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0곳vs손보 4곳…보험권 코리아밸류업지수 종목, ROE로 '희비'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선정된 100개 기업 중 보험사는 손해보험사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저평가된 국내 증시를 회복시키려는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코리아밸류업지수'에 손해보험사 4곳이 이름을 올렸으나, 생명보험사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지수 종목에는 총 9개 산업군 중 100개 기업(유가증권·코스피 67곳, 코스닥 33곳)이 선정됐다.

여기에는 손보 업계 1위 삼성화재를 비롯해 메리츠화재의 모회사 메리츠금융지주까지 대형 손보사 중 상장된 곳이 모두 포함됐다. 반면 생보 업계 '빅3' 중 상장된 삼성·한화생명은 모두 들어가지 않았다. 또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상장 생보사들도 선정되 못했다.

이 같은 결과의 요인으로는 생손보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목된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눠 계산한 값으로 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얼마만큼 이익을 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익성 지표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ROE는 밸류업지수 종목 선정방식의 평가요소에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코리아밸류업지수에 포함된 손해보험사 3곳 및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요 지표(시가총액은 올해 6월 기준, 나머지 지표는 2023년 말 기준) /자료=네이버페이증권
상장된 생명보험사의 주요 지표(시가총액은 올해 6월 기준, 나머지 지표는 2023년 말 기준) / 자료=네이버페이증권

지난해 말 기준 손보사들의 ROE는 현대해상을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한 반면 생보사는 동양생명이 9.38%로 두 자릿수에 근접했을 뿐, 나머지는 수치가 많이 낮다. 전문가들은 생보 업계 대비 손보 업계가 취급하는 상품의 특성상 ROE가 높게 나온다고 설명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상 손보 상품이 생보 상품 대비 보험 계약·보장기간이 짧은 데 반해 보험판매 수수료가 높은 편이라 ROE 수치가 잘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ROE는 보험 계약기간 등과 반비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지수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해 여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밸류업을 못하고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금융지주 시총 1위인 KB금융지주가 빠지며 선정 논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은 실질적인 주가상승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손보 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화재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나온다. 업계 최상위 수준의 환원 여력이 있지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생명의 경우 3~4년 내 주주환원율 50% 목표를 내걸며 증권가 연구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밸류업지수 편입 기준에 ROE와 PBR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자기자본이 높고 금리에 영향을 크게 받는 생보사들이 종목에서 제외된 것 같다"고 전했다.

코리아밸류업지수는 지난 2월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 및 투자 유도'를 목적으로 개발된 지수다. 여기에 선정되면 시가총액, 거래대금 등 규모 요건 외에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 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충족하는 대표 기업으로 인정받은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거래소는 종목을 선정할 때 △시장대표성(시가총액) 외에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 평가 △자본효율성 등 질적 요건을 평가기준에 포함해 기존 코스피200지수, 코스닥150지수와 차별화를 추구했다. 그러나 밸류업지수에 들어간 코스피 종목 55개 가운데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된 종목이 82%에 이르고, 코스닥 종목 33개는 모두 코스닥150지수 종목과 일치하며 차별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