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로 인한 치아 부식, 간단한 예방법 규명

- 탄산음료의 치아 부식 과정 밝혀낸 카이스트 연구팀
- 치아 부식 예방 및 강화를 위한 간단한 방법 제시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치아 건강에 해롭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더라도, 탄산음료를 입안에 머금고 있는 것이 치아에 좋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내 연구팀이 탄산음료가 치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입증한 데 이어, 탄산음료로부터 치아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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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의 성분과 치아 영향

탄산음료에는 탄산가스 외에도 인산, 구연산 등 다양한 산성 성분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탄산음료는 기본적으로 높은 산성도(낮은 pH 값)를 가지고 있다. 산성 성분은 치아의 가장 바깥쪽을 덮고 있는 법랑질(에나멜, enamel)을 부식시킨다.

법랑질은 주로 칼슘과 인산 등의 무기질이 특정 형태(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로 결합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산성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pH 값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수소 이온(H+) 농도가 증가하는데, 이로 인해 칼슘과 인산의 결합 구조가 깨진다. 즉, 치아 표면의 법랑질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치아 표면의 용해는 미세 균열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치아의 구조에 손상이 발생한다. 건물 외벽에 발생한 미세한 균열이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다가 붕괴를 유발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피부의 표피가 손상되면 진피층이 영향을 받듯, 치아 역시 표면의 법랑질이 손상되면 안쪽 조직에 영향이 가해진다. 이로 인해 우식증(충치)과 같은 구강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팀은 지난 2023년 10월 탄산음료가 치아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당시 홍승범 교수팀은 나노기술을 활용, 탄산음료에 의해 치아가 부식되는 과정을 영상화한 바 있다.

이번 연구의 개요도. SDF 미처리 및 처리된 치아를 콜라에 노출시킨 후 시간에 따른 표면 형상 및 기계적 특성을 원자간력 현미경으로 분석했다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탄산음료로부터 치아 손상 예방하는 방법

한편, 홍승범 교수팀은 최근 카이스트 화학과 변혜령 교수팀, 서울대 치의학대학원과 협력을 통해 ‘탄산음료를 마시면서도 치아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규명했다. 치아 표면에 불소를 함유한 방어막을 형성시켜, 탄산음료에 의한 부식 작용을 막는다는 원리다. 홍 교수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을 나노기술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먼저 치아 법랑질의 표면과 기계적 특성을 나노 단위에서 분석했다. 그런 다음 ‘은다이아민플로오라이드(Silver Diermine Fluoride, SDF)’를 처리함으로써 만들어진 나노피막의 화학적 특성을 분석했다.

SDF는 치과에서 주로 사용되는 물질로, 주로 충치 치료 및 예방 목적으로 사용된다. 은(Ag)의 항균 작용으로 세균 성장을 억제하고, 플루오라이드(F)로 치아의 법랑질을 강화해 충치 예방에 기여하는 원리다. SDF를 처리할 경우, 기존 법랑질의 무기질 구조가 ‘플루오로아파타이트’로 변환돼 치아 강도가 증가한다.

SDF 처리 여부에 따라 뚜렷한 차이

탄산음료에 1시간 동안 노출시킨 결과, 치아에 SDF 처리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표면의 조도와 탄성계수 변화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여기서 표면 조도는 치아 표면의 미세한 요철로 인해 매끄럽거나 거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조도가 낮을수록 매끄럽고, 조도가 커지면 거칠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건강한 치아일수록 조도가 낮고 매끄러운 특성을 갖는다. 또한, 탄성 계수는 외부에서 힘을 받았을 때 변형되는 정도를 나타낸다. 보통 법랑질은 매우 단단하고 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SDF를 도포한 치아는 부식으로 인한 표면 조도 변화가 64㎚ → 70㎚로 매우 적었다. 탄성 계수 역시 기존 215GPa → 205GPa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SDF를 처리하지 않은 치아는 표면 조도가 83㎚ → 287㎚로 급격하게 거칠어졌으며, 탄성 계수 또한 125GPa → 13GPa로 크게 약해졌다.

SDF를 처리함으로써 충치를 치료할 때와 같이 플루오로아파타이트 피막이 형성돼, 보호층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SDF 표면 처리가 되지 않은 치아(위)는 SDF 처리가 된 치아(아래)에 비해 확연하게 표면이 거칠어진 모습을 보였다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서울대 소아치과 김영재 교수는 이 기술에 대해 “어린이 및 성인의 치아 부식을 예방하고 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며, 비용도 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높은 치과 치료법”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연구를 주도한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기 치아 부식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라며, “또한 기존의 외과적 치료가 아닌, SDF를 도포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치아 부식을 예방하고 강화할 수 있어, 통증은 물론 비용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 머티리얼즈 리서치(Biomaterials Research)」에 지난 11월 7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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