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등 2008년처럼 백기사”···“침체 더 빨리 올 수 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중앙은행에서 537억 달러 규모의 크레디트라인을 개설하고 JP모건체이스와 씨티 같은 월가 큰손들이 위기에 빠진 퍼스트리퍼블릭뱅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2.48%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76%, 1.17% 뛰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CS 자금지원과 퍼스트리퍼블릭 지원 등에 급등, 한때 연 3.58%까지 올랐고 2년 물 국채도 4.22%대로 상승했습니다.
당초 퍼스트리퍼블릭을 포함해 상당 수 지역은행들이 이날도 흔들렸죠. 이후 월가가 자체 구제에 나서면서 반등을 이끌어냈습니다. 단, 같이 봐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했습니다. 오늘은 퍼스트리퍼블릭과 CS 후속, 기준금리와 시장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우선 퍼스트리퍼블릭부터 보죠. 이날 퍼스트리퍼블릭은 개장 후 3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팩웨스트뱅크코퍼레이션도 장중 -24.5%를 기록했는데요.
어제 스위스 중앙은행의 CS 긴급 진화가 있었는 데도 진정이 안 된 겁니다. 중장기로는 몰라도 최소한 다음 날은 약발이 들어야는데 그렇지 못했는데요. CS만 해도 이날 19.15% 상승했습니다. 미국 일부 지역은행에 뭔가 있었던 것이죠. 앞서 S&P는 퍼스트리버블릭의 신용등급을 ‘A-’에서 투자부적격인 ‘BB+’로 낮췄는데요.
결국 월가가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지원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대형 은행들이 300억 달러의 예금을 공동조성해 퍼스트리퍼블릭에 예치하는 건데요.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 웰스 파고 같은 빅4가 각각 50억 달러,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각 25억 달러, PNC 포함 5개사가 10억 달러를 갹출하기로 했는데요. 최소 120일 맡기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퍼스트리퍼블릭의 자산이 2130억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입니다.
유동성 공급 측면도 있지만 “대형 은행이 맡길 정도니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려는 의도인데요. 이는 확실히 시장에 도움이 됩니다. 상징적 의미도 있구요. 이날 퍼스트리퍼블릭은 최종적으로 9.52% 상승했고, 팩웨스트뱅크도 0.7% 올랐습니다. 증시가 상승 마감한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다만, 위기 측면에서만 보면 위험이 조금 더 높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민간 금융사가 나섰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위기 때 쓸 수 있는 다음 단계의 카드를 하나 더 뽑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2008년 JP모건은 베어스턴스와 워싱턴 뮤추얼을 인수하면서 백기사 역할을 했죠.
공동예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업계가 추가로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보여주는데요. 미국 정부는 예금전액보장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융사 보유채권 액면가 대출이라는 수단을 쓴 뒤에도 예금자와 투자자를 100% 안심시키지 못했습니다. 특히 퍼스트리퍼블릭은 연준과 JP모건에서 700억 달러의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했던 곳인데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은행 시스템이 건전하다고 재확인한다”고 했지만 이날 지역은행 주가에서 보듯 CS가 흔들린 뒤에는 위험수준이 크게 높아졌죠.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월가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듯한데요. 처음에는 대형 은행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나 증자참여 얘기도 나왔지만 막판에 쏙 들어갔지요. 금융 여건이 좋지 않은데 지원에 나설 경우 주주 반발과 소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건은 금융위기 때 부실사 인수 뒤 소송에 시달렸고 정치적 압력을 받았다”며 “제이미 다이먼 CEO는 이후 정부가 주도하는 거래를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는데요.
물론 이번 퍼스트리퍼블릭 지원 건도 관주도이긴 합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는 건데요.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퍼스트리퍼블릭 지원을 조율했다(orchestrated)”고 했는데, 좋게 말하면 조율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압력(팔 비틀기)입니다.
이 정도 선에서 시장이 안정되는 게 최선입니다. 월가도 계속해서 공동예금을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근본적인 치유방안도 아닙니다. 여기서 안 되면 다음 단계로 가야만하는데요. 대응 수단이 많고 세질수록 위험도 함께 높아집니다.
현재 전반적인 자금조달 시장이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시장불안과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에 수익성이 나빠지고 대출 부실마저 커지면 은행들도 증자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요. 이번 주에는 오마트 테크놀로지라는 기업 한 곳만 3억 달러를 조달했다고 합니다. 세스 루빈 스티펠의 주식자본시장 헤드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명확히 주식 신규발행을 어렵게 한다”며 “투자자들이 새 자본을 기꺼이 투입하기 전에 시장이 지속적으로 안정될 필요가 있다”고 봤죠.
연장선에서 발등의 발을 끈 CS가 같은 스위스계 은행인 UBS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같은 금융당국의 입김 아래에 있는 은행이 아니면 인수를 원하는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반증이기도 한데요. 키안 아부호세인 JP모건체이스 애널리스트는 CS의 앞날로 △UBS 인수 뒤 상장 및 분사 △스위스 중앙은행의 인수 △투자은행(IB) 업무폐쇄 및 자체 구조조정 등으로 제시했는데, 이중 첫번째가 유력하다고 봤습니다. 두 당사자는 반대하고 있지만요.
JP모건은 CS의 문제를 “시장 신뢰에 관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듯 무너진 신뢰와 영업기반은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요. 앙케 레인겐 RBC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는 “스위스 중앙은행이 CS에 유동성을 제공하고 지원해주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CS는 신뢰를 회복하는 게 핵심이다. 지원조치는 어려움이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했죠.
CS는 이날 주가는 뛰었지만 채권가격은 또 하락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자금지원 소식 뒤인 목요일, ECB가 금리를 0.5%p 올리면서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다시 커지고 채권가격이 하락했다”며 “2026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은 15.5센트 떨어졌는데 이같은 모습은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는데요.
금융시장도 마찬가집니다. 한번 금이 가면 또다른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게 되죠. 포르타 어드바이저의 비트 위트만 회장은 “가장 약한 고리에 금이 갔고 이것은 아마도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이제 정말로 정책담당자들은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유동성을 공급해야 할 때”라고 했는데요.
봐야 할 것은 당국자들 앞에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산이 또하나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전해드렸듯 스위스 중앙은행이 적극 개입해 CS 문제를 일단 막자, ECB는 이날 기준금리를 0.5%p 인상했는데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파월은 “ECB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흔들리지 않았고 0.5%p를 고수했다. 시장상황이 안정된다면 여름 때까지 0.25%p씩 올릴 것으로 본다”며 “은행권 문제가 지속되면 언제든 갑작스럽게 중단될 수 있긴 하다”고 설명했는데요. ECB는 추가 금리경로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습니다.
ECB의 움직임에서 다음 주에 있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관한 실마리를 하나 얻을 수 있는데요. ECB는 금리는 올리면서 “필요 시 은행 시스템에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문을 열어놨습니다. 이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이 연준에 조언한 투트랙, 즉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싸움대로(0.25%p 인상)하고 은행 문제는 별도의 지원책을 통해 한다는 것과 비슷해보입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3시 현재 3월 0.25%p 금리인상 확률이 80.5%로 다시 급격하게 높아졌는데요. 동결은 19.5%입니다. ECB가 0.5%p를 선택하면서 연준은 0.25%p를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는데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A+를 받게 됐다"며 “다음 주 연준이 0.25%p를 올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다니엘 이바스친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연준이 다음 주에 0.25%p를 올릴 것 같다”고 내다봤죠.
페드워치상 금리인상 확률이 지금으로서는 높지만 이는 시시각각, 매일 사건에 따라 확률이 바뀌기 때문에 지역은행 상황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데요.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주 금리가 어떻게 될지는 좀 더 봐야 한다”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죠.
조셉 라보르냐 SMBC 니코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처럼 “만약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원해 금리를 올린다면 그것은 실수”라며 “연준은 옵션을 원할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인상을 중단하고 양적긴축(QT)도 중단하고 상황을 보는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날 나온 경제지표는 금리인상 쪽을 지지했습니다. 지난 주(3. 5~3.11)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9만2000건으로 블룸버그 집계치 20만5000건을 밑돌았습니다.
전주 20만 건을 넘었던 신규 청구건수가 다시 20만 건 아래로 내려왔죠. 지난 주 뉴욕의 방학에 청구건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럴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는 168만4000건으로 나왔는데요. 월가 전망치는 172만3000건이었죠.
앞으로 빠른 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아직은 미국의 노동시장이 견고함을 보여주는데요.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어쨌든 CS 사태 이후 커져가는 리스크를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은행권의 불안이 번지면서 대출이 냉각돼 침체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며 “소매업체들은 힘든 한 해를 예상하면서 경기침체 대응 매뉴얼을 꺼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소프트랜딩 확률을 가장 높게 치는 골드만삭스조차 이날 침체 확률을 35%로 이전보다 10%p 높인다고 밝혔죠. 샘 스토발 CFRA 수석 시장전략가는 “은행들이 대출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작년 10월의 최저치가 유지되느냐가 중요하다. 이것이 깨지면 S&P500이 32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는데요.
증시 상황 더 보죠. 제이 햇필드 인프라 캐피털 매지니먼트 CIO는 “크게 움직이려고 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면 다음 주 말까지 중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는데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21일부터 22일까지 FOMC가 있고 금요일에 영업정지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건데요. 영업정지 부분은 그런 경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금요일 영업이 끝난 뒤거나 거래가 없는 주말(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전격적으로 발표하죠. 금요일에 하면 주말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조금 더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투자자들은 약한 은행을 먹잇감으로 찾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는데요.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 사장 출신인 그레그 플레핑 록펠러 캐피털 매니지먼트 CEO는 “2008년과 비슷한 것은 누가 다음으로 가장 약한지를 찾아내 시장이 사냥하는 것”이라며 “예금보장이 안 되는 예금이 많은 곳들이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어제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공매도가 지역은행에 쌓이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공매도 부분이 시장의 혼란을 더 키우는 부분이 분명 있겠습니다.
채권변동성도 지속하고 있는데요. WSJ은 “국채 시장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ICE BofA Move 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전했습니다.
연준은 은행들이 재할인창구를 통해 1528억5000만 달러, 은행 유동성 지원을 위한 새로운 기금(BTFP)를 통해 미국 은행들이 119억 달러를 각각 빌려갔다고 밝혔는데요.
월가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의 모습이 나오는 것은 발빠른 대응으로 보여 좋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상황이 좋지는 않다는 의미가 됩니다. 많은 이들이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확실히 위기의 전반적인 수준이 올라갔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너무 비관적이지는 않되, 냉철한 시각을 가져야 할 때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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