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의 우승을 꿈꾸며 치열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한화 이글스. 하지만 8월 마지막 주말, 그들의 발걸음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와의 2연전에서 잇따른 패배를 당한 것이다. 특히 30일 경기에서는 삼성의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에게 철저히 막히며 0-4 완봉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5연승으로 기세등등하던 한화에게는 뼈아픈 일격이었다. 팬들의 탄식이 경기장을 메웠고, 한화의 공격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삼성 선발 후라도는 이날 7이닝 동안 단 2안타만을 내주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볼넷 3개와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한화 타선을 철저히 봉쇄한 그는 시즌 13승째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을 2.57까지 끌어내렸다. 후라도는 6월 26일 한화전에서도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바 있어 한화에게는 '천적'으로 불릴 만한 존재가 됐다. 후라도의 투구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까지 끌었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카우트는 후라도와 함께 와이스, 정우주를 집중적으로 관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의 선발 와이스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6이닝 4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침묵한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시즌 4패째를 안았다. 특히 지난 7월 6일부터 이어오던 5연승 행진도 이날을 끝으로 멈췄다. 와이스는 이날 투구에서도 꾸준한 제구와 안정감을 보였으나, 팀 타선의 지원이 절실했다.
한화 타선은 이날 경기 내내 침묵했다. 총 3안타에 그쳤고, 세 차례의 득점 찬스도 모두 무산됐다. 4회 손아섭의 볼넷과 이도윤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루 기회에서는 문현빈과 노시환이 외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7회 1사 1,2루에서는 이진영이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고, 9회 2사 2루 찬스 역시 끝내 살리지 못했다. 한화의 중심 타선이 제 몫을 하지 못한 가운데, 득점력 부진은 분명한 숙제로 남게 됐다.

삼성은 이재현의 도루와 김성윤의 2루타로 3회 선취점을 뽑았고, 6회에는 김영웅의 적시타로 2점을 만들었다. 8회에는 강민호가 쐐기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구자욱과 김영웅은 이날 각각 2안타와 멀티 출루로 타선을 이끌었고, 마무리 김재윤은 통산 600경기 출장을 달성하며 감동적인 투혼을 보여줬다. 김재윤은 이날로 3연투를 소화했지만 팀을 위해 책임감 있게 마운드에 올랐다.

한화의 부진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위기의 서막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손아섭의 영입 이후 타선의 흐름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최근의 득점력 저하가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손아섭은 이날 1안타를 기록했지만 팀 타선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빛이 바랬다. 노시환, 문현빈 등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약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후반기 페이스를 이어가기 위해선 다시금 타선의 집중력 회복과 함께 중심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금은 잠시 흔들리는 시기일 뿐. 선수들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화는 31일부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3연전에 돌입한다. 팀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후라도의 완봉, 김재윤의 투혼, 한화의 침묵 속 위기감까지. 8월 30일 대전은 야구의 모든 감정이 응축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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