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당국이 기습적으로 황산 수출 중단 조치를 단행하며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업스트림 공급 병목 현상을 야기했다. 이번 조치는 2026년 5월부터 수출을 중단하라는 통보가 주요 생산자와 대형 구매업체에 전달되면서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어큐이티(Acuity) 등 주요 리서치 기관들은 중국의 이러한 수출 제한이 올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핵심 지표인 황산 가격은 이미 통제 불능의 폭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초 톤당 464위안 수준이었던 중국 내 황산 가격은 올해 초 1,045위안까지 치솟으며 2배가 넘는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러한 가격 급등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글로벌 산업망의 구조적 붕괴를 예고하는 전조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중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뿐만 아니라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료 공급망의 핵심인 중동 지역의 불안정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황산 시장은 유례없는 동시다발적 공급 쇼크 국면에 진입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발 공급망의 동반 붕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 황 생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동발 공급망이 마비되었다. 특히 해상 물동량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황 원료의 해상 선적을 사실상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황은 원유와 가스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곧바로 황산 업스트림의 타격으로 직결된다.

최근 30일간의 한시적 웨이버(유예)와 휴전 협상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미 공급망에 가해진 타격은 복구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중국이 전격적인 수출 중단을 선언한 핵심 이유 역시 중동발 원료 확보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자국 내 물량을 사수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세계 최대 공급처인 중동과 중국이 동시에 문을 닫으면서 글로벌 시장은 사상 초유의 수급 절벽 현상에 직면했다. 이러한 원료 부족 사태는 단순히 비용 상승의 차원을 넘어 주요 국가의 국가 기간산업 가동 자체를 위협하는 안보 문제로 격상되었다.

▮▮ 구리부터 배터리까지 글로벌 핵심 광물 생산의 셧다운 위기
황산은 구리 제련과 배터리 소재 생산에서 대체 불가능한 침출제(lixiviant)로 사용되며 현대 산업의 혈액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연간 100만 톤 이상의 황산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전체 구리 생산의 20%가 공정 중단 위기에 처했다. 칠레 내 황산 가격은 이미 한 달 만에 44% 급등하며 현지 광산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산업 생태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인 니켈 HPAL(고압산침출) 공정은 황산 의존도가 75%에 달하며 공급 부족으로 인해 주요 생산량이 이미 10% 이상 감축되었다. 중국계 기업들이 주도하는 현지 니켈 생산 라인은 황산 재고가 5월 이전에 바닥날 것을 우려해 가동률을 대폭 낮추고 있다.
금속 시장의 연쇄 반응도 심상치 않다. 필립 스트레이블 등 시장 전문가들은 전체 은 공급의 약 70%가 구리 생산의 부산물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리 생산의 차질은 필연적으로 부산물인 은의 심각한 물리적 공급 부족을 야기해 귀금속 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 대체 불가능한 공백과 원자재 시장의 장기적 불확실성
황산은 일반적인 원료와 달리 강한 부식성으로 인해 장거리 운송과 저장이 까다로운 물류적 난제(Logistical nightmare)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공백을 단기간에 대체할 공급원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는 구리 생산 단가를 lb당 0.02~0.04달러 상승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산업계는 이제 고비용 황산 시대를 상시적인 상수로 받아들여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욱 심각한 지점은 에너지 전환의 역설이다.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황산이 역설적으로 탄소 중립의 대상인 화석 연료 정제 과정의 부산물이라는 구조적 한계다. 2035년 이후 글로벌 석유 정제량이 정점을 찍고 감소하면 재생에너지의 엔진인 황산 공급도 동반 붕괴할 것이라는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이번 사태로 가시화되었다.
또한 배터리 금속 부문이 높은 마진을 바탕으로 황산을 선점하면서 농업용 인산비료 부문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전환 전략이 글로벌 식량 안보 비용을 높이는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응하여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 간의 90일 황 전략 비축 기지 구축과 같은 공동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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