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무산된 데이터센터 터에 아파트 건립 결정 '특혜 우려'

김해시가 백지화된 데이터센터 건립사업 터에 대단지 아파트 건립을 결정하면서 대기업 특혜 의혹 비판과 사업 중단 요구 목소리가 팽배하다.

시는 데이터센터 건립사업 무산으로 1년 이상 공사 중지 상태였던 김해 NHN IDC & 스마트홈 도시개발사업이 새로운 사업 목적과 개발 계획으로 재개된다고 7일 밝혔다.

NHN IDC & 스마트홈 도시개발사업은 2020년 5월 부원동 3만 867㎡ 터를 데이터센터 건립지로 확정해 시작했다. 같은 해 6월 4일 경남도·김해시·NHN·HDC현대산업개발이 4자 협약을 하고 데이터센터 건립이 포함된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국공유지였던 사업 터를 2021~2022년 국토부·김해시·한국도로공사와 협의해 약 500억 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건설 경기 위축과 투자 환경 악화 등 외부 요인이 변화하면서 NHN이 약속을 파기하고 2023년 6월 2일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을 포기했다.

시는 애초 목적대로 사업이 불가능해지자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도시개발사업 인허가 취소를 위한 행정절차법상 청문을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청문 의견서에서 일반상업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지역 하향, 개발계획상 '공동주택 및 데이터센터'를 '공동주택'으로 변경, 220억 원 규모 공공기여 방안을 제안했다. 시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해시와 현대산업개발이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인 부원동 데이터센터 건립지(3만 867㎡ 터) 위치도. /김해시

이 결정에 주정영( 더불어민주당, 장유1·칠산서부·회현) 시의원은 "애초 5000억 원 투자와 500명 일자리 창출 등 공공성 목적으로 자연녹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사업승인된 NHN데이터센터 사업은 사라지고 넘쳐나는 아파트를 짓게 해주는 것은 대기업 이익과 입장만을 대변하는 김해시의 황당한 결정"이라며 "사업이 목적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당연히 사업승인을 취소하는 것이 공정이고 상식이다. 행정 신뢰도를 크게 훼손하고 이후 악용될 소지가 크므로 신중히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관(국민의힘, 북부·생림) 시의원은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특혜 시비 논란과 행정 불신을 스스로 초래한 김해시 결정은 아쉽다. 애초 공익 목적으로 토지 용도변경을 했는데 개발을 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다가 결국은 공동주택개발로 변질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도 김해시청 앞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인다. 60대 한 시민은 "최근 김해 지역에 분양한 대단지 아파트도 미분양 상태인데 시청 바로 앞에 700가구 아파트를 짓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생긴다"며 "NHN이 지역민과 약속을 깨고 빠져나갔고 현대산업개발이 싼값에 노른자위 땅을 사서 땅값만 올려 이익을 취하는 전형적 수법을 김해시가 간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해환경단체도 지난달 30일 "데이터센터가 무산된 부원동 터는 대기업 잇속에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아파트 건설을 허가할 것이 아니라 전국체전이 열리는 도시 품격에 걸맞은 도심 속 공원을 조성해 김해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김해시 도시개발과는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사회적 특혜 논란 우려 의견도 있지만 도시개발사업을 바라는 시민도 있다"며 대단지 아파트 건립 사업 결정을 재확인했다.

시는 사업대상지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업지역·준주거지역과 김해대로·고속도로에 둘러싸여 개발 압력이 높은 도심 내 미개발 잔여지이자 체계적인 도시환경 조성과 도시경관 개선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인허가를 취소하면 장기간 방치와 난개발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시는 사업시행자 의견과 사업대상지 주변 여건, 향후 발생할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현대산업개발 의견을 수용했다며 개발계획 변경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혜 논란을 해소하고자 시는 현재 일반상업지역인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바꿔 용적률을 하향 조정(700 → 400%)하고, 가구 수 축소(821→ 657가구), 공공 기여(220억 원)를 통해 공공성을 확보한 개발계획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220억 원 규모 공공 기여는 공공임대주택 건립, 공공청사 건립 또는 공공 터 기부채납 등에 활용되도록 김해시가 사업추진 과정에서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시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수립 때 통상적인 공동주택이 아니라 스마트 헬스케어 등 기존 스마트홈 계획에 추가적인 기능을 포함하고 주변 경관과 조화로우면서 특색 있는 외관 디자인을 적용해 지역 랜드마크가 되도록 현대산업개발과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세부적 도시개발계획 변경을 신청하면 3개 부서와 협의한 후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쯤 공사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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