휙휙 돌아가는 핸들… 오락실같은 운전학원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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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닛은 직진으로 보내고 연석(차도와 인도 경계로 쓰이는 돌)이 오른쪽 A필러(차체 전면 유리 옆 양 기둥)에 가려 안 보일 때 핸들 한 바퀴 하고 8분의 1만큼 틀어서 우회전할게요."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물가 시대 방학 시즌을 맞아 이 같은 '불법 시뮬레이션 운전학원'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운전학원은 전국에 총 164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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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과 달리 기계에 저항 없어
페달장치 푹푹 눌려 게임 수준
운전전문학원보다 수강료 반값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 몰려
허가 받은 학원처럼 홍보하기도

글·사진=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
“보닛은 직진으로 보내고 연석(차도와 인도 경계로 쓰이는 돌)이 오른쪽 A필러(차체 전면 유리 옆 양 기둥)에 가려 안 보일 때 핸들 한 바퀴 하고 8분의 1만큼 틀어서 우회전할게요.”
지난 15일 오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소재 시뮬레이션 운전 학원은 평일이었지만 업장의 ‘운전 시뮬레이터’는 만석이었고 대기자도 2명이나 있을 정도로 붐볐다. ‘플래너’ 두 명이 돌아가면서 수강생들에게 운전 강습을 해주고 있었다. 한 플래너는 “실제 운전과 다를 바 없어 이곳에서 연습하면 금방 합격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서부면허시험장에서 시험 볼 계획이라고 하자 플래너는 서부면허시험장을 그래픽으로 재현한 코스로 세팅했다. 기기 설명은 5분 남짓한 영상으로 대신하고 “왼쪽 A필러가 중앙선보다 바깥쪽으로 5∼7㎝ 나가야 차가 정중앙에 있는 것”이라며 차폭에 대한 교습부터 시작했다. 장내 기능시험에 필요한 ‘코너링하는 법’ ‘T자 주차하는 법’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뮬레이터는 자동차와 달리 페달이 아무런 저항 없이 푹푹 눌렸고, 핸들은 조향장치가 없어 가볍게 돌아갔다. 마치 ‘오락실 게임기’ 같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물가 시대 방학 시즌을 맞아 이 같은 ‘불법 시뮬레이션 운전학원’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운전전문학원 수강료의 절반 수준인 30만∼40만 원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운전전문학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기관임에도 정식 인가를 받은 시설처럼 광고하며, 불법 운전 교습을 하고 있었다.
대학생 김모(25) 씨는 “지난해 저렴한 가격에 끌려 시뮬레이션 학원에 등록해 면허를 땄다”며 “이용시간 제한이 없고 저녁에도 연습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운전학원은 전국에 총 164개에 달한다.
시뮬레이션 운전학원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학원마다 제각각이고 통일된 기준도 없는 상태다. 안주석 교통안전연구소장은 “그래픽으로 시험장을 재현한 일종의 게임에 불과하다”며 “시뮬레이션 기기로 운전을 배우는 건 전자오락기로 배우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 교습은 불법이지만 시뮬레이션 체험 업체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그곳에서 이뤄지는 행위가 운전 교육인지 단순 기기 활용 방법인지는 해석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현장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운전학원이 성행하는 데는 ‘물 시험’ 지적을 받아온 면허시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운전교육 필수 이수 시간이 13시간인 데 반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50시간으로 한국의 4배에 달한다. 필기시험도 다른 나라에 비해 합격선이 낮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시뮬레이션 기기의 장점도 있기 때문에 공인받은 프로그램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기준을 만들어 사각지대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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