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와 '교촌치킨'의 공통점…"레시피는 회장만 안다"
국내산 청양홍고추, 마늘, 아카시아꿀 사용
자동화 설비로 생산…"엄격한 생산관리"
"정직은 최고의 상술이며 최선의 처세술이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 소스를 만드는 비에이치앤바이오 진천공장 화장실에 붙어있는 문구다. 이들이 말하는 '정직'은 무엇일까. 교촌이 추구하는 정직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교촌 진천 공장이 원물을 구하는 방식과 소스를 생산하는 과정을 직접 살펴봤다.
국내산 농산물 계약재배
지난 26일 방문한 충북 진천 덕산읍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의 자회사 비에이치앤바이오 진천 소스 생산공장. 이곳에선 간장, 레드, 허니 등의 교촌치킨 소스와 식품기업과 거래하는 B2B(기업 간 거래)용 소스의 전진기지다.
연간 생산 가능량은 1만3000여 톤, 하루 생산량은 30~40톤이다. 교촌치킨이 진출한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두바이, 중국, 대만 등 7개국 매장에서 제공하는 소스도 여기서 생산된다. 교촌의 치킨용 소스는 모두 '할랄인증'을 받았다. 중동,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에 수출하기 위해서다.
최근 3년간 매입한 식재료의 양은 3825톤에 달한다. 주 식재료들은 '청양홍고추', '마늘', '아카시아 꿀'이다. 대부분 국내산 농산물로 수급한다. 청양홍고추의 매입량이 2800톤으로 가장 많다. 이 중 계약재배 물량은 절반 이상(58%)다.
같은 기간 교촌 간장소스에 들어가는 국내산 마늘은 700톤, 허니소스에 사용되는 아카시아꿀은 315톤을 매입했다. 아카시아꿀의 경우 국내유명 꿀과자 스낵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매입한다.
경상북도 영양에서 40년째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임천섭 씨는 지난 2022년부터 교촌과 계약재배를 시작했다. 임 씨는 "캡사이신을 써도 될텐데 왜 굳이 국산 청양홍고추를 쓰려고 하나 궁금했다"며 "권원강 회장이 국내산 좋은 식재료만 사용하라고 한다는 말을 듣고 믿음이 갔다. 현재 품질 유지를 위해 작업자들도 숙련된 인력으로 선별해 운용 중"이라고 말했다.
비에치앤바이오 구매자재담당팀은 충남 청양부터 경기 여주·이천, 강원 원주·인제·홍천, 충북 단양, 경북 영양, 전북 정읍, 전남 해남까지 전국 각지의 청양홍고추 산지 농가를 발굴했다. 장마나 태풍 등 기후 환경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원활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국 각 지역별로 농가들을 적당량을 분산해 운영 중이다.
김명득 비에이치앤바이오 구매자재팀장은 "고추는 산지와 출하 시기를 까다롭게 따져야 깊은 맛을 낼 수 있는데, 최근 매운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가 감소하고 있다"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원활하게 청양홍고추를 납품할 수 있는 계약재배 농가를 지속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장도 모르는 핵심 레시피
교촌치킨 소스에는 특유의 맛이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도 교촌치킨 레시피를 시도하곤 한다. 하지만 '핵심 레시피'는 교촌 내부에서도 극소수의 인원만 알고 있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과 그의 아내를 거쳐 아내의 조카에게만 전수된 것으로 전해진다.
비에이치앤바이오 진천공장장도 소스를 배합하는 핵심 레시피는 알지 못한다고 한다.1 30여 년간 제조비법이 비밀로 지켜져 온 코카콜라와 비슷하다.
이처럼 교촌이 비밀 레시피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는 자동화 시설이 있다. 1만5375㎡(4650평)의 부지에 연면적 9392㎡(2841평) 규모의 이 공장은 약 1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은 27명에 불과하다. 소스는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최첨단 자동화 로봇 설비 라인을 통해 생산한다. 원물들은 4층에서 출발해 2층으로 차근차근 이동하며 제품으로 거듭난다.
4층은 원료 전처리와 배합하는 공간이다. 주 원료인 마늘이 전처리 살균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껍질과 꼭지가 제거된 마늘을 설비에 투입하면 평평한 벨트 부분에서 중량을 확인 후 1차 세척(버블세척)을 진행한다. 이후 마늘 겉면을 약 70℃ 온도에 살균 3·4차 냉각, 분쇄해 사용한다. 이는 수차례 연구 끝에 발견한 방법이다. 미생물을 제어하고 마늘의 맛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렇게 전처리된 마늘과 다른 원료들은 배합실로 이동해 10대의 배합탱크를 거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비가열 공법'으로 소스를 만든다는 점이다. 김태윤 비에이치앤바이오 생산품질혁신본부 상무는 "유통기한이 가열공법에 비해 짧고 제조 원가는 비싸지만, 국내산 프리미엄 식재료 본연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청양홍고추를 직접 착즙하는 등 비가열 제조공법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생산된 소스는 품질검사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으면 2층 포장실로 보내진다. 위생 관리도 철저하다. 제품을 포장하는 공간은 '양압' 관리를 한다. 박스에서 발생하는 분진 등이 제품포장실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제품이 지나가는 컨베이어 벨트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밀폐돼 있다. 특이한 점은 공장 바닥엔 물이 한 방울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상무는 "물이 고여 있으면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돼 물이 설비에서 바로 버려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1층 완제품 적재실에선 박스포장된 상품이 적재돼 있었다. 로봇이 지정된 위치에 저장된 패턴으로 팔레트를 쌓았다. 팔레트의 적재가 완료되면 무인 대차(AGV)가 라인을 따라 이동해 냉장 창고에 자동으로 입고됐다.
K-소스로 거듭날 것
교촌이 이처럼 자회사를 만들어 소스에 공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칙펠레, 난도스 등 소스 사업으로 수천억원의 매출을 내는 해외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처럼 소스를 특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서다.
다만 지난해 비에이치앤바이오의 매출은 2021년 339억원을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85억원이었다. 교촌치킨의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올해 비에이치앤바이오의 목표 매출은 350억원이다. 외식 실적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B2B 사업을 한층 더 키우겠다는 포부다. 비에이치앤바이오의 지난해 B2B 매출은 20억원이었다. 올해 목표는 50억원이다.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는 "교촌과 비에이치앤바이오는 고객을 위해 진심을 다한 만큼, 창업주가 지켜오신 최고의 원재료를 통한 최고의 맛과 품질 구현에 기여하고 농민과의 상생 및 동반성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K푸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회사로의 성장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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