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악재에도 긴축 우려 완화에…환율 22원↓·국채 금리 하락(종합)

류난영 기자 2023. 3. 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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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미 3월 빅스텝 전망 자취 감춰

[캘리포니아=AP/뉴시스]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실리콘밸리 은행의 자산을 압류하면서 2008년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워싱턴 뮤추얼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 부실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창문에 빗방울 사이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간판이 보이는 모습. 2023.03.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내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 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자취를 감추면서 원·달러 환율이 22원 가량 급락했고, 국채 금리도 한 달 만에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섰다.

13일 서울 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22.2원) 보다 22.4원 하락한 1301.8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7.2원 내린 1317.0원에 개장했다. 개장 이후 1298.3원까지 내려가며 1300원을 하회 했으나 하락폭을 일부 되돌리고 1300원대 초반에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5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 1월 9일(-25.1원) 이후 2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SVB 파산으로 위험선호 심리가 위축됐지만,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가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한국시간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98% 하락한 103.52선에서 등락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SVB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번 SVB의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같은 날 발표된 고용동향보고서도 1월보다 완화되고, 실업률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달러 약세로 작용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31만1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22만5000명)를 웃돌았다. 실업률은 3.6%로 집계돼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월(3.4%) 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시장 예상치(3.4%)도 웃돌았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대비 0.24%, 전년동월대비 4.62% 상승해 시장 예상치(각각 0.4%, 4.8%)를 모두 밑돌았다.

시장의 의견도 이번 달 '빅스텝'이 어려울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으로 12일 오전 9시27분 현재 미 연준이 3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0%로 나타났다. 한때 70%를 넘어 섰던 '빅스텝' 전망 비율이 SVB 사태 이후 큰 폭 내려간 것이다. 반면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92.3%, 동결 가능성도 7.7%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CPI) 지수를 주시하고 있다.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경우 다시 연준의 긴축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는 등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국내 국채금리도 한 달 만에 다시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 장 마감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0.268%포인트 하락한 연 3.435%에 마감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전장대비 0.179%포인트 내린 연 3.405%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현재 국내 기준금리인 연 3.5%를 하회한 수준이다.

국채 3년물은 한 때 3.412%까지 내려갔고, 10년물도 한 때 3.372%까지 하락폭을 키웠다.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인 3.5% 아래로 내려선 것은 지난달 14일(3.429%) 이후 한 달 만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가 있었던 지난 1월 13일에도 금리인상 기조 종결 기대감에 국채 3년물이 3.369%에 마감한 후 한 달 여간 기준금리를 하회한 바 있다.

국채 금리가 큰 폭 하락하며 기준금리를 밑돈 것은 미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이 자취를 감춘 영향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지자, 국채 금리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 국채 금리도 큰 폭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0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5.19% 급락한 3.752%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2.19% 하락한 4.491%에 마감했다. 미 국채 금리와 국내 국채 금리는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미 금리 상승시 국내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다만, 14일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 발표를 앞두고 있어 이 결과에 따라 미 국채 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국채 금리도 재반등을 할 수 있는 등 변동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 그동안 미 CPI 발표 이후에는 시장 전망에 따라 환율과 채권 금리 등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여 왔다.

한국은행도 CPI 결과 등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 CPI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국내 금리·주가·환율 등 가격변수와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국채 금리 하락폭이 과도한 편이기는 하지만, 금융불안 등으로 당분간 채권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미 CPI의 컨센서스 상회 여부 확인이 중요한데, 3.7%까지 내려온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CPI와 FOMC 경계를 고려할 때 과도하게 하락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다만 연준이 물가안정에만 집중할 환경이 아닌 만큼 SVB 사태에 따른 금융환경 위축으로 점도표 상향폭을 제한할 수 있어, 국내 채권 금리도 연중 고점을 잡고 하향 안정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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