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치프(MSCHF), 발칙한 상상으로 세상을 디자인하다

[생생 디자인] '어이없는' 세상의 규칙과 통념을 통쾌하게 부수는 미스치프의 '성공 열쇠'

얼마 전 홍대에 위치한 라이즈 호텔(RYSE Hotel)이 미스치프(MSCHF)와 콜라보 작업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라이즈 호텔은 가장 힙한 홍대에 위치한 힙한 호텔로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함께 많은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컨셉의 객실을 선보이는 곳이다. 이번 미스치프(MSCHF)와 협업하여 ‘베드(BED) 2525 프로젝트'를 진행해 '큐레이터 스위트룸'을 런칭하였다.

홍대입구에 위치한 라이즈호텔. / 라이즈호텔

궁금했다. 이번엔 또 어떤 창의적인 미친짓을 미스치프가 해냈을까?

살펴보니 미스치프의 작품 11점이 객실에 전시돼 있고 투숙객은 한 공간에서 미스치프의 멋진 작품들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특히나 재미난 포인트는 호텔이라는 특성에 맞게 엄청 긴~~~ 롱베드(침대)를 만들어 직접 그 위에서 피곤한 몸을 누일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롱베드의 길이는 어마어마해서 온가족이 한 번에 잠을 청해도 될 듯해 보인다.

큐레이터 스위트룸의 롱 베드. / 라이즈호텔

미스치프가 대체 누구야?

이제는 아는 사람이 많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대체 미스치프가 누구길래 홍대 한복판 호텔에 이리도 이상한 - 길쭉한 침대를 만들어 놓았을까?’라고 여길 것이다.

미스치프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회사? 브랜드? 다소 설명하기 어려운 예술 프로젝트 집단이다.

미스치프는 2019년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그룹으로 현재 30여명의 직원 or 예술가(??)들이 있다.

MSCHF는 ‘Mischief’ (장난기, 말썽)을 살짝 비틀어 만든 이름이다. 이름부터 장난기가 가득하다.

장난기 가득한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세상을 참 ‘어이없게’ 만든다. 이들은 기존의 규칙이나 통념을 통쾌하게 깨뜨리고, 사회적 이슈를 비틀어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이들은 2주마다 웹사이트를 통해 ‘드롭(Drop)’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이다. 그들의 프로젝트는 유머와 윗트를 기반으로 특정 상품이나 장르가 아닌 물리법칙안에 존재하는 우주의 이야기가 그들의 소재이며, 그 결과물은 예측불가능하다.

미스치프의 작품(들). / 대림미술관

그들의 대표작 ‘지저스 슈즈’와 ‘사탄 슈즈’

지저스 신발은 나이키 에어맥스 밑창에 요단강 성수 60cc를 넣고 십자가를 달아 만든 운동화다.

판매 가격은 1000달러였는데 바로 솔드아웃이 됐다. 엄청난 인기몰이에 목회자들도 구매하고, 당시 구매하지 못한 고객들은 리셀시장에 이 제품이 올라오자 8000달러에 구매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지저스 슈즈의 성공에 힘입어 그들은 사탄 슈즈까지 만들었는데, 요단강 성수대신 실제 사람의 피를 한방울 넣었다.

사탄을 상징하는 666켤레를 만들어 1018달러라는 고가에 판매하였는데 1분만에 완판되었다.

1018달러는 성경의 누가복음 10장 18절에 사탄 이야기가 나온다 - ‘누가복음 10장 18절 :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 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

그러나 나이키는 자사 제품에 원치 않는 이야기를 심어서 장난질(?) 하는 미스치프가 괘씸해 고소를 하였고, 미스치프는 예술 작품으로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으나 결국 나이키가 승소해 666켤레를 전량 회수하기에 이른다.

미스치프는 비록 소송에는 졌지만, 이를 통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의 승자가 되었다.

SEVERED SPOTS(88개의 점) - 데미안 허스트 작품으로 '대동강 물장수'

SEVERED SPOTS. / 한백영

SEVERED SPOTS은 미스치프 작품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미스치프는 생존 작가 중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영국의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88개의 점’이라는 작품을 3만달러에 구매한다.

‘88개의 점’은 하얀 바닥에 동그라미 컬러가 88개 그려진 작품인데, 이를 구매하여 88개의 동그라미를 사각으로 정교하게 칼로 잘라내어 하나에 480달러에 판매한다.

역시나 바로 완판! 88개 X 480달러=4만2240달러. 3만 달러에 샀으니 꽤 남는 장사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잘리고 남은 부분을 경매하여 26만 달러에 판매했다고 한다.

후일담인데 미스치프는 데미안 허스트 작품을 사러 갔을 때, 갤러리 직원이 작품에 대한 정보나 가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3년 정도 지나면 2~3배 이상 가치가 오를 것이라며 자산 가치에 대해서만 신나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들은 돌아오면서 내일이면 그렇게 될거라고 여겼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겉으로는 예술품을 신성하겨 여기지만 속으로는 돈으로만 바라보는 그들에게 이 얼마나 통쾌하며 귀여운 복수인가.

필자는 예전 대림미술관의 미스치프 전시회를 방문하여 직접 작품을 본적이 있는데, 실제 작품을 보고 그 유쾌함과 번득이는 천재성에 한 참을 서서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이여 열광하라 - Times Newer Roman

왼쪽이 Times New Roman, 오른쪽이 Times Newer Roman. 동일한 내용이지만 우측의 글이 훨씬 많아 성실해 보인다. / 미스치프

미스치프는 서체도 개발했다.

리포트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들이나 회사원들을 위해서~. 세상에 없던 서체를 새로 개발한 것은 아니고 ‘Times New Roman’서체를 활용하였다.

‘Times New Roman’ 서체는 영국의 대표적인 신문인 더 타임스(The Times)에서 1932년에 개발한 세리프 타입의 서체로 가독성이 뛰어나며, 우리나라의 영어 교과서 및 수능 영어에 서체로도 사용된다.

그들은 기존에 영어권에서 많이 사용되는 서체인 ‘Times New Roman’의 자간과 평의 넓이를 넓혔다. 왜 넓혔을까?

그 이유를 알고보면 그 발칙한 짓에 미스치프가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Times Newer Roman’의 서체 특징은 자간이 원래 서체보다 넓어서 글을 쓰면 훨씬 페이지 수가 많아진다. 13%쯤의 부풀리기 효과가 있다. 기존 ‘Times New Roman’ 서체로 10페이지를 썼다면, 미스치프의 ‘Times Newer Roman’ 서체는 동일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11~12페이지로 늘어나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교수님께서 내준 리포트 작성 시 같은 수고로 더 많은 양적 효과를 얻어 성실한 학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스치프의 성공 열쇠 - 예술과 유머의 결합체

디자인을 풀어내는 수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대중의 마음에 거부감없이 녹아 들어가는 방법 중 하나는 단연 ‘유머’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그들의 모든 프로젝트는 예술과 유머가 결합되어 있다. 유머는 미스치프를 관통하는 미적 스타일이며, 미스치프만의 美(미)와 같은 것이다.

미스치프의 CCO(Chief Creative Officer) 루카스는 ‘유머는 어떤 컨셉이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달할 때 반응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도구’라고 했다.

유머나 풍자를 매개로 기존의 체계를 비틀고 권위에 도전해 무너뜨림으로 팬들에게 쾌감과 희열을 전하며 대중이 관심을 이끌어낸다.

그들이 또 다른 성공 열쇠는 스토리텔링이다. 정확히는 유머라는 핵심 키워드를 멋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2주마다 드롭되는 새로운 작품을 위해 새롭게 웹사이트를 구성하고, 작품 하나만을 위해 온전히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품의 콘셉트도 훌륭하지만, 그 스토리텔링은 작품을 더욱 돋보이고, 팬덤을 단단히 만들어 준다.

어떻게 그들은 창의적인 작업이 지속가능할까? 궁금하지 않은가? 이들은 도대체 이런 발칙한 짓이 어떻게 가능할까?

첫째, 아이디어 살리기!

미스치프의 백미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이다. 그들은 아이디어가 일상에 흐를 수 있는 환경을 구성했다.

아이디어 자체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아이디어의 구현 가능성을 따져본다. 이 아이디어가 구현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언제 출시해야 대중들에게 더 임팩트 있을까 등등을 따져본다.

또 아이디어가 숙성될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 그 때도 여전히 아이디어가 가슴뛰고 매력적이라면 그 때서야 머리속의 아이디어를 세상밖으로 꺼내는 것이다.

그리고 집단지성을 통해 그 아이디어를 실체화 한다. 구성원들 모두 각각의 관점이나 아이디어가 있을 텐데, 그에 대해 진심으로 존중한다.

구성원들은 미스치프 렌즈(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를 통해 얻어낸 아이디어는 구성원 모두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발전시켜 실체화된 지혜의 총체를 만들어낸다. 바로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또, 신기하기하게도 리서치(사용자 조사)를 하지 않는다.

기업 활동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리서치일 것이다. 우리의 고객이 누구이고, 그들은 어떤 지점에서 반응을 하는지, 어디에 그런 고객들이 존재하는지를 알고서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데 반해 미스치프는 리서치를 하지 않는다.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다는 자기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 더 중요한 관건이다. 일을 함에 있어 ‘느낌’에 바탕을 두고, 스스로가 관객이고, 스스로의 느낌, 감정에 부합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한다.

그것이 미스치프를 계속 미스치프답게 만들어 가는 힘일 것이다.

둘째, 두가지 핵심 원칙 지키기

미스치프에는 두 가지 내부 원칙이 있다. 이 두 가지 원칙을 통해 그들의 가치는 계속 이어진다.

아이디어가 미스치프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핵심이라면, 이 두 가지 원칙은 그 아이디어를 꽃피우는 실행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1.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들기 : 리서치를 하여 대중의 맘에 들기보다는 스스로의 맘에 드는 프로젝트만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컬러를 유지하는 큰 비결이다.

2. 자주 만들기 : 한 달에 무조건 두 개씩 만든다. 세상에 없던 결과물을 2주에 한 번씩 선보이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정이지만, 그들은 한 달에 무조껀 두번씩 출시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자주 만든다는 원칙(2주에 한 번)은 트리거 역할을 한다.(만들고 싶은 것만 만든다면 평생 습작만 만들다 끝날 수 있다.) 2주라는 장치를 만들어 놓지 않는다면, 자칫 게으름에 빠질 수도 있고, 반대로 부족한 완성도로 하세월일 수도 있는데, 이들은 완벽한 완성도 보다는 지속적인 성실함을 택했다.

마지막, 팀웍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서로 격려하며 함께 이끌어 가는 법을 터득했다. 30여명의 모든 구성원이 본질적으로 창작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로 이루어졌고, 그 밑바탕으로 끈끈한 유대감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통해 미스치프를 이끌어간다.

디자인과 유머 디자인의 여러 표현 방법 중, 단연 유머는 대중에게 가장 쉽고 즉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도구이다. 개인적으도 점잖게 잰체하는 것 보다는 유머와 위트가 있는 작품들을 선호한다.

디자인에서 뿐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유머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유머를 통해 팍팍한 요즘 세상에 미소를 머금께 한 미스치프에게 감사를 표한다.

(TMI : 미스치프의 C레벨 중 몇 사람(가브리엘(CEO), 케빈(CCO))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역시나 한국인의 풍자와 해학은 우주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