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쌀 디저트 카페 ‘열두톨’ 열어…“지역쌀 소비 창출”
‘가와지 쌀’ 특산물 활용 먹거리 개발
가루쌀 직접제분 신선…연 10t 사용
“농산물 편집숍 만들어 지역맛 추천”
주민 관광사업체 창업 컨설팅 추진도
성공사례 노하우 전수 위해 가게 운영 경기>
좋은 로컬크리에이터란 무엇일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지역에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이를 ‘로컬크리에이터’라 한다. 그렇지만 모든 지역 창업가를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부르진 않는다. 지역과 끈끈한 관계 없이 단기 매출만 추구한다면 ‘돈만 벌고 떠나는 외지인’이 되기 십상이다. ‘진짜’ 로컬크리에이터의 성장을 돕고 있다고 평가받는 로컬 비즈니스 컨설턴트 장상기 ‘지역다운레이블’ 공동대표를 9월말 만났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보면 각종 지역 빵이 무인 판매대에 쭉 놓여 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모르니 굳이 살 이유가 없죠. 특산물 홍보나 예쁜 상품에 매몰되지 않고 지역이 가진 진짜 구조적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로컬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장 대표는 지역 창업 전문가로 정평이 났다. 그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두레사업단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며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관광상품 개발을 총괄했다. 계약이 끝나고 당시 동료들과 차린 회사가 바로 지역다운레이블이다. 이 회사는 기획 단계부터 상품과 체험행사 개발, 차후 브랜딩 단계까지 창업 과정 전반을 다룬다.
“로컬크리에이터란 말이 당시엔 없었지만 지역주민이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주민 주도 관광’이 주목받던 시기였죠. 당시 500여개의 주민관광사업체 창업을 돕다보니 저희도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지역다운레이블은 다른 컨설팅 업체와는 다르게 한번에 한가지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지금은 경북 영양 자작나무 숲에 카페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매년 1만5000명이 방문하는 관광지이지만 사람들이 숲을 보고 나면 할 게 없어 그대로 소비 없이 떠나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또 자작나무 숲 앞에 카페를 재단장해 마을 임산물을 판매하고 인근 귀산촌 크리에이터의 상품을 진열해 마을 관광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장 대표는 컨설팅 성공 사례를 직접 보여주기 위해 경기 고양에 자리 잡았다. 고양은 서울의 베드타운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으며 소비도 서울에서 주로 이뤄진다. 그는 “고양지역은 아직 지역 전통이나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했다”며 “먼저 ‘로컬’을 인식시킬 아이템으로 고양 특산물인 ‘가와지쌀’을 잡아 사람들을 고양이란 공동체로 묶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첫 창업 아이템은 ‘쌀’이었다. 장 대표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쌀 디저트 카페 ‘열두톨’을 열었다. 이곳은 고양지역 특화 품종인 ‘가와지 1호’로 소금빵·파운드케이크·쿠키를 만든다. 덕분에 고양지역 벼농가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각 디저트는 쌀 함유량이 86% 이상으로 1년에 사용하는 쌀이 약 10t에 달한다. 초미립 제분기로 쌀을 직접 건식 제분해 가장 신선한 재료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흔히 쌀로 만든 빵은 거친 입자가 씹히거나 떡 같은 질감이 느껴진다는 편견이 있지만 이곳은 다르다.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 때문에 ‘이게 쌀이야?’란 말이 절로 나온다. 이곳 쿠키와 케이크는 글루텐이 없어 밀가루를 소화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다른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신제품을 내기도 좋다. 재료 구매부터 손질 가공까지 직접 하기 때문이다. ‘강화 사자발약쑥 쿠키’ ‘연천 율무 쿠키’ ‘강화 홍새우 쿠키’가 대표적이다.
장 대표는 이후 고양지역 농부를 인터뷰한 소식지 ‘복고양이’를 발간했다. ‘가와지쌀’을 기르는 도시농부 이야기나 사탕수수농장을 만든 고양 귀농인까지 다양한 지역 농부 이야기를 담았다. 이는 이후 고양 시티투어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도시농장에 방문해 농장 체험을 하는 ‘복고양이 투어’는 지금까지 500명이 참가했다.
“지역 먹거리는 ‘농부’가 경쟁력입니다. 소비자는 직접 밭을 갈고 가꾼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거든요. 도시 농부들도 사람들이 농장에 와서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하셔서 서로 윈윈이었습니다.”
장 대표는 앞으로 고양지역을 서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문화를 만들고 소비하는 도시로 만들고 싶어 한다. 앞으로 ‘열두톨’을 고양지역 2300여개 카페 중에서 가장 즐길거리가 많은 로컬 편집숍으로 키울 예정이다.
“일본엔 ‘아코메야’라는 쌀 편집숍이 있어요. 마치 커피 원두처럼 지역마다 쌀맛을 세세히 분류해서 손님에게 추천하죠. 저희도 컨설팅 경험을 기반으로 나중엔 전국 쌀과 농산물 편집숍을 만들고 싶어요. 고양의 지역 활동가들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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