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천 여행지

가을이 깊어지기 전,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과거의 흔적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입장료 없이, 별다른 장비 없이, 편안한 복장만으로도 걷기 좋은 이곳은 오래된 성벽이 청주의 시간을 품고 있다.
청주를 대표하는 역사 유적이자 지역민의 산책 코스로도 손꼽히는 ‘상당산성’이 그 주인공이다. 둘레가 4.4km에 이르는 이 산성은 멀리서도 성벽의 형태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위용을 자랑한다.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적합하지만,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역사적 방어시설이라는 점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 수 있다.
9월, 선선한 바람 속에서 무너진 장대 터와 복원된 성문을 따라 걷다 보면 현재와 과거가 겹쳐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청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상당산성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상당산성
“입장료 없이 즐기는 역사 탐방지… 전통한옥마을·복원 문루까지 조성”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성내로 70에 위치한 ‘상당산성’은 삼국시대 백제 시기의 성곽에서 유래된 석축산성이다.
포곡식 구조로 축조된 이 산성은 당시 전략적 방어 기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으며 전체 둘레는 약 4,400미터, 성 내부 면적은 12.6헥타르에 달한다.
산성 축조의 기원은 백제시대로 추정되며, 김유신의 셋째 아들 김서현이 서원술성을 쌓았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이후 임진왜란을 거치며 조선 선조 때 개축되었고, 숙종 42년인 1716년에는 기존 토성 위에 화강암을 사용한 석성으로 개조되었다.
상당산성은 동문, 서문, 남문 등 총 3개의 주요 성문과 함께 2개의 암문, 수구 3개소를 갖춘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은 무사석을 사용해 정방형으로 단단히 쌓아 올렸으며 문루가 있었던 흔적도 남아 있다.

현재 남문은 문루가 복원된 상태로 관람이 가능하고 동문과 서문은 석축만 남아 있다. 문루 위에서 바라보는 성 내부는 한때 연못, 관청, 사찰, 창고 등이 자리했던 공간으로, 당시 방어와 행정 기능이 동시에 이뤄졌던 흔적이 엿보인다.
성벽은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석재를 수직에 가깝게 쌓고, 그 안쪽에 흙을 채우는 내탁공법으로 축조되었으며 평균 높이는 4.7미터에 이른다.
상당산성은 단순한 군사시설을 넘어 청주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성곽이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형태로, 멀리서도 띠처럼 둘러진 성벽이 뚜렷하게 보인다.
성내에는 조선군이 훈련하던 동장대와 서장대의 터가 남아 있으며 그중 동장대는 1992년에 복원되었다. 동문과 남문 인근에는 성 밖과 연결되는 암문이 있으며 동남쪽에 있었던 수구는 현재 저수지가 조성되어 있어 당초 기능은 사라졌다.

현재는 성벽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는 탐방로가 조성돼 있어 전 구간 탐방이 가능하다.
성곽 탐방을 마치면 성내에 조성된 전통한옥마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지역 전통주와 빈대떡을 맛볼 수 있는 식음 공간이 운영 중이며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상당산성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없다. 주차시설이 마련돼 있어 차량 접근이 용이하고, 성내에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해 언제든지 현장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천년의 시간을 따라 걸으며 청주의 역사적 상징을 마주하고 싶다면, 9월의 상당산성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