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확정’ 황선홍 호, 대형 FW 이영준 등장+CB 전멸의 빛과 그림자
U-23 아시안컵 8강을 조기에 확정한 황선홍 호가 차세대 한국 축구의 대들보가 될 대형 공격수 이영준의 등장과 함께 중앙 수비수 전멸이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경험했다.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은 19일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B조 2차전 중국전 이영준의 멀티골과 김정훈의 선방쇼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이영준의 2경기 연속 결승골 활약으로 2연승을 달린 한국은 승점 6점을 쌓았고, 이어 일본이 UAE를 잡으면서 8강 토너먼트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다.
특히 이영준이라는 스트라이커를 새삼 다시 발견한 경기였다. UAE와 1차전서 헤더로 결승골을 터뜨린 이영준(김천)이 이번엔 오른발과 왼발로 멀티골을 터뜨리며 황선홍호의 8강 토너먼트행을 조기에 확정했다. 유효 슈팅 3번으로 3골을 몰아넣은 스리샷-스리킬의 압도적인 골결정력과 함께 제공권, 패스, 슈팅까지 모든 것을 다 보여준 다재다능한 2경기 이영준의 활약이다.
이영준의 득점 장면이 모두 인상적이었다.
전반 35분 우측에서 강성진이 중앙의 강상윤에게 패스를 내줬다. 그리고 강상윤은 이를 다시 원터치 패스로 공간으로 쇄도한 우측의 이영준 쪽으로 재차 연결했다.
그러자 이영준은 강상윤에게 수비수가 몰린 사이 순간적으로 수비 라인을 깨고 우측 박스 안으로 침투해 공을 잡았다. 슈팅 각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반대편 포스트쪽으로 노리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중국 골망을 흔들었다.
앞선 UAE전 결승골에 이은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한국을 구해낸 이영준이었다. 이런 이영준의 활약에 힘입어 전반 내내 끌려다니던 한국이 단숨에 스코어 1-0으로 앞서갔다.
다소 답답했던 흐름 속에 김정훈과 이영준이 또 한 번 한국을 구했다. 후반 24분 한국 수비진에서 치명적인 실책이 나오면서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고 타오 창룽이 박스 왼쪽에서 강력한 슈팅을 때렸지만 이번에도 김정훈이 막아냈다.
곧바로 이어진 역습 상황 후반 24분 이영준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단숨에 중국 진영까지 전개된 볼을 박스 왼쪽에서 이태석의 긴 패스를 받은 이영준이 이번엔 상대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이번엔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우측 골망을 갈랐다.
UAE전 머리에 이어 전반에는 오른발 슈팅, 후반에는 왼발 슈팅으로 모두 골을 터뜨리며 완벽한 결정력을 보여준 이영준이었다.
이런 이영준의 두 골을 잘 지켜 한국은 승리를 거두고 8강행에 한층 가까워졌다. 이어 열린 B조 다른 경기서 일본이 UAE를 2-0으로 꺾고 역시 2승을 거두면서 한국은 잔여 경기와 상관 없이 8강에 진출했다.
벌써 대회에서 3골을 넣은 이영준은 득점왕도 노려볼 수 있는 초반 득점 흐름이다. 남은 대표팀의 일정에서도 이영준의 존재감은 황선홍호에 가장 귀중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돌이켜보면 이영준은 지난해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아르헨티나 월드컵에도 강호 프랑스와 에콰도르를 상대로 각각 1골씩 도합 2골을 터뜨리며 김은중호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당시에도 부상을 당했던 홍윤상(포항)을 대신해 대체선수로 발탁된 이후 강상윤-강성진 등 현재 대표팀 공격진의 주요 선수들과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영준과 같은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최종 B조 순위 결정전이 될 오는 22일 일본전과 남은 대회 기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부상자 소식도 발생했다.
대회 개최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8일 오전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대체 선수 선발 소식을 전하며 브렌트포드의 김지수가 팀 사정으로 인해 차출 불가됐음을 알렸다.
김지수는 ‘제2의 김민재’로 평가받는 대한민국 축구의 차세대 수비수다. 189cm의 장신으로 탄탄한 대인 방어, 그리고 수비 조율 등 수비수로서 갖춰야 할 재능을 모두 가진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발탁한 올림픽 대표팀 명단의 핵심 수비 자원이었다. 2004년으로 막내였지만 팀의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중요한 선수였다.
중국전에도 갑작스러운 부상자 발생으로 이같은 고민이 드러났다. 이날 한국은 4-2-3-1 포메이션의 포백 라인을 조현택(김천)-변준수(광주)-서명관(부천)-황재원(대구FC)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후반전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겼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1분 만에 또 한 번의 위기 장면이 연출됐다. 우리 공격이 끊긴 이후 한 번의 롱패스로 좌측에서 박스 안을 파고 든 류 주룬쪽으로 공이 연결됐다. 박스 안에서 수비하던 서명관이 넘어지면서 일대일 찬스를 내줄뻔 했지만 다행히 공이 그대로 바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결국 쓰러지면서 햄스트링 부위를 붙잡은 서명관이 몸 상태에 이상을 호소하는 악재가 생기면서 후반 4분만에 이태석과 교체됐다.
이후 이태석이 왼쪽 측면 수비수 자리로 들어가고 그 자리에 있던 조현택이 중앙 수비수 자리로 이동해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조현택이 피지컬에 강점이 있는 정통 센터백 유형의 수비수가 아니라 제공권에서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후반전 초중반 내내 한국은 중국 공격진에 휘둘렸다.
결국 황선홍 감독은 후반 20분 강성진 대신 조커로 정상빈을 투입했고, 3선 자원 백상희를 빼고 이강희를 교체시켜 스리백으로 전술을 변화시켰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모두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인 동시에 신장 등 피지컬에서 강점이 있는 이강희가 중앙 수비수로 내려와 후방을 강화한 선택이었다.
현재 서명관을 제외하면 대표팀의 전문 중앙 수비수 자원은 변준수와 이재원(천안) 단 둘 뿐이다. 그런데 변준수가 중국전 경기 막바지 시간을 끌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으면서 오는 일본전에선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됐다.
현실적으로 1,2차전에서 출전하지 않은 이재원과 조현택이 일본전 중앙 수비수 자원으로 출전할 것이 유력해졌다. 결국 박지수의 차출 불가부터 시작된 나비현상이 부상 선수 발생으로 대회 내내 중앙 수비수 숫자 부족이란 큰 약점으로 대표팀을 발목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2차전 중국전은 잘 준비된 전술과 개인 능력을 앞세운 팀에 한국 수비가 얼마나 고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기이기도 했다.
부족한 수비진 스쿼드 문제와 조직력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황선홍호의 남은 대회 과제가 됐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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