 주며 끝내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했다. 법원은 A 씨 등의 이 같은 범행이 인신매매형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동남아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조직들이 한국인에게 ‘고수익 알바’로 속여 현지로 유인한 뒤 감금하는 사건이 많아지는 추세다. 그동안 해당 범죄는 사기 방조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으로 처벌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범죄가 사람을 속여 국경을 넘게 하고, 현지에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인신매매형 범죄와 유사하다고 보고 형량이 훨씬 무거운 국외이송유인죄를 적용하는 추세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피해자가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상당 기간 감금되리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해 국외로 이송했다”며 “범행의 목적과 경위, 방법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