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아들, 백신 맞고 사지마비"..여전히 보상은 어렵다

김성진 기자 입력 2022. 8.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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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들 "입증 책임이 왜 국민 몫..약속한 국가책임제 실현하라"
김지용군(당시 26)이 2020년 11월30일 아버지 김두경씨와 제주 추자도에 가 낚시를 한 후 찍은 사진(왼쪽). 김두경씨는 "사춘기도 없었던 아들"이라며 "함께 산, 바다 안 다닌 곳 없을 정도로 친구같은 아들이다"라고 했다. 그런 아들은 지난해 3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척수염 등 진단을 받았다. 사지마비가 와 재활 중이지만 이따금 몸에 이상이 온다. 지난해 11월 아들은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팔다리 마비가 심해졌다. 가슴통증에 숨 쉬기도 힘들어 해 구급차를 타고 서울아산병원에 실려간 사진(오른쪽)./사진제공=김두경씨

지난해 3월4일 인천에 사는 김두경씨 부부에게 아들 김지용씨(당시 27)가 전화를 했다. 지용씨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며 "팔이 뻐근한데 걱정 말라"고 했다. 지용씨는 보름 전 작업치료사로 경기도 한 재활병원에 취직해 기숙사에 살고 있었다. 작업치료사는 중증환자들 재활을 돕는 직업이다.

당시 정부는 의료기관 종사자를 상대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하고 있었다. 지용씨는 입사 전 김씨와 충남으로 설경을 보러 다녀왔었다. 당시 지용씨는 "외국에서 백신 접종자 한 명이 또 사망했대요. 아빠는 백신 맞으라면 맞겠어요?"라 물었다. 김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니 맞아야 하지 않을까"라 답했다고 한다. 김씨는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그날 밤 10시쯤 지용씨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잠에서 깼다. 바닥을 구르며 토했다. 팔다리에 힘을 줄 수 없었다. 룸메이트가 이 모습을 발견해 지용씨를 응급실에 데리고 갔다. 지용씨는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다. 얼굴에도 마비증상 때문에 똑바로 말을 하는 것도 어렵다. "아들은 독감 등 예방접종을 수차례 받아도 부작용 한번 없었는데..." 김씨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작업치료사는 지용씨 평생 꿈이었다. "엄마처럼 아픈 사람 치료하고 싶다"는게 지용씨의 말이었다. 김씨의 부인은 지용씨를 출산하기 전에 낙상 사고로 5~7번 척추뼈가 부러져 쇠심을 박았다. 지용씨를 출산할 때 쇠심이 부러졌다. 향후 임신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씨 부인은 잦은 통증에 일년에 한두번씩 입원했다.

김지용군이 아버지 김두경씨 부축을 받아 해변을 걷는 모습. 김지용군은 매주 세 차례 집 근처 대형병원에 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사진제공=김두경씨

이제는 지용씨가 매주 세번씩 재활치료를 받는다. 다행히 마비 증세가 조금씩 나아진다. 하지만 지팡이 없이 돌아다니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 최근 밖에서 걷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졌다. 지용씨는 얼굴에 열두 바늘 봉합수술을 받았다.

지용씨는 코로나19 백신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현행 질병관리청 기준에 따르면 척수염과 뇌척수염, 길랭-바레 증후군은 인과성 인정 '4-1단계(근거 불충분)'에 해당한다. 길랭 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과 뇌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안면 마비, 심하면 사지마비 등을 유발하는 신경질환이다. 관련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국내외 문헌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료기관 종사자라서 백신을 맞았지만 산업재해도 인정받지 못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28일 산재 인정 요구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아들 사례가 질병관리청 기준 '4-1단계'에 해당한 점이 근거였다.

김씨는 "백신 피해 인과성 입증 책임도 피해자와 가족에게 있다"며 "약국·병원을 돌아다니며 필요 서류를 떼고 해외 문헌을 구해서 복잡한 서류 절차를 거쳐도 인과성을 인정받기 어려우니 심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정부 발표에서 빠진 1호 공약 '국가책임제'...전문가 "정부, 더 적극적이어야"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백신 부작용 보상 강화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지난달 '백신 피해보상 국가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피해보상금 확대 △피해자 범위 확대 두 가지다.

정부는 의료비 지원 상한액을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사망위로금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인상했다. 또 접종 후 42일 내 사망했다면 '사인 불명'이어도 위로금 1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백신 피해자와 가족이 모인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는 보상 강화가 '눈속임'이라고 한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코백회 회원 1430명 중 질병관리청 기준 1~4단계를 받은 회원은 5명 뿐"이라며 "인과성 인정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보상금 인상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했다.

사인불명 위로금 지급 기준을 '접종 후 42일'로 정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다. 유족들은 면역력 강한 청소년들의 경우 접종 42일 후 사망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예컨대 장성철씨(51) 아들 장지영군(당시 19)은 지난해 10월 화이자 2차 접종 72일 후 사망했다. 수능을 한달 앞두고 밤 11시까지 공부하다가 '오늘 유독 피곤하다'며 잠에 든 후 사망했다고 한다.

장씨는 "42일 기준에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고 했다. 질병청은 코로나19 백신 안정성위원회 등 국내 전문가들 의견을 반영해 42일 기준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 1호 공약인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를 이행하라고 요구한다. 국가책임제는 인과성 입증 책임을 정부가 지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백신 부작용은 다양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환자나 피해자에게 인과성 입증 책임을 떠넘기는 건 부적절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대선 당시 백신 접종 피해를 적극적으로 보상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부작용을 어떻게 인정하고 보상할지 구체적인 대책을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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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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