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해 유학 중 만나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어느 예신입니다. 저희 두 사람은 현재 건축업체에서 함께 일하고 있어요. 방치된 집을 고쳐 살기로 한 용감한 생각이 들었던 것도 환경 덕인 것 같아요 하하. 장장 3개월간 리모델링 과정을 거친 집에서 지금은 조금씩 추억을 만들고 있답니다.
도면
이렇게 리모델링해야겠다고 구상했던 모습이에요. 기존 구조 자체가 활용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흔치 않은 구조라서 더 매력적인 집으로 완성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답니다! 구조상 옮길 수 있는 문이나 벽체 위치를 옮기고 공간을 분리하면서 생활하기 편리한 집을 만들려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저희 두 사람 다 전원생활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외관 Before
말 그대로 오래도록 방치된 '폐가' 였어요. 처마도 다 뜯어져 있었고 마당에는 폐기물이 가득했습니다. 빨간 벽돌집에 판넬로 증축을 한 집이라 벽체나 단열도 다시 짓는다는 마음으로 보강해야 했어요.
외관 After
외벽은 최대한 깔끔한 느낌을 주기 위해 기존 빨간 벽돌을 화이트 스타코플랙스로 다 덮었어요. 오래되어서 깨지고 떨어져 나갔던 기와지붕은 걷어 내고 징크로 마감했습니다. 외관이 밋밋할 수 있지만 창호와 현관문을 우드 컬러로 선택해서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했어요. 데크 오일스텐도 옐로우 톤으로 골라서 너무 무겁지 않은 영한 느낌을 내고 싶었습니다.
오랜시간 방치되어서 그렇지, 전에 사시던 주인분께서 조경에 신경을 많이 쓰셨던 집이었어요. 집 앞에는 흐르는 연못도 있고 주변에 식물들도 많았는데 무성한 곳을 정돈하고 철제로 다리를 만들어 놓았답니다. 연못 위에 다리가 사실 관상용일 뿐,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집에 오신 손님들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ㅎㅎ
현관 Before
기존 현관은 가로로 길고 단차가 많아서 공간 활용도가 많이 떨어졌어요. 중문은 현관 방향으로 열렸었는데 공간을 차지해서 처음 볼 때부터 이건 꼭 포켓도어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관 After
키 큰 신발장을 ㄱ자로 설치하면 더 수납공간이 많았겠지만 그렇게 하면 집 첫인상부터 너무 답답한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앉을 수 있는 수납공간을 만들어서 앉아서 신발을 신고 벗으면서 그 안에 물건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앞에는 전신 거울을 설치했습니다.
기존에 집 안으로 향해 나 있던 창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아예 없앴고 대신 외부를 향한 작은 창을 내어서 환기를 시킬 수 있도록 했어요. 바닥은 육각 모자이크 타일을 골랐어요. 중문을 열기 전 바닥에 ' i luv you ' 문구가 있는데 함께 타일로 한 땀 한 땀 만든 거랍니다 ㅋㅋ
거실 Before
중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가면 바로 욕실 문과 마주하던 구조였어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 구조가 풍수지리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해요..! 또 문이 세 개가 와다다 달려있다 보니 가구 배치하기에도 어정쩡한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게다가 천장이 낮은 편이라 답답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거실 After
가장 먼저 욕실 구조를 바꾸고 욕실 문 위치를 옮겼어요. 그런 다음 기존에 있던 문 자리에는 아치 모양과 간접조명으로 포인트를 주었답니다.
낮고 칙칙한 느낌이 들었던 천장은 고를 높이고 천창을 내어서 밝고 탁 트인 느낌을 주도록 했어요.
벽난로 옆쪽에는 이렇게 턴테이블을 두었는데요,
이 공간의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평소 lp 모으는 걸 좋아해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봤어요. 작은 소파를 두고 북 선반도 설치해서 좀 더 아늑한 느낌으로 꾸며보려고 해요!
주방 Before
현관과 마찬가지로 좁고 긴- 형태의 주방이에요. 싱크를 설치한다면 한 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였어요. 천장 처짐이 생겨서 지지대로 받쳐놓았던 비포 모습입니다 ㅎㅎ,,
주방 After
우선 주방을 좀 더 확장해서 수납공간을 넉넉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주방은 따뜻하고, 영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월넛 컬러로 싱크를 제작하면 너무 어두운 느낌이 강할 것 같아서 좀 더 밝은 우드를 선택했어요. 무작위로 달린 듯한 창문은 사이즈만 변경하고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어요. 뭔가 불완전해 보이는 게 더 묘미?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상부장 없는 주방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상부장이 없으면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결론은 게이트 사이즈를 약간 수정해서 냉장고와 키큰장이 가려질 수 있도록 했답니다. 가전들은 가구에 맞도록 자리를 배치해서 제작했어요.
후드, 수전, 인덕션, 싱크볼, 손잡이는 모두 화이트로 맞췄어요. 가벽 뒤로도 하부장과 상부장을 설치했는데 코너를 둥글게 마감했어요. 주방은 외부로 나갈 수 있도록 문을 달아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뒷마당을 나갈 때 편해요.
다이닝룸 Before
게이트를 기준으로 공간이 분리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어요. 그 부분도 충분히 재밌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공간이 정체성 없이 넓고 천장고가 낮아서 약간 찌그러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이닝룸 after
여기 벽체도 옮겨서 주방을 넓히고 다이닝룸을 살짝 작게 만들었어요. 식사를 하는 공간이라 그렇게 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차라리 주방을 더 크게 확장하는 게 훨씬 좋겠더라고요.
대신 다이닝룸 천장고를 살리고 사이즈가 큰 펜던트등을 설치해서 이색적인 느낌이 드는 다이닝룸으로 꾸몄어요. 창틀과 식탁은 모두 월넛 컬러로 골랐답니다. 저희 집이 둥근 쉐입이 많아서 식탁도 둥근 모양으로 골랐어요.
침실 & 드레스룸 Before
기존에 침실과 드레스룸은 똑같은 사이즈로 판넬로 증축되었는데요, 창문도 단창이라 외풍이 심한 공간이었어요. 또 창문 너머로 사생활 침해도 없고 풍경도 예뻐서 그 점을 꼭 살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침실 & 드레스룸 After
드레스룸은 옷을 보관하기도 하고, 취미 방이나 게스트룸으로도 쓸 수 있도록 침실과 드레스룸 사이에 벽체를 살짝 옮겨서 침실 쪽으로 옮겨서 드레스룸을 더 넓게 만들었어요. 아치 도어가 나란히 보이는 풍경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랍니다!
드레스룸
드레스룸은 꼭 하고 싶었던 원형 픽스창을 설치했어요. 천장고가 높은 편인데 기본 사이즈 옷장을 서랍장 위로 올려서 수납공간을 넉넉하게 만들었어요. 별도의 팬트리나 수납공간이 없어서 최대한 알차게 만들려고 많이 고민했답니다. 다만 위 칸을 사용하려면 사다리가 필수이긴 해요..!
원형 창 옆은 밖으로 출입문을 내어서, 굳이 빙 돌아가지 않아도 바로 외부로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침실
침실은 평상을 짜서 월넛 컬러 시트지를 붙였어요. 그리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올려서 침대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토퍼를 생각했지만 시공 후에 매트리스로 변경해서 살짝 높은 감은 있어요. 그래도 나름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저희는 식사를 하거나 누워있을 때 드라마나 영화를 보려고 TV 대신 빔프로젝터를 구매했어요. 물론 대낮에는 커튼을 쳐야 잘 보이지만 후회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더 제대로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만족해요.
욕실 Before
ㅎㅎ,, 가장 심란함을 느꼈던 욕실이에요. 전체적으로 공간들이 좁은 건 아닌데 뭐든지 가로로 커다란 느낌이라 효율적이지 못한 구조였어요. 대중목욕탕을 연상케하는 아주 커다란 욕조는 없애고 싶은 것 1순위였죠. 전체적으로 춥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고 싶었어요.
욕실 After
아까 거실을 소개하며 욕실 문의 위치와 구조를 바꾸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욕실은 특히 에어비앤비에 온 것처럼 재밌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결론적으로 이렇게 런드리룸이자 건식 세면 공간이 있고 안에 있는 문을 열면 습식 욕실이 있는 구조가 되었어요.
이 집은 별도로 다용도실이 없었기 때문에 세탁기를 축축한 욕실에 같이 뒀어야 했는데 그게 너무 싫었기 때문에.. 먼저 욕실 문을 옮긴 후에 건식 / 습식으로 공간을 분리했어요. 건식 세면대와 수납공간은 세탁기 건조기 크기에 맞춰서 맞춤으로 제작했어요. 가장 윗칸부터 휴지나 생필품, 스킨로션, 수건, 세제류들을 정리해두었고 수전 아래 수납장에는 빨래 바구니를 넣어두어서 못생긴 살림들을 가릴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욕실에는 따로 코너선반을 달지 않고 코너벽을 파내어서 디스펜서를 올려뒀어요.
게이트 Before
이 집은 복도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통로'가 있었는데요, 틈이 다 벌어져서 완전 바깥이 보일 정도로 벽체가 헐어 있었어요. 게다가 높이가 낮아서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들었답니다.
게이트 After
낮은 게이트는 더 높게 만들어서 답답한 느낌을 없애고 아치형으로 만들어서 둥글둥글한 템바 보드로 시공했어요. 그 위는 조약돌 모양 직부등을 달아서 어둡지 않도록 했습니다. 끝 쪽에 벽체는 구조상 철거헐 수가 없어서 그냥 그대로 두고 반원 모양이 되도록 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매력 있는 것 같아요!
마당 Before
마당 After
드레스룸 문을 열면 자쿠지가 있었는데요, 데크가 길게 이어지는데 중간에 가벽을 세워서 공간을 분리했답니다. 주방과 가까운 쪽은 바비큐장으로, 드레스룸과 가까운 쪽은 물놀이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마치며
3월이 다 끝나갈 무렵에 눈이 내렸어요. 시간이 흐르며 보이는 풍경은 자연하고 가까울수록 더 다채롭구나, 느끼곤 해요.
흔히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은 고되고 유쾌하지 않은 의미로 더 쓰이지만 집을 고치는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을 반복하면서 '선택은 취향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답니다. 그 과정이 모여 지어진 집에서 더 재밌고 근사한 또 다른 과정을 지나보려고 합니다.
저의 서툴고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간 되신다면 영상으로 담아본 이야기도 보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