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성벽 오르는 일본에 속수무책인 태극 여전사들

[골프한국]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여자오픈의 리더보드가 성벽을 기어오르는 전사들로 보였다.
1~4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미드글러모거의 로열 포스콜GC(파72)에서 열린 AIG 여자오픈의 리더보드는 첫날부터 일본 선수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첫 라운드부터 다케다 리오, 오카야마 에리가 공동 1위, 야마시타 미유가 3위, 이와이 치사토가 공동 4위에 오르며 리더보드 상위권을 점령했다. 전인지와 윤이나가 공동 4위에 들었지만 일본의 기세가 무서웠다.
2라운드에서도 야마시타 미유가 선두, 다케다 리오가 2위 등 일본 선수들이 포진한 가운데 한국은 김세영과 김아림이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3라운드에선 야마시타 미유가 1타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김아림이 1타 차로 따라붙었다. 김효주와 신지은은 공동 11위.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국 선수들의 역전 우승을 기대할 만했다.
야마시타 미유와 함께 챔피언조로 마지막 4라운드를 맞은 김아림은 2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공동 선두에 올랐으나 3, 4번 홀에서 보기를 하며 승기를 빼앗겼다. 이후 한 번도 야마시타 미유를 위협하지 못하고 미유에 4타 뒤진 7언더파로 공동 4위로 마쳤다.
역전의 여왕 김세영도 이날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왔으나 일본 선수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김효주 신지은도 제대로 힘 한번 못 쓰고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올 시즌 들어 일본 선수들의 맹활약을 감안하면 AIG여자오픈에서 상위권 점령은 예견된 것이기는 했다. 우승은 2회에 머물고 있지만 대회마다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하며 LPGA투어에서 미국 다음의 주류를 형성해 가는 분위기다.
특히 대서양에 면한 전형적인 링크스 코스에 적응하는 일본 선수들의 플레이는 한국 선수들과 대조를 이루었다. 한국 선수들은 거센 바람과 비, 깊은 러프와 항아리 벙커 등 골프코스에 맞서 싸우는 듯했다. 김아림 김세영 김효주 등의 장타가 먹히는 듯했으나 결국 그 장타와 과감한 공략에 발목이 잡혔다.

객관적인 기량 면에서 한국 선수들에 뒤지는 일본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는 까닭을 곰곰이 짚어봤다.
그들의 플레이를 보노라면 '자만을 모르는 기계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부 호쾌한 장타를 뽐내는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정석대로 자신의 리듬을 지키는 경기를 한다.
야마시타 미유의 경우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42.22 야드로 LPGA투어 146위에 머물고 있다. 드라이브샷은 길지 않지만 우드 샷을 잘 소화하고 아이언샷, 퍼팅이 정교하다.
한국적인 시각에서 보면 야마시타 미유의 골프는 '또박이 골프'다. 한국에선 이상하게 또박또박 치는 골프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호쾌한 샷을 날리지 못하고 또박또박 쳐서 좋은 스코어를 내는 것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의 시각에선 '또박이 골프'가 일본 여자골프의 강점으로 보인다. 정도를 지키며 선을 넘지 않으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이 때문에 '날이 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 화려하고 멋지진 않지만 안정돼 있고 의외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비하면 우리 선수들은 장타를 날리며 으스대는 기색이 읽힌다. 우리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유난히 요란한 것도 과시욕이 작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야마시타 미유는 '슈퍼루키'다. JLPGA투어에서 2021년부터 3년 동안 13승을 올렸다. 2022, 2023년에는 상금왕까지 차지했고 지난해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1위로 통과한 실력파다. 이 대회 전까지 15개 대회에서 톱10에 6번 들었으나 우승이 나오지 않아 애를 태웠으나 인내심을 갖고 자신만의 '또박이 골프'로 LPGA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로 장식했다.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하는 일본 선수들을 보며 한국 선수들이 갈 길을 생각해 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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