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읽기] ‘파산’과 ‘회생’ 사이에 놓인 그 미묘한 균형점을 찾아 가 보니
1억원이 부도나 회생절차를 신청한 제약사. 이로 인해 멈춘 주식거래로 2024년 말 기준 2만163명의 동성제약 소액주주들은 매우 당황스럽다.
동성제약은 ‘정로환’이란 이름으로 1975년 설립된 역사 깊은 중견 제약사다. 하지만 지난 4월 자산총계 1519억원의 동성제약은 1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했고, 상장사로서는 보기 드문 ‘부도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흐름이 경영권 분쟁 와중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최대주주 이양구 씨는 지분을 헐값에 브랜드리팩터링이란 회사에 넘겼고, 새로운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은 경영참여를 예고했다.
거래정지는 예고도 없이 찾아왔고, 개미투자자들은 주식을 팔 수도 없는 채 불안 속에 갇혀 있다.
2025년 1분기 동성제약이 공시한 재무제표를 보면, 단순히 ‘회생’이라는 상황과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이 회사가 2024년 기말 기준의 재무제표와 3개월의 시간 차이뿐이지만 분기보고서의 숫자들은 흥미로운 메시지를 암시하고 있다.
‘회사는 진짜 무너졌는가? 왜 경영진은 수많은 공시사항을 쏟아 내는가?’ 외부에서 보았을 때는 의심스럽다. 직접 공개된 숫자로 진실을 탐색해 볼 뿐이다.

손익계산서부터 보면, 회사는 매출 263억원에 매출총이익 125억원을 기록했다. 이익률만 보면 준수하다. 문제는 비용 구조다. 1분기 '판매비와관리비'는 118억원으로, 거의 매출총이익에 육박한다.
영업이익은 고작 7000만원에 불과하고, 금융비용은 49억원에 달한다. 이자 때문에 벌어도 손에 남는 게 없는 구조다. 결국 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수익성 개선보다 구조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재무상태표에서는 회생절차를 실시한 만큼 차입금 등 실질적인 부채 관련 사항을 점검해야 한다. 부채총계 약 1127억원 중 단기차입금이 383억 원,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교환사채가 약 200억 원 이상을 차지한다.
단기성 비정형 부채가 과도하다는 건, 주가에 따라 부채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위험요소가 된다. 그러나 기업은 손익이 안 좋고, 재무상태가 불안정해도 현금이 풍부하면 버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현금흐름표'는 직관적으로 현재 동성제약의 대응 상태를 잘 보여준다.

동성제약은 영업현금흐름 –114억원으로 유출이 컸지만, 단기대여금 회수(38억원)와 전환사채 발행(199억원), 자기주식 처분(20억원) 등 재무활동현금흐름 덕에 잘 버티고 있으며, 기말 현금은 76억원이다. 즉 일시적으로 현금은 늘었지만, 벌어들인 게 아니라 응급처치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재무제표 숫자는 이렇게 말한다. “당장 버틸 순 있지만, 회복이라 부르긴 이르다.”
동성제약의 재무제표로만 본 기업가치를 따져보면 불안정한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 효율적인 경영환경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거래정지가 풀리고,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많은 말과 뉴스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제표를 이용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파산’과 ‘회생’ 사이에 놓인 그 미묘한 균형감을 찾아 가는 것이다. 1분기 수치는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그 위기 속에서 나름의 ‘버티기’가 전개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경영진이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동성제약의 주요 주주 구성 구도에서 진짜 의결권은 누구에게 안겨질까? 소액주주가 지닌 지분은 약 70%에 육박하며, 지분율로는 다수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이 회사의 방향을 좌우할 힘을 가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양구 씨는 지분을 매각했지만, 2년 내에 다시 살 수 있는 환매조건(콜옵션)을 가지고 있다. 나원균 대표는 유상증자,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자 한다. 브랜드리팩터링은 경영진 교체를 준비 중이다.
양측의 수 싸움은 ‘완결된 게임’이 아니라 ‘진행 중인 체스판’이다. 회생절차를 통해 거래정지 중이지만 이후 다시 주식거래가 재개되면, 주가는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경영권 분쟁, 유상증자, 이사 선임, 회생계획 인가 등의 이벤트가 줄줄이 기다리는 종목은 단기 매수세가 몰리기 쉬운 구조다. 외부 투기세력은 바로 이 점을 노린다.
거래 재개 직후 몇몇 ‘호재성 기사’가 터지고, 주가가 상한가를 향해 치솟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회사의 본질적인 수익성과 지배구조 안정과 무관하다면, 그 반등은 반짝 불꽃에 불과하다.
동성제약에 묶인 기존 주주라면 조심해야 한다. 회생은 회복이 아니라 재정비다. 쉽게 설명하자면 누군가 반등을 설계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출구를 설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무제표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회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아직 회복도 시작되지 않았다. 기존 주주는 이번 거래정지가 ‘구조의 리셋’인지 ‘투기의 한 수’인지, 숫자를 통해 먼저 판단해야 한다. 투자란 감이 아니라 근거 위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