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유임·박학규 합류...위상 키운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사의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그대로 이끌게 됐다. 사업지원TF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면서 정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았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정에 방점을 둔 결정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해온 박학규 사장이 사업지원TF에 합류하면서 조직의 무게감이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27일 발표한 2025년 정기 사장단인사에서 정 부회장의 유임이 결정됐다. 지난 2017년 11월 사업지원TF 출범 이후 현재까지 조직을 이끌어온 정 부회장은 내년에도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등 사업전략을 구상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TF 소속으로 반도체 사업 지원을 맡았던 김용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전략담당으로 이동해 생긴 공백은 박 사장이 채운다. 조직의 리더십과 인원만 놓고 보면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사업지원TF 체제 그대로
사업지원TF는 중장기적인 사업전략을 짜고 삼성전자와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찾는 조직으로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과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막후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총수인 이 회장이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현재까지 재판에 발이 묶이면서 '2인자'로 통하는 정 부회장이 굵직한 판단을 대신했다. 사업지원TF가 관리에 방점을 두면서 대규모 M&A가 늦춰진 가운데 미래 준비가 소홀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올 들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과 부진으로 삼성전자 위기론이 급부상하면서 사업지원TF 중심의 사내 권력지형을 향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여러 논란에도 정 부회장의 입지는 여전히 공고하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DS부문은 3개 사업부 중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의 수장이 교체되는 인적쇄신이 이뤄진 점과 대비된다. 여전히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이 회장은 내년 2월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관련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어 사법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았다. 당장 사업지원TF장을 교체하거나 조직을 쇄신하기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박학규 사장 합류로 중량감 높여
CFO인 박 사장이 사업지원TF에 합류한 것도 아직 TF 체제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 사장은 과거 미래전략실에서 감사를 담당하는 경영진단팀장으로 당시 인사지원팀장이었던 정 부회장과 함께 일했다. 정 부회장은 2011년부터 경영진단팀장을 맡았다가 2014년 미래전략실에 합류한 박 사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두 사람은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퇴사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회사로 돌아와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재회하게 됐다.
박 사장은 DS부문으로 이동한 김 부사장이 담당해온 반도체 지원 역할을 맡게 된다. 2020년부터 약 2년간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경험한 만큼 중장기 투자전략을 검토하고 신규 공장의 입지분석, 시설투자를 총괄하며 반도체 재무 분야에서도 이미 역량이 입증된 인사로 평가된다.
DX부문 경영지원실장은 기획과 재무, 지원, 인사 등 스태프 부서를 총괄한다. DS부문 역시 경영지원실을 별도로 운영하지만 전사를 아우르는 재무 수장은 DX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통한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에 버금가는 최고 임원으로 사내이사에 올라 이사회에도 참여한다. 그만큼 사내에서 위치도 굳건하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지원TF에는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부사장 10명, 상무 6명이 소속돼 있다. CFO이자 사장인 박 사장이 옮겨가면서 사업지원TF의 중량감이 더해지게 됐다.
삼성전자 출신인 한 인사는 "사업지원TF와 정 부회장에 대해 회사 안팎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유력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큰 변화를 주면 구심점을 잃게 될 위험이 있다"며 "미래전략실부터 경영지원실장까지를 거치며 능력이 검증된 박 사장을 다시 불러온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