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 마현이 눈여겨본 고레에다 감독… '브로커' 캐스팅 비화와 칸 진출

일본 영화계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 '브로커'의 캐스팅 라인업에는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등 쟁쟁한 스타들 사이로 눈에 띄는 이름이 함께 올랐다. 바로 배우 이주영이다.
고레에다 감독이 이주영을 직접 낙점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20년 방영된 JTBC 인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였다.

당시 이주영은 '단밤' 포차의 주방장이자 성전환 수술을 준비하는 트랜스젠더 여성 '마현이' 역을 맡아 안방극장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체성으로 인한 갈등과 세상의 편견에 맞서며 "나는 돌덩이, 뜨겁게 타오르는 돌덩이"라는 명대사와 함께 한 단계 성장하는 서사를 섬세하고 힘 있는 연기력으로 완성해 큰 지지를 얻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국 콘텐츠를 즐겨 보던 고레에다 감독은 '이태원 클라쓰'를 시청하던 중 마현이를 연기한 이주영의 독보적인 아우라에 매료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제작보고회 등을 통해 "한국의 20대 배우들을 유심히 지켜봤다"며 "'이태원 클라쓰'와 장률 감독의 영화 '춘몽'에서 보여준 이주영의 연기가 몹시 인상적이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직접 밝혔다.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이주영은 '브로커'에서 수진(배두나 분)과 함께 베이비 박스 브로커 일행을 조용히 추적하는 후배 수사관 '이 형사' 역으로 합류했다. 묵묵히 선배의 곁을 지키며 사건의 이면과 복잡한 인간 군상을 관찰하는 인물을 절제된 호흡으로 안정감 있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캐스팅 제안 당시의 일화 역시 화제를 모았다. 평소 고레에다 감독의 오랜 팬이었던 이주영은 비대면 미팅 자리에서 감독이 직접 건넨 출연 제안을 듣고 믿기지 않는 마음에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세계적인 거장이 자신의 전작 드라마 속 캐릭터 연기를 빠짐없이 기억하고 구체적인 인상을 들려주자 큰 감동과 신뢰를 느꼈다는 후문이다.

현장에서의 호흡도 남달랐다.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세밀하고 자연스러운 디렉팅 속에서 이주영은 화려하게 드러나기보다 이야기의 균형을 잡는 관찰자로서의 몫을 단단히 해냈다.
대선배 배두나와 차 안에서 장시간 이어지는 취조 및 잠복 장면에서도 인위적인 과장 없이 일상적인 공기를 사실감 있게 불어넣으며 극의 리얼리티를 배가시켰다.
이러한 협업은 마침내 프랑스 칸으로 이어졌다. '브로커'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면서 이주영은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전 세계 영화인들의 기립박수를 받는 영예를 안았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넘나드는 감각적인 스타일링과 당당한 애티튜드로 현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한 몸에 받으며 글로벌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선명히 각인시켰다.

독립영화계의 스타에서 안방극장의 신스틸러로, 그리고 세계적인 거장의 선택을 받아 칸 레드카펫을 밟기까지 이주영이 걸어온 궤적은 배우로서의 확장성을 명확히 증명한다. 규정되지 않는 마스크와 깊이 있는 연기 스펙트럼을 지닌 그가 향후 스크린에서 펼쳐낼 또 다른 변신에 국내외 영화 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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