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에 애플펜슬 제대로 안 써지면..."혹시 사설수리 하셨나요?"

사설 수리업체를 통해 아이패드 프로 디스플레이를 교체하면 애플펜슬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월 27일(현지시간) 영국 사설 수리업체 아이코렉트(iCorrect)의 최고경영자(CEO) 리키 파네사가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Forbes)를 통해 이 내용을 알렸다. 그는 아이패드 프로 일부 모델의 디스플레이를 교체하면 애플펜슬로 대각선이 제대로 안 그려진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모델은 아이패드 프로 3세대와 4세대 11인치, 5세대와 6세대 12.9인치다. 이 모델의 디스플레이를 교체하면 애플펜슬로 대각선을 그릴 때 선이 똑바로 그려지지 않고 구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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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플레이 칩셋 고유번호 안 맞으면 '의도적 불량' 발생

​리키 파네사는 디스플레이에 탑재한 특정 칩셋이 애플펜슬 불량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아이패드에 내장된 논리 회로가 디스플레이 칩셋의 고유번호를 인식하는데, 고유번호가 바뀌면 애플펜슬이 정상 작동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불량을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타사에서 제작한 서드파티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다른 아이패드 프로 디스플레이를 떼어다 장착해도 애플펜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 교체 전후 애플펜슬로 대각선을 그어보는 모습 (출처 : iCorrect)

아이코렉트는 올해 5월 자사 유튜브 채널에 이 문제를 시연한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서 화면이 깨진 아이패드 프로에 애플펜슬로 대각선을 그렸다. 수리 전에는 제대로 그려졌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를 교체한 뒤 그린 대각선은 구불거렸다. 고장 난 디스플레이에 있던 칩셋을 새 디스플레이에 이식하자 다시 똑바로 그려졌다.

​애플펜슬이 망가진 건 아니다. 아이패드에서 칩셋 고유번호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인식하면 대각선이 똑바로 그려지지 않도록 소프트웨어적 제한을 건 것이다.

​아이패드 프로뿐만 아니라 애플펜슬을 사용하는 모델이라면 전부 동일한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올해 5월 미국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비슷한 사례가 등장했다. 중고로 구매한 아이패드 미니 6세대에 애플펜슬로 대각선을 그리자 구불구불하게 그려졌다는 내용이다. 이번에 아이코렉트가 시연한 증상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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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의 '사설 수리업체 죽이기' 이번이 처음은 아냐

고유번호가 있는 칩셋은 BGA 방식으로 고정돼 분리하기 어렵다 (출처 : iCorrect)

리키 파네사는 애플이 수리 난이도와 비용을 증대시킨다며 불만을 표했다. 애플펜슬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수리 전 디스플레이에 부착된 칩셋을 온전히 분리한 다음 새 디스플레이로 옮겨 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칩셋을 '볼 그리드 어레이(BGA)' 방식으로 디스플레이에 고정했다는 점이다. 기판과 칩셋이 닿는 면에 수많은 미세 접점이 있어 전문 고가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사설 수리업체에서 분리하기 어렵다.

​기존에도 사설 수리업체를 이용했을 때 기능이 제한된 사례가 있었다. 2021년 아이폰13 시리즈의 디스플레이를 교체하면 페이스ID가 비활성화되는 문제가 제기됐다. 원인은 이번 아이패드 프로와 동일하다. 디스플레이에 고유번호가 내장된 칩셋을 탑재해, 다른 부품으로 교체하면 페이스ID가 동작하지 않게 의도적으로 차단했다.

​아이폰X 이전 모델에서 터치ID가 내장된 홈 버튼을 사설 수리업체에서 교체하면 정품 부품을 사용하더라도 터치ID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았다. 고유번호가 일치하지 않는 배터리로 교체하면 아이폰 설정 앱에서 배터리 상태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제한된 기능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에서만 사용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고유번호를 다시 등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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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은 가능, 과연 아이패드는?

​칩셋 고유번호가 일치하지 않아 제한된 기능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 2021년 9월 아이폰13 페이스ID 제한 이슈가 알려진 뒤 논란이 점점 커지자 11월에 애플은 디스플레이를 교체해도 페이스ID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다. 즉 고유번호가 일치하지 않아도 기능이 제한되지 않게 처리할 방법이 있다는 뜻이다.

칩셋 고유번호가 일치하지 않으면 빨간 선처럼 대각선이 구불구불하게 그어진다 (출처 : iCorrect)

하지만 아이패드 제한도 풀어줄지는 미지수다. 올해 5월 처음 문제가 제기됐지만 아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설 수리업체의 제보가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내면서 조만간 애플이 대응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이폰13처럼 제한을 풀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우므로, 공식 발표 전에는 가급적 공인 서비스센터에서 부품을 교체하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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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