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7·8월 전기화재 500건 이상… 폭염보다 화마 '맹위'

여름철 가전제품 사용 화재 주의
챗GPT에서 생성한 전기화재 경고 관련 이미지. DALL-E 3 제작
2019~2022년 여름 전체화재 중
도내 20%이상은 전기원인 발생
선풍기·에어컨 등 냉방기 급증탓

성남시에 거주하고 있는 문(24·여) 씨는 매일 사용하던 전기머리인두(고데기)에서 갑자기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본체가 살짝 부풀어 혹여나 화재나 폭발이 날까 싶어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정작 고데기에서 화재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몰라 고민에 빠졌다.

7~8월 여름철에 각종 ‘전기 화재’ 발생이 집중되고 있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화재 대응을 위한 관심이 요구된다.

22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전기 화재는 ▶2019년 2천418건 ▶2020년 2천490건 ▶2021년 2천514건 ▶2022년 2천731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중 7~8월의 전기 화재는 ▶2019년 477건(19.7%) ▶2020년 580건(23.3%) ▶2021년 516건(20.5%) ▶2022년 568건(20.8%)으로 확인됐다. 2020년 이후 매년 7월과 8월의 전기화재가 500건 이상이 발생했고, 전체 전기화재 대비해서도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 화재는 전기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화재를 말한다. 그만큼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화재다.

여성용 고데기 화재·폭발도 지속
소비자원, 5년간 사고 680건 접수

여름철에 전기 화재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원인은 선풍기나 에어컨 같은 냉방기의 사용량 급증으로 해석된다.

또한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기 화재 유형 중 고데기와 같은 전열기구로 인한 화재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의하면 최근 5년간(2019~2023)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고데기로 인한 사고 건수는 ▶2019년 143건 ▶2020년 118건 ▶2021년 111건 ▶2022년 150건 ▶2023년 158건으로 총 680건에 달했다.

매년 고데기 관련 사고가 110건 이상 지속적으로 발생한 셈이다. 680건 중 고데기로 인한 ‘화재 및 폭발’ 사고는 38건으로 집계됐다.

에어컨 실외기모터 먼지 제거해야
전문가 "전열기구 본체 주의 요구
전기제품 주변에 가연성물질 자제"

이해평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에어컨 실외기 모터에 먼지가 쌓인 채로 돌아가게 되면 스파크 등이 일어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먼지는 옷, 천, 나무, 플라스틱 등 여러 물질의 가루를 총체적으로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먼지는 전부 ‘가연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연물인 먼지는 입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불이 더 잘 붙는다. 이에 평소 주기적인 전기제품의 먼지 제거가 요구된다.

이 교수는 "고데기의 화재 및 폭발은 주로 전기 ‘단락’ 때문에 발생한다"며 "고데기나 헤어드라이어 같은 전열기구는 전류가 흐르는 동시에 본체 안에 있는 니크롬선(전열선)에서 열까지 방출시키기에 화재에 특히 더 취약해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락’은 서로 닿지 않아야 하는 전선들이 피복이 벗겨지는 등의 이유로 맞닿게 돼 스파크가 발생하거나 과전류가 흐르는 등의 현상을 뜻한다.

화재 대응 방법에 대해 이 교수는 "에어컨 실외기나 고데기에서 불이 나는 것과 같은 전기 화재는 물을 뿌림으로써 타오르는 불길을 사그라들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화재 초기 상태일 경우에만 적용된다"며 "이미 불이 주변에 있던 다른 대상으로 번졌다면 그 대상의 성질에 따라 대처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화재는 불이 주변 가연물로 옮겨 붙으면서 커지는 것"이라며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평소 화재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전기 제품 주변에 가연물을 최대한 놓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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