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한국집 맞아요?! 주방 색깔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안녕하세요. 오늘의집에서 '_하이네집_'으로 활동중인 하이맘 안소나입니다 .첫 번째 집들이 후 참 많은 부분이 달라진 것 같아요. 집과 관련되어 인터뷰 요청들을 받고 제품들을 사용할 기회들을 얻으며 괜시리 저의 자존감도 올라가는 나날을 살고 있네요.

주택살이를 하며 아이 또한 몸과 마음이 많이 자랐어요. 더이상 소극적이지 않고, 자기 표현을 정확하게 할 줄 알며, 물질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줄 아는 아이로 자란 게 저희 부부에게는 집이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이전 집 이야기

혹시 저희의 첫 번째 집들이를 보신 분이 계실까요? 수영장이 있는 작은 단독주택이었는데요. 이곳에서 2년 반을 보내고 저희 가족은 같은 마을 안에 비슷한 구조 다른 느낌의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저에겐 로망집처럼 늘 마음속에 나만의 집을 짓고 싶은 소망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주택에 살면서 주택을 건축해 이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게 느껴졌죠. 일단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해야만 집을 지을 자금이 생길 테고 (물론 대출을 많이 이용하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주택은 아파트와 달라 매매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준공에 맞춰 입주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지금 집은 마을 안에 거주하고 계시던 시공사 사장님의 집이었는데요. 시공사 사장님 또한 마을 안에 새 주택을 지으며 이사계획을 세우시던 중 저희와 시간이 맞아 좋은 기회로 이사하게 되었어요.

첫 번째 집은 온전히 어린 아이를 위한 선택이었기에 생활 공간은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었어요. 수영장과 실내 스파에 지분을 내어준 덕분에 방 갯수는 부족했고, 살면서 무지막지하게 늘어나는 짐들을 수납할 공간도 부족해졌어요. (베란다가 없는 서글픔... 여러분, 베란다는 소중한 거에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달라진 가족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집에 대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고, 현실적으로 집을 짓기엔 무리가 있어 저희가 찾은 답은 이미 지어진 주택으로의 이사였죠. 저희 마을은 시공사, 시행사가 모두 거주하고 있어 집 매매가 쉽게 이루어진 부분도 있어요.

시행사가 저와 약속을 바로바로 잡아 빠른 매매를 진행해 주셨고, 시공사는 저희 집이 빠질 때까지 기다려주실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본인 집을 짓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거든요) 저희도 살면서 구조에 대한 불만은 크게 없었던지라 큰 불편함만 개선된 사항을 확인하고 같은 마을에 있는 집으로 손쉽게 이사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스타일링으로 채워나가고 있어요.

도면

현재 집의 도면이에요. 일단 철근 콘크리트 주택에서 목조 주택으로 옮겨오면서 박공지붕이 생겨 다락이 생겼구요. 2층 복도에 실링팬 설치를 위해 뚫려 있던 바닥을 메우면서 온전한 2층으로 쓸 수 있게 됐어요.

층고가 높은 집이 아니라 1층 공간이 답답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수영장이 없어지면서 아늑한 집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주택의 재미란 이런 게 아닐까요?

외관

주방 Before

저희 집 주방 컬러 덕분에 마가린하우스라는 애칭이 생겼지만. 그전의 모습은 매우 모던하죠? 좋은 자재, 좋은 시공인 건 알았지만, 저와는 맞지 않았던 주방 컬러 때문인지 집이 매우 좁아 보였어요.

주방 After

마가린하우스의 탄생

주방가구를 전부 바꾸고 싶어 드릉드릉하는 아내를 잠재우기 위해 남편이 손수 문짝을 모두 떼어 페인트칠을 해왔답니다. 남편은 가구를 만들고 있어, 고르게 페인트를 뿌릴 수 있었고, 그래서 완성도가 더 높아진 것도 있어요.

뜬금없어 보이던 우드 장식장도 페인트칠을 하고 나니 예뻐 보이는 마법. 이 맛에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것 같아요. 컬러 하나로 느낌이 확 다르지 않나요??

제가 매일 애용하는 저의 생명수 담당 홈카페 존이에요. 이전 집에선 캡슐커피로만 연명하다 큰 맘 먹고 들인 커피 머신은 엘로치오에요.

브레빌과 오랜 고민 끝에 오메이트의 집에서 영업당한 머신이랍니다. 브레빌보다 장점이라면 좀 더 디테일한 추출이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원두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홈카페 용 컵에 푹 빠져있는데 세임디의 레터링 컵은 제 첫사랑 같은 느낌이랄까.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자주 쓰는 건 컵앤소서에요. 요즘은 레터링 컵 뿐만 아니라 빈티지 컵에도 눈길이 가고 있어요.

1층은 바닥 평수가 18평으로 협소한 주택이지만 큰 아일랜드 덕분에 요리도 편해지고, 1200mm 원형 식탁으로 집이 좁아 보이지 않는 것에 포인트를 맞췄어요. 대신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의자들을 섞고 에스텝의 팬던트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어 밋밋한 주방 느낌을 피했어요. 그 중 저의 최애 의자는 블루톤의 토넷체어입니다. 실제로 보면 톤다운된 코발트블루 느낌이 너무 예뻐요.

요즘은 넓고 긴 원목 식탁이 갖고 싶어서 빈티지샵들을 다녀보고 있어요. 우드테이블에 우드체어가 들어오면 또 다른 느낌이 날 것 같아요. 그때는 오하우스 멤버들 잔뜩 초대할게요.

매번 벽걸이로 쓰느라 이사할 때마다 제 머리를 아프게 했던 TV는 거치대를 구입해 이곳에 두니 사이즈가 너무 찰떡이라 소름이었어요.

손님맞이 음악도 틀고, 제 설거지 타임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죠.

2층 거실

거실의 존재가 이렇게 소중할 줄은 몰랐죠

예전 집에서 가장 큰 불편함은 바로 거실이 없다는 점이에요. 빔을 보던 거실이 있었지만 구조의 재미를 준 덕분에 비좁기 그지없던.. 소파조차 놓을 수 없었던.. 아이가 어릴 때는 무비 존이라 부르며 오밀조밀 괜찮았지만, 주로 방 생활이 되어가더라구요.

기존에 아이방 자리에 있던 벽을 없애고 방과 복도와 거실이던 자리가 합쳐지면서 길고 넓은 거실이 되었어요. 소파는 모듈 소파를 사용해 이리저리 옮기는 재미가 생겼죠. 정말이지 이사 첫 소비가 소파였고, 큰 소파 들어오는 날 눈물 광광날 뻔 했답니다.

지금은 온 가족이 넓고 큰 벽에 빔 틀어놓고 주말마다 영화를 보구요. 남편은 소파에 누워 음악 크게 듣는 게 하루 중 가장 큰 위로라고 말해요.

거실에서 가장 애착 가구는 중앙에 놓인 블랙 모듈장인데, 남편이 만든 가구라 더 애정도가 높아요. 목재 하나, 페인트 컬러 하나까지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기에 저도 주변에 자신 있게 추천하는 가구인데요. 저희 집 곳곳에 모듈 가구가 많은 이유입니다^^

거실 한켠엔 이렇게 큼직한 창도 생겼구요. 여기에 남편이 격자무늬를 넣어줘 저만의 유럽 무드가 완성됐어요. 격자창 덕분에 홈카페를 차리기만 해도 유럽 분위기 물씬 풍기지 않나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예쁜 뷰를 이런 창으로 볼 수 있어서 시공 가격 대비 만족도가 너무 높아 셀프 시공으로 강력 추천해요.

유럽의 2층 작은 카페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저만의 홈카페에 놀러오실 분 계신가요?

앞마당에 에메랄드그린 다섯 그루를 심었을 뿐인데 이곳에서 보는 나무가 너무나 힐링이에요. 올봄에는 저 앞마당을 좀 더 잘 가꾸는 게 목표입니다. 나무 잔뜩 사려면 열일 해야겠죠?!

2층 베란다를 위한 작은 벽도 저희 집에선 다양하게 쓰이고 있어요.

작은 테이블을 놓고 홈카페 공간도 되었다가, 몰딩이 예쁜 그릇장을 놓으니 유럽의 방 한켠 같아지기도 해요. 집을 꾸미는 분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가구 옮기는 에너지는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공간을 바꿔볼 예정이에요.

예전에 거실이었던 자리는 이렇게 저만의 서재 공간이 되었답니다. 좁은 공간이라 오히려 집중력이 생기고, 층고가 가장 높은 공간이라 답답하지 않아요.

빈티지 러버인 저는 평범한 우드 벽에도 빈티지 무드를 불어 넣어 줍니다. 이 벽지는 포스트잇처럼 붙였다 뗄 수 있는 벽지인데요. 한 가지 인테리어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홈스타그래머들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아요.

시공이 어렵지도 않아, 저도 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다시 교체할 예정이에요. 저의 첫 빈티지 가구인 책상과도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요즘 저곳에서 많은 작업을 하는 중이에요.

3층 침실

창고로 사용되던 공간이 제 눈엔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침실로 보였구요. 2층에 거실로 내어 준 방의 부재는 이 다락이 모두 채워주었어요.

박공 지붕과 천장이 유럽의 어느 집 못지않은 분위기를 내어주길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공간이에요.

침대에서 일어나면 머리 쿵 하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지만 남편도 서서 돌아다닐 수 있는 높이에요.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 터라 와식 생활을 청산한 것도 의미 깊다 말할 수 있구요ㅋㅋ

실제로는 아늑한 분위기 때문에 더 깊은 수면을 잘 수 있어서 삶의 질이 올라갔어요. 봄이 오면 예쁜 플라워 침구로 꾸며주고 싶은 마음이 모락모락 드는 방이죠?

침실을 위해서 빈티지 소품을 더 많이 모으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집에선 보기 힘든 이 특별한 공간을 저만의 무드로 채워가고 싶거든요.

마이너스 몰딩에 온통 모던하기만 하던 이 집이 빈티지 느낌으로 변해가고 있는 게 저한테도 매우 신기하고 즐거운 작업이에요.

만약 빈티지를 좋아하신다면 첫구매로 조명과 액자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여기저기 옮겨다닐 수 있는 작은 소품이지만 사랑스러움을 레벨업 시켜줘서 사진 속 느낌이 완전 달라져요.

1층 드레스룸

예전에 이 공간은 실내 스파가 있던 부분인데 이렇게나 든든한 드레스룸이 되었습니다.

벽면 한쪽은 붙박이장을 시공했고, 바닥은 주방 바닥과 같은 타일이었으나 이 또한 남편이 타일 카페트를 셀프 시공해줘서 심심할 수 있는데 포인트가 되어주네요.

이건 제 첫 빈티지 가구였는데, 이태원에서부터 이고지고 온 기억이 나네요. 갈 곳 없어 남의 집에 맡겨 놓았던 아이도 이 집에서는 한자리 차지할 수 있게 됐어요. 제 빈티지한 잠옷들을 걸어 놓으니 이것조차 사랑스러운 무드가 되어주네요. 블루컬러의 바닥이라 가구들은 버터컬러로 통일시켰어요.

빈티지 구매처는 참 다양해요. 요즘은 빈티지 수입가게들도 정말 많은 편이라, 어느 지역이건 여행이나 방문 시 주변 빈티지상점들을 검색해서 방문하는 편이예요. 온라인에서도 마음에 드는 빈티지는 문의를 남기는 편이죠.

해외 직배송 사이트 검색을 하기도 하지만 요즘 저의 빈티지 밭은 바로 당근이 아닐까. 키워드를 저장해놓으면 보물들을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

2층 아이방

아직 엄마랑 자는 게 좋은 9살 따님 덕분에 이 방은 놀이방이 되었지만, 최근 모션데스크가 들어오고부터는 제법 이곳에서 숙제도 하고, 공부도 쬐끔 하고,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책상 자랑도 하는 그런 방이 되었어요.

최근엔 화이트 데스크에 맞춰 화이트 피아노를 들여놓았는데, 많은 분들에게 칭찬을 받았어요. 같은 공간인데도 어떻게 스타일링 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른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이전 집에서 아이방과 드레스룸을 합쳐서 사용했던 터라, 드레스룸의 역할도, 아이방으로의 역할도 못한 정체성을 잃은 공간이라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정작 아이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꼭 이 방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 방이 있지!라는 마음을 아이에게 선물한 기분이에요.

엄마 나 내방에서 잘래 소리가 나오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게 침대도 알아보고 있어요. 거의 비어있는 이 공간을 어떻게 꾸며줄지 설레는 제 마음 보이시나요? (제 의견과 그녀의 의견이 같아주길!)

1층 욕실 Before

구조와 마감만 보고 들어온 집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 같았던 공간이 바로 1층 욕실이었어요. 다른 곳은 스타일링으로 손볼 수 있었지만. 타일 컬러가 마음에 안 드는 건 눈엣가시 같은 거더라구요. 시공사 사장님께서 호텔식으로 고급 지게 마감하신 것은 알지만.. 정말이지 제 취향이 아닌 것....

게다가 타일 컬러가 회색빛에 돌바닥 같은 느낌이라 (1층 주방 바닥 타일과 동일한 타일이에요.) 들어갈 때마다 차갑고 싸늘하게 느껴지던 공간이었어요.

1층 욕실 After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과감하게 바꿔도 괜찮아요

1년을 참고 참다 이건 바꿔야 한다 마음을 먹고 시작한 셀프 인테리어. 일단은 욕실 파티션을 철거해서 당근에 나눔을 했구요. 그다음은 욕실 벽면을 페인팅해줬어요. 욕실용으로 페인트가 나온 데다 손님용 욕실이기에 사용빈도가 적어 부담이 적었죠.

동네 욕조 집에서 마음에 들고 저렴한 욕조를 겟한 후 직접 싣고 와 남편과 힘을 합쳐 넣어주었어요. 기존에 욕실장에는 손잡이 하나만 새로 달아줘도 감성 넘치는 대변신이라 추천드려요. 몇 가지 공정만 거쳤을 뿐인데 분위기는 완전 달라졌죠? 페인팅으로 공간이 환해져서 너무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은 가끔 과감하게 변신 시켜줘도 좋은 것 같아요. 여러분의 감각을 믿어보시길 바래요.

마치며

처음 주택 생활을 시작할 때 제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요. 아무것도 없는 이 시골로 이사를 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던 모습. 로망집을 꾸미면서 집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어떻게 살지를 궁리하던 모습. 그렇지만 그 모든 걸 혼자 해가며 좌충우돌하던 모습.

엄마로, 아내로의 모습이 아닌 온전한 나 자신으로도 굳건하게 서가기 위해 집을 꾸미기 시작했고 감사하게도 온라인 집들이 이후 오하우스 활동도 하면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어요.

함께 소통하고 어려움도 나누고 취향도 공유하면서 이제는 친 자매들처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도 모두 오늘의집을 통해서 이뤄진 일이죠.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나 놀라고 신기한 일이에요.

앞으로 저의 목표는 집과 함께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좋은 사람으로 좋은 친구들 곁에서 나의 마음을 온전히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집을 가꾸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