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 전력 공백 드러난 말레이시아 공군
지난 8월 말레이시아 왕립공군 소속 F/A-18D 호넷 전투기 추락 사고는 말레이시아의 노후 전력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그동안 러시아제 Su-30MKM, MiG-29 전투기를 중심으로 운용해왔으나, 부품 수급 문제와 제재 영향으로 정상적인 가동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아세안 내 안보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노후 전력의 공백은 국가 방위 태세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전투기 18대를 도입하기로 최종 확정하면서 전력 보강에 나섰다.

FA-50, 실속 있는 ‘가성비 전투기’
FA-50은 경공격 및 고등훈련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다. 한국은 이미 필리핀, 인도네시아, 이라크, 태국 등에 FA-50을 수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 실전에서도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입증했다. 말레이시아가 주목한 부분은 기존 미국제 AIM-9 사이드와인더, AIM-120 AMRAAM 미사일 등과의 높은 호환성이다.
이는 기존 호넷 전투기에서 사용하던 무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전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가격 경쟁력과 신속한 납품 능력이 강점으로 꼽히며, 이는 서방 주요 방산업체들이 제공하지 못한 장점으로 평가된다.

1조 3000억 원 규모 계약과 팜유 분담 방식
이번 계약 규모는 약 40억 링깃, 한화 약 1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자국 주력 산업인 팜유 수출을 일부 활용해 비용 부담을 상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같은 거래 구조는 방산 계약이 단순 구매가 아닌, 무역과 외교가 결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KAI 측은 현재 전체 물량 중 절반가량을 이미 생산에 착수했으며, 2026년까지 모든 기체를 인도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10월부터 한국에서 말레이시아 공군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훈련 과정이 시작된다.

아세안 의장국, 외교력으로 전력 공백 메운다
문제는 FA-50 전력이 모두 도입되기까지 약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기간 동안 말레이시아는 사실상 전력 공백을 안고 가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아세안(ASEAN) 2025년 의장국 지위를 활용해 방위 조약과 다자간 협력을 적극 강화하려 하고 있다.
군 관계자들 역시 “러시아제 전투기 운용이 제재로 인해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외교적 연대와 연합 작전을 통한 억지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FA-50, 동남아 최대 규모 방산 수출 계약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2차 물량으로 추가 18대, 총 36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동남아시아에서 확보한 단일 방산 수출 계약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될 수 있다.
FA-50은 이미 필리핀 공군에서 남중국해 해역 경계 임무에 투입되는 등 실전 운용 경험이 풍부하다. 이번 말레이시아 도입은 한국이 아세안 지역에서 방산 파트너로 입지를 확실히 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 방산의 전략적 의미
FA-50 수출은 단순히 전투기 판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 방산은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라는 특유의 강점을 앞세워 나토 동맹국은 물론 아시아 신흥국까지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수출 성공은 KF-21 전투기, 극초음속 미사일 등 차세대 무기 체계 수출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 사례는 한국 방산이 단순 하청형 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무기 공급망에서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향후 FA-50 도입 완료와 추가 물량 계약 여부는 K-방산의 동남아 확장 전략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