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심장사상충 치료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2024. 10. 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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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범의 펫폴리]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제’ 항목, 기존 11개에서 20개로 확대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예방, 다들 잘 하고 계신가요. 모기의 흡혈로 전파되는 심장사상충은 반려동물 심장과 폐동맥에 자리 잡아 심하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매우 위험한 기생충입니다. 지난해 충청남도동물위생시험소가 동물보호센터 유기견 116마리의 심장사상충 항원을 검사한 결과 양성률이 18.1%를 기록했습니다. 국경없는수의사회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시행한 전염병 검사에서도 심장사상충 양성률이 15.4%였으며, 경상북도동물위생시험소의 2019~2021년 총 1502마리에 대한 검사에서도 양성률이 21%로 나타났습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항목이 기존 11개에서 20개로 확대 시행된다. [GettyImages]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 홈페이지에서 확인

이처럼 국내에서는 반려동물 심장사상충이 많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기른다면 심장사상충 예방은 필수라고 할 수 있죠. 간혹 심장사상충 예방을 모기가 활동하는 여름에만 하는 분들이 있는데, 1년 내내 예방해야 합니다. 모기 활동 기간이 늘어나 겨울에도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에서 모기가 확인되는 것은 물론, 예방약 투약 과정에서 실수 또는 사고 등으로 예방이 잘 안 되거나 정확한 투약 간격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적잖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심장사상충 예방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먹이는 약도 있고 등에 바르는 약도 있으며 한 번 주사하면 6개월 또는 12개월간 약효가 지속되는 주사약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꽤 많은 보호자가 "심장사상충 예방약 비용이 다르다"고 불만을 제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특허를 받은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카피약)의 가격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수입 및 판매하는 글로벌 제약사 약과 국내 제조사 약 가격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죠. 또 제조사에 따라 원가도 모두 다릅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내년부터 심장사상충 예방약 가격에 불만을 가진 분들이 참고할 만한 자료가 공개된다는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적 있는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항목 확대'가 최근 확정된 데 따른 결과입니다.

1월부터 시행된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제'에 따라 모든 동물병원은 일부 진료비를 미리 게시하고 있습니다. 게시한 진료비 이상으로 비용을 청구할 수 없죠. 다만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항목은 초·재진료, 입원비, 개·고양이 백신접종비(개 종합백신, 고양이 종합백신, 광견병백신, 켄넬코프백신, 인플루엔자백신), 전혈구 검사비 및 판독료, 엑스선 촬영비 및 판독료 등 11개 항목뿐입니다. 앞으로는 여기에 개 코로나바이러스백신비와 혈액화학검사비, 전해질검사비, 초음파검사비(복부초음파 기준), CT 촬영비, MRI 촬영비, 심장사상충 예방비, 외부 기생충 예방비, 광범위 구충비 등이 추가돼 게시항목이 총 20개로 늘어납니다.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항목 확대가 시행되는 시점은 2025년 1월 1일입니다. 즉 내년 1월부터 각 동물병원은 20개 항목 진료비를 병원 접수창구나 진료실, 온라인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야 합니다. 정부는 동물병원이 게시한 진료비를 전수조사해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 홈페이지(www.animalclinicfee.or.kr)에 지역별로 최저·최고·평균·중간 가격이 공개되는데, 현재 전국 4159개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2024년도 진료비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심장사상충 예방비를 비롯해 동물병원 진료비 수준을 대략적으로 알고 싶은 분들은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 홈페이지를 미리 참고하면 됩니다.

제조사별로 약 가격 달라… 혼란 가능성↑

다만 여전히 큰 문제점이 남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료비 게시 및 공시가 오히려 반려동물 보호자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심장사상충 예방비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심장사상충 예방약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심지어 같은 제품도 체중별로 금액이 다르며, 동일한 성분의 약도 제조사에 따라 원가가 다른 상황에서 '심장사상충 예방비'(1회 투약·조제 기준)를 게시해야 한다면 동물병원은 과연 어떤 금액을 게시할까요. 작은 글씨로 모든 제품의 체중별 가격을 다 적거나, ◯◯◯~△△△원처럼 범위로 금액을 적어야 하는데, 이 경우 보호자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진료비 조사 때도 큰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료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지역별 가격도 부정확한 정보가 됩니다. 정부가 소비자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역효과만 유발하는 셈이죠.

많은 전문가가 '진료비 게시항목 개수 늘리기'에만 집착하지 말고 반려동물 보호자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방안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해왔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항목만 20개로 확대됩니다. 제도 시행까지 몇 달 시간이 남아 있는데요. 그 기간 보호자들의 혼란을 줄일 방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보호자들도 제도가 어떤 문제점을 가졌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동물병원 진료비를 찾아볼 때 잘못된 해석을 하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 홈페이지에서 지역별 최저·최고가격은 무시하고 평균이나 중간 가격을 참고하는 게 나아 보입니다.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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