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전차를 만들고도 돈이 없어 못 팔 뻔했다. 방산 수출의 발목을 잡아온 금융 문제에 국회가 손을 댄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 K-방산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정작 수출의 발목을 잡는 것은 성능이 아니라 '돈'이었다. 방산 수출은 판매국 정부 은행이 수입국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무기를 사도록 하는 것이 국제 관례다. 2022년 폴란드와 60조원 규모 무기 도입 총괄계약을 맺은 뒤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이 바닥나면서 대규모 후속 계약이 줄줄이 묶이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본금이 바닥났다"
폴란드와의 총괄계약 이후 K2 전차 180대와 K9 자주포, 천무 계약이 잇따르면서 한국수출입은행 자본금이 소진됐고, K2 820대 후속 계약이 발이 묶였다. 국회는 2024년 2월 수출입은행법을 개정해 수은 자본금 상한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렸다. 다만 실제 증자에 시간이 걸리면서 9조원 규모 후속 계약이 최종 체결된 것은 2025년 8월이 되어서였다.

"6개 법률을 하나로"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자본금 부족으로 방산 수출이 지연되는 상황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6개 법률을 하나로 묶은 'K방산 패키지법' 처리를 목표로 제시했다. 수출입은행법에는 방산 전용 수출금융 프로그램을, 무역보험법에는 방산 수출 전용 보증 상품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다.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생산설비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방위사업법과 방위산업발전법으로 기술이전과 중소·벤처기업 비용 보상 체계까지 손본다는 구상이다.

"선택적 모병제도 과제"
방산 정책과 함께 병역 제도 개편도 화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해병대 연평부대를 찾아 선택적 모병제를 거론하며, 징집병을 최소화하고 모병을 통해 군을 하나의 직장으로 선택할 수 있게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군 복무 기간이 사회에서도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인구 감소 속 병력 확보와 국방 인력의 전문화를 함께 겨냥한 것이다.

무기의 성능만큼이나 수출을 뒷받침하는 금융과 제도, 인력 기반이 K-방산의 다음 도약을 좌우하는 과제로 떠올랐다. 'K방산 패키지법'이 실제로 국회 문턱을 넘어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출처=다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