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맥주 마시고 나서는 ‘캬~’ 라고 할까

이 영상들을 보라. 국내 유력 맥주회사들의 맥주 광고인데, 시원한 맥주를 쭈욱 들이켜고 나서는 다들 캬~~ 탄성을 지른다. 그걸 보면 나도 캬~ 하면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어지는데, 유튜브 댓글로 “맥주를 마시고 나서는 왜 다들 ‘캬’라고 하는지, 그렇게 말하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서 취재했다.

우리가 시원한 맥주를 마신 뒤 ‘캬’ 하는 소리를 내뱉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는데, 그걸 말하기 전에 일단 한가지 짚어 넘어가야 할 게, 놀랍게도 이게 TV광고에서 시작된, 비교적 최근의 문화라는 사실이다.

음식 문화에 정통한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에게 ‘캬’란 소리의 기원을 물어봤는데, 그는 이게 80년대 TV 맥주 광고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과 교수
“(TV) 선전에서 온 거예요.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우리한테는 1980년대 들어와서 칼라TV에서 (맥주) 광고가 나오기 시작해서…”

그래서 한국광고총연합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옛날 주류 광고를 싹 다 뒤져봤는데, 진짜 70년대 맥주 광고에는 ‘캬’ 하는 효과음 같은 건 일절 없고, 맥주를 마시고 ‘캬’ 하는 광고는,  1985년에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크라운맥주의 TV 광고에 제일 처음 나왔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서면 맥주 광고에 ‘캬’가 본격적으로 퍼지는데, 그 때쯤에는 크라운맥주의 경쟁사였던 OB맥주도 광고에 ‘캬’를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한다.

그러면 왜 하필 그 무렵에 캬~가 등장해서 급속도로 퍼지게 됐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아까 주영하 교수의 말에 힌트가 있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과 교수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바로 여기. 이 무렵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맥주를 차갑게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거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과 교수
“(맥주가) 차갑게 돼야 된다 그래서 술 회사에서 냉장고를 (맥주 판매점에) 무료로 제공했어요. 그 냉장고를 얼마나 확보해서 제공하느냐가 맥주 판매에, 특히 여름에 엄청난 기준이거든요”

관련해서, 일본 문화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는데, 주 교수는 이 ‘캬’ 하는 반응이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는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도 했다. 애초에 우리처럼 이가 시릴 정도로 찬 맥주를 마시는 외국인은 일본인들이 거의 유일하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과 교수
“맥주를 차갑게 마셔야 된다고 믿는 사람은 지구상에 한국인과 일본인밖에 없어요. 그게 우리는 (맥주가) 냉장고 안에 들어가서 일본 말로 ‘히야시’ 돼야 된다고 하는 거니까…”

일본에서는 60~70년대 냉장고가 보급된 뒤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는 문화가 퍼졌고, 그 즈음에 캬~ 하는 일본 맥주 광고가 나와서 크게 유행했는데, 이런 것들이 시차를 두고 국내에 전파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시원한 맥주를 들이켠 뒤 반사적으로 캬~ 하는 게 유행이 됐다는 거다.

그러고보면 캬~ 반응, 서양인들에게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서양 사람들은 대부분 맥주를 그냥 물 마시듯이 꿀꺽 하고 마는데, 유럽 사람들은 맥주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기도 한다니까, 이게 맥주를 마시는 온도와도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왜 하필 수많은 소리 중에 ‘캬’ 일까. 이건 음성학 분야 권위자인 한성우 인하대 교수에게 물어봤는데, 국어학적이고도 음성학적으로 복잡한 설명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파열음이 주는 시원한 느낌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였다.

파열음이란 발음할 때 공기가 완전히 폐쇄됐다가 터져 나오는 소리를 의미하는데, ‘ㄱ, ㄲ, ㅋ’이나, ‘ㄷ, ㄸ, ㅌ’, ‘ㅂ, ㅃ, ㅍ’이 여기에 속한다.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일단 그 ‘캬’는요. 뭔가 자극적인 게 (속에) 들어갔으니까 (반응이) 터져 나와야 되는 거잖아요. ‘ㅂ’은 (소리가) 입술에서 터지고, ‘ㄷ’은 혀하고 잇몸 중간의 치주라는 위치에서 터지고, ‘ㄱ’은 저 목의 뿌리에서 터져요. ‘ㅃ, ㄸ,ㄲ’는 긴장된 소리기는 한데 바람이 많이 나오거나 많이 터져 나오는 느낌은 안 들거든요. 그러면 결국은 이제 ‘ㅍ,ㅌ,ㅋ’ 중에 하나가 돼야 하는데, 가장 깊은 곳에서 (발성을) 한다면 ‘ㅋ’가 되겠고요. 누군가는 이제 그거를 목에서부터 (시원한 기운이) 차 올라오니까 거기에서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고 묘사를 한거겠죠”

어느 순간부터 ‘캬’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시원한 맥주를 마신 뒤 모두가 ‘캬’라고만 하지는 않는다.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의성어는 각각의 언어에 따라 적기는 하는데 절대로 정확한 건 아니고 일종의 약속인거예요. 언어마다 개 (짓는) 소리가 다 다르잖아요. 그렇다고 (전 세계의) 개가 다 다르게 짓는 건 아닐 테고. 그거를 뭘로 적을까의 문제를 문화적으로 결정하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건 취재하다 알게된 거지만, ‘캬’는 표준어가 아니고 ‘카’가 표준어라고 한다. 이번 카타르월드컵 때 치맥 하면서 수없이 캬~를 외쳤는데 이게 다 틀린 말이었다는 얘기. 하지만 김 빠지게 카~ 라니. 뒷골 당기게 시원할 때는 아무래도 캬~~가 제격이니, 이제 표준국어대사전도 캬~를 허락해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