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알려주지 않은 크리스마스의 비밀
추운 겨울 설렘과 따뜻함을 선사하는 연말의 상징, 크리스마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지만, 사실 그 뒤에는 흥미로운 전설과 일화가 숨겨져 있다. 알수록 더 재미있는 크리스마스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산타는 왜 굴뚝을 타고 들어올까
산타클로스의 기원은 4세기경 소아시아(현 튀르키예)에서 주교로 활동한 성 니콜라스다. 주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푼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선행 중 하나로 결혼 지참금이 없어 출가하지 못하던 세 자매에 얽힌 일화가 가장 유명하다. 성 니콜라스가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어느 날 밤 아무도 모르게 굴뚝으로 금 주머니를 떨어뜨렸고, 덕분에 세 자매는 좋은 집안 자제들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다. 이날 주교가 떨어뜨린 금 주머니가 벽난로에 걸어둔 세 자매의 양말 속으로 들어가면서, 성탄절 전날 밤 산타가 굴뚝으로 들어와 양말에 선물을 넣어 놓고 간다는 전설의 유래가 되었다.
크리스마스가 1년에 두 번인 나라
네덜란드는 매년 두 번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12월 25 일 본격적인 크리스마스에 앞서, 12월 6일 성 니콜라스 축일을 기념하는 축제 ‘신터클라스 데이’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에도 유사한 전통이 있지만, 어린이와 선원의 수호자인 신터클라스를 성인으로 모시는 네덜란드에서 치르는 축제가 특히 성대하다. 신터클라스의 이미지는 스페인 통치 시기에 네덜란드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신터클라스는 매년 11월 중순 ‘즈바르터 핏’이라는 도우미들과 함께 스페인에서 배를 타고 네덜란드로 온다. 1952년부터는 그가 네덜란드에 도착하는 퍼레이드가 생중계되며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터클라스는 12월 5일 밤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다음 날 아침 네덜란드를 떠난다고 전해진다.
초록 옷을 입은 산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산타클로스는 빨간 옷을 입고 흰 수염이 덥수룩한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다. 그런데 성 니콜라스를 모델로 한 초기 산타클로스는 초록색 옷차림에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는 사실. 빨간 옷을 입은 통통한 체형의 산타클로스 이미지가 대중화되는 데는 코카콜라의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 음료는 더운 날 마시는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겨울철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산타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것. 그렇게 1931년 미국 광고 일러스트레이터 해든 선드볼름의 손을 거쳐 오늘날 산타 모습이 정립되었다. 산타가 입은 빨간 옷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컬러를, 풍성한 흰 수염은 콜라의 하얀 거품을 상징한다고 전해진다.
산타도 교육이 필요해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브라질에는 산타클로스 육성 학교가 있다. 1993년 리우데자네이루 산타테레사에 설립된 이 학교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50명 안팎의 예비 산타를 배출한다. 예비 산타들은 캐럴 가르치기, 아이들 상대하기, 기온이 40℃인 날 산타 복장 입는 법 등 산타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사흘에 걸쳐 교육받는다. 이 과정을 모두 수료한 졸업생들은 쇼핑몰이나 개인 행사에서 공식적으로 산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우주왕복선보다 빠른 루돌프
산타가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 주려면 루돌프는 얼마나 빨리 달려야 할까? 2018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전 세계 가구 수를 16억으로 추정했을 때 여러 이유로 산타가 방문하지 못하는 집을 제외하면 총 5억 가구를 방문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일몰부터 크리스마스 당일 일출 때까지 지구 자전의 반대 방향으로 시간을 거슬러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산타에게 주어진 시간은 총 42시간이다. 이때 산타는 0.0003초마다 한 집을 방문해야 하고, 루돌프가 끄는 썰매는 초속 2,200km로 질주해야 한다. 이는 우주왕복선이 궤도를 따라 도는 초속 약 7.8km보다 약 282배 빠른 속도다.
루돌프 코가 빨간 이유
빨간 코가 매력적인 루돌프의 실제 모델은 순록이다. 루돌 프의 코가 빨간 이유로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첫 번째는 순 록이 눈 속에서 먹이를 찾는 경우가 많아 추위에 잘 견디도록 코에 모세혈관이 밀집돼 있다는 설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트롬쇠대학교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 센터의 공 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순록의 코에는 모세혈관이 1mm2 당 20개로, 혈관 밀도가 사람보다 25% 높았다. 즉 코끝으로 혈류가 몰려 붉어 보이는 원리다. 또 다른 가설은 루돌프가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곤충 전문가 에리카 맥앨리스터 박사는 순록이 목에 있는 쇠파리의 애벌레를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기침을 할 때 코가 충혈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한국산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되는 구상나무는 한반도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높은 산지에서 자란다. 바늘처럼 뾰족한 잎이 사계절 내내 푸르러 ‘한 국 전나무’로도 불린다. 구상나무는 1907년 제주도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프랑스인 포리 신부와 타케 신부가 처음 발견했다. 이들이 한라산에서 채집한 표본을 미국 식물분류 학자 어네스트 윌슨에게 보냈고, 1920년 윌슨이 이를 신종으로 발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구상나무는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되어 오늘날 크리스마스트리로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상기온 영향으로 구상나무 군락이 점점 줄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산타는 없어!” 동심 파괴 해프닝
전 세계 어린이는 생일만큼이나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데 여기, 산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폭탄 발언으로 동심을 파괴한 사람이 있다. 2021년 12월 6일, 성 니콜라스의 날을 기념해 열린 종교 행사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안토니오 스탈리아노 주교가 초등학생들 에게 산타클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바람에 논란이 일었다. 한 아이가 엄마 아빠가 산타는 진짜 있다고 말해 줬다며 항의하자 주교는 “부모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이에 부모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노토 교구는 성 니콜라스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 전통이 선물 중심의 소비지상주의 문화에 퇴색되고 있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하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12월호
에디터 조윤주(yunjj@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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