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망 문제 불거진 한전…'설비투자+자구책 이행' 이중고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2023. 11. 2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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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최근 변전소 '전압 강하' 사태…안전 관리 문제 도마
'200조' 부채 한전, 투자 여력 없어…자구책 이행 압박도
2036년까지 송전망 투자 약 56조원 예상…최종 소비자 부담해야
연합뉴스

총부채 '200조' 위기에 빠진 한국전력이 재무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경기권 일대 '전압 강하' 사태가 발생하면서 송전망 정비 필요성이 제기된다. 낡은 송‧배전망 교체 및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꾸준히 제기됐지만, 적자 해소를 위한 자구책을 이행해야 하는 한전 입장에선 설비투자 여력이 없어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송전선 설비 인근 지역 보상을 위한 재원이 기존 한전 예산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변경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기요금의 3.7%를 소비자들에게 부과해 모은 전력기금은 그간 노후 시설 교체와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등으로 활용됐다. 

송전선 설비 지역 관련 보상은 매년 약 1500억원 안팎에 달하는데,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인해 누적 적자가 약 45조원에 달하는 등 한전이 재무 위기에 빠지면서 정부가 이를 대신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지난 14일 경기도 일대에선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등 전력 관련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전에 따르면 해당 사고의 원인은 변전소의 개폐기 절연체 파손으로 추정된다. 짧은 순간 전압이 급속히 낮아지는 이른바 '전압 강하'로 인한 사고였지만, 전력 관련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설비 점검 및 투자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전은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구입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소매로 판매하는 역할도 하지만, 원전이나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국 각 지역으로 배분 후 전달하는 작업도 총괄하고 있다.

통상 원전은 우리나라 동부와 남부, 남서부 해안가 인근, 신재생에너지는 남서부 등에 자리 잡고 있지만 전력 수요는 대부분 수도권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운반하는 송전망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그동안 송전망 노후화 현상으로 교체와 함께 전력 수요 증대로 더 많은 송전망 신설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투자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해 3분기 약 2조원에 달하는 '반짝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당장 4분기부터는 재차 적자 늪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소매 가격은 소폭 인상에 그치는 등 '원가주의'를 지키지 못하면서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량은 지난해 약 555테레와트시(TWh)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발달로 오는 2036년에는 약 703TWh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황진환 기자


이를 위해 오는 2036년까지 송전망은 지금의 1.6배가 더 필요한데,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56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재차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불거지면서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전은 추가 투자는커녕 정상 운영조차 힘든 상태다.

실제로 장현우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은 지난달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이 적자로 예산이 부족해져 설비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송전망은 구축을 못하고 있고 배전에선 유지보수를 못 한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이달 초에 산업용 전기요금만 6.9% 인상했다. '역마진 구조' 개선 등 근본 대책 없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일었지만, 내년 총선 전까지 공공요금 인상 동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전망 관련 설비 투자라는 장기 대책에 앞서 한전은 '자구책 이행'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먼저 꺼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 당시 25조7천억원 규모 자구안에 더해 부동산 및 지분 매각, 인력 감축 등을 통해 내년까지 약 3조원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력 수요 급증에 따라 이를 운반하는 송전망 설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무 위기에 빠진 한전을 대신해 국가가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경우, 결국 민간 기업에 송전망 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넘기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송전망 수리나 신설 작업은 민간 기업이 하든, 국가가 하든 어느 쪽이 맡더라도 결국 전력 소비자들에게 해당 청구서가 날아오게 돼 있다"며 "국가가 부담하지 않으면 민간 투자를 받아 진행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기간 사업 민영화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도 "한전의 여건이 어려우면 전기요금 인상과 관계없이 정부 재정을 투입해 송배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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