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항상 등줄기 아래로 피곤함이 밀려오곤 해요.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와 마주한 그릇 더미는 묘하게도 짜증을 더해주는 요소였죠. 특히 싱크대 앞에 서면 지쳐 있는 몸이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곤 했어요. 설거지는 참으로 작은 일이지만, 매일 반복되어 쌓이는 고단함의 상징처럼 느껴졌어요.

이전과 똑같은 공간, 똑같은 시간인데 달라진 게 있다면… 바로 고양이가 생겼다는 점이에요. 조용하게 저만의 시간을 보내며 살던 어느 날, 작은 생명이 우리 집에 들어왔어요. 처음엔 그저 귀엽다 싶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 친구의 존재가 제 하루를 통째로 바꿔놓더라고요.

설거지를 하러 싱크대에 서면 어김없이 발 밑을 맴도는 고양이. 작은 앞발로 제 발가락을 톡톡 건드리던 작은 행동이, 지금은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 됐어요. 제가 그릇을 씻는 동안, 고양이는 싱크대 옆 테이블 위에 올라와 저를 유심히 바라보곤 해요. 마치 “다 잘 하고 있니?”라고 묻는 것 같은 눈빛으로요.

어쩌면 사소한 행동 같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가버리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죠. 귀 기울이며 들려오는 작은 발소리에도 힘이 나는 걸 보며, 왜 사람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이야기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