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오비맥주 ‘동맹’…청주 폐기물 갈등에 K주류 심장부 흔들리나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청주 현도산업단지 내 폐기물 선별시설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핵심 생산거점을 위협하는 산업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양사는 공장 폐쇄·이전까지 거론하며 배수진을 친 가운데, 위생 리스크와 법적 책임 부담이 공급망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양상이다. 주류업계의 부진한 업황 속에서 생산 거점까지 흔들릴 경우 국내 주류 공급망 전반에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26일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에 따르면 양사는 청주시에 사업 계획의 전면 재검토와 공사 중단을 촉구하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공장 폐쇄 또는 이전을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추진 중인 폐기물 선별장 부지는 오비맥주 청주공장에서 약 350m, 하이트진로 청주공장에서 약 900m 거리에 위치해 식품 제조 환경에 치명적인 위생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산업단지의 설립 취지 훼손과 절차적 결함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지목된다. 1994년 조성 당시 이곳은 식음료 기업 유치를 위해 유해 물질 배출 업체를 제한하는 무공해 산단을 지향했다. 그러나 최근 청주시가 산단 내 발생 폐기물 처리를 목적으로 했던 유휴 부지를 시 전역의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는 광역 선별시설로 용도 변경하면서 기업들과 정면 충돌했다. 입주기업협의회는 청주시가 사전 협의는 물론 환경영향평가법·산업입지법 등 필수 법적 절차도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기업체협의회는 집행정지 신청 기각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하는 등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청주시는 해당 시설이 현대화된 재활용 설비로 환경 영향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접점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K주류’ 심장부 청주공장…공급망 타격 우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근로자들이 25일 충북 청주시청 앞에서 현도산단 내 폐기물 선별장 건립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각사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주류업계의 긴장감이 커지는 것은 제조사가 짊어져야 할 법적 책임과 경영 리스크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외부 오염 물질로 인한 위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는 귀책 사유가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폐기물 시설과 같은 외부 오염원은 기업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어 무결성 입증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악취나 바이오에어로졸 등이 생산라인에 미세하게라도 유입될 경우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유지가 어려워지고, 이는 대규모 제품 회수(리콜)와 브랜드 신뢰도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하이트진로 청주공장은 국내 소주 수급을 지탱하는 핵심 생산기지로 꼽힌다. 공시에 따르면 2025년 해당 공장의 연간 소주 생산능력은 32만8693㎘로, 전체 생산량의 약 30.1%를 차지한다. 73.8%의 높은 가동률로 ‘참이슬’과 ‘진로’를 생산해 전국에 공급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비맥주 청주공장 역시 이천·광주와 함께 전국 3대 생산거점으로 ‘카스’와 ‘레드락’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업황 부진 속 ‘설상가상’…자산 손실 불가피

이번 사태는 전반적인 주류 소비 침체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업계 부담을 한층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주류 출고량은 전년 대비 2.6% 감소하며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특히 공장 이전이나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자산손상차손 인식이 불가피해 재무적 타격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하이트진로 청주 소주공장에 투입된 고정자산(토지, 건물 등)의 장부가액만 약 1052억원에 달한다. 이는 연간 순이익의 2.5배를 상회하는 규모로, 자산 가치가 훼손될 경우 즉각적인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비맥주 청주공장 역시 이천·광주 공장과 함께 전국 3대 생산 거점이자 중부권 물류의 핵심 기지다. 특히 세 공장 가운데 유일하게 맥아를 생산하는 제맥 공정을 보유하고 있어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양대 주류 기업의 핵심 생산거점이 동시에 위축될 경우 국내 주류 공급망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 지역 공장을 통한 대체 생산은 가능하지만, 물류비 증가 등 추가 비용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 생산시설 인근에 오염 유발 시설이 들어설 경우 가동 중단 리스크를 상시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우회 공급에 따른 비용 증가와 운영 비효율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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