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노 갈등 심화…초기업노조 줄탈퇴 속 DX부문 공동대응 철회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노조 파업 결의대회에 등장한 투쟁 깃발 /사진=유호승 기자

삼성전자 내부의 노사분쟁이 노동조합 간 세력다툼과 직군별 이해관계 충돌로 번지며 ‘노노(勞勞)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에 편중된 노조활동과 보상 요구에 소외감을 느낀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조합원들의 줄탈퇴로 노조의 연대전선은 사실상 와해된 상황이다.

“반도체만 챙기나” 뿔난 DX 조합원들

삼성전자의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에서는 최근 DX 부문 조합원들의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보상 불균형과 노조의 편향된 목소리 탓이다.

그동안 초기업노조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과격한 행보에 맞서 ‘합리적 연대’를 표방해왔다. 지난달 23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파업 결의대회 역시 평화적으로 마무리하며 총파업 추진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초기업노조가 DS 부문 중심의 '성과급 상한선 폐지' 등만 요구안에 포함하면서 노노 갈등이 시작됐다. 노조 측은 DS 부문에 영업이익의 15%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한 반면 DX 등 비반도체 부문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소외감을 느낀 DX 조합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7만6000명대였던 초기업노조 조합원은 이달 4일 오전 기준 7만4000명대로 줄었다. 6일 만에 약 2000명이 빠져나간 셈으로 탈퇴 인원 대부분은 DX 부문 소속이다.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파업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호승 기자

DX 주축 동행노조, 공동대응 철회

사업 부문 간 소외감은 개인의 탈퇴를 넘어 조직적 결별로도 이어졌다. DX 부문을 주축으로 한 삼성전자노조동행은 4일 초기업노조 및 전삼노와의 공동대응 체계에서 전격 탈퇴하며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동행노조는 공문에서 '특정 부문(DS)의 이익만 대변하는 투쟁에 더 이상 동참할 수 없다'며 'DX 부문 근로자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우리만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동행노조 가입자 2300여명 중 약 70%는 DX 소속이다.

‘사분오열’ 노조, 노사 협상 새 변수

삼성전자 노조가 초기업노조·전삼노와 동행노조로 갈라지면서 노사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투쟁방식에서 이견이 큰 초기업노조와 전삼노 간 공동전선도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초기업노조는 전삼노가 파업 결의대회에서 경영진을 조롱하는 행태를 보이자 경찰에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합리적 합의를 원하는 초기업노조 입장에서 전삼노의 과격 행위는 협상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활동에 내부 조합원들은 물론 국민 역시 등을 돌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일조직이 무너진 노조가 파업 추진의 동력을 잃어 이달 총파업을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운동의 생명은 연대와 결집이지만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내부 이해관계 충돌로 자중지란에 빠졌다”며 “DX 부문 조합원의 대규모 이탈은 노조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향후 추진할 총파업의 동력을 잃게 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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