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예금 금리가 쏜살같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중에는 최고금리 3%대 상품을 없앤 은행도 등장하고 있죠. 주된 이유로는 금리인하를 들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대출금리 인하는 미적거리고 있어 여론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예금 금리 인하 가속화… 사라지는 3%대 예금
신한은행은 20일부터 ‘예금금리 최고 2%대’에 돌입했습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쏠편한 정기예금(1년 만기)의 최고금리를 3.00%에서 2.95%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지난달에는 평균 3.04%로 취급했던 상품입니다.
KB국민은행도 뒤를 따랐습니다. 24일 자로 대표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1년 만기)의 최고금리를 2.95%로 내렸죠. 하나은행(하나의정기예금)도 2.95%입니다. 우리은행(WON플러스예금)은 아직 3%지만 2%대로 내려오는 건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하락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실제로 은행채 1년물 금리는 금리인하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11일 기준 3.218%에서 올해 2월 24일 2.833%까지 하락했습니다.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은행들은 25일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예금금리를 인하했는데요. 실제로 한은은 기준금리를 2.75%로 0.25%p 인하했고, 올해 한두차례 더 인하할 것을 예고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기준금리 내렸는데?’ 대출금리는 왜 오르나
예금과 달리 대출금리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이유로 지난해 연말까지 높여놓은 대출금리는 해가 바뀌고도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죠. 실제로 시중은행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시점보다 더 높은 수준입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우리은행이 취급한 가계대출의 평균금리는 4.90%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4.04%보다 1.13%p 높아졌죠. 반면에 같은 기간 예금 금리는 빠르게 인하되면서, 예대금리차는 0.56%p에서 1.95%p로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다른 5대 은행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신한은행도 예대금리차가 1.63%로 지난해 10월보다 0.86%p 벌어졌습니다. 1월에 취급한 대출금리는 4.90%에 달합니다. 지난해 10월보다 0.7%p 높아진겁니다.
NH농협은행(1.60%p), KB국민은행(1.22%p), 하나은행(1.26%p)도 지난해 10월보다 0.23~0.35%p 예대금리차가 늘어난 상황입니다. 5대 은행 가운데 대출금리를 낮춘 곳은 하나도 없고, 모두 최소 0.1% 이상은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금융당국 “대출금리 줄일 때 됐다” 엄포, 약발 들을까?
늘어나는 예대금리차에 금융당국에서도 날선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빌미로 이자장사를 한다’는 성토가 힘을 얻자, 그 빌미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벗기 위해선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죠.
실제로 지난 18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에서 “은행들이 신규대출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분명히 있다”며 대출 가산금리를 점검할 계획을 밝혔고, 21일에는 금감원이 20개 은행에 공문을 보내 가산금리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일에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며 “이제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됐다”고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두 달에 걸친 눈총에 시중은행도 비로소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28일부터 주담대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p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 부터는 신용대출 상품 금리도 낮출 계획을 밝혔습니다.
25일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에 반영되기 전이지만 선제적으로 반영한다는 취지입니다. 금융당국의 으름장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이 움직임이 시장 전반의 대출금리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