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파킹통장 돈 뺐습니다".. 인터넷뱅킹 신뢰도 흔들린다

정민하 기자 2022. 10. 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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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3)씨는 카카오뱅크의 파킹통장 ‘세이프박스’에 넣어놨던 1억원을 주말새 KB국민은행으로 옮겼다. 김씨는 “요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출범한 지 꽤 돼서 안정된 것 같다고 생각했고, 금리도 많이 줘서 맡겨놨었다”면서 “그런데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 주거래 은행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카카오 사태로 인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케이뱅크나 토스 모두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거나 심각하게 늦어지는 등의 일을 종종 겪어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점이라던 IT 시스템이 오히려 신뢰성 문제를 불러온 셈이다.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내비 등 계열사 다수 서비스가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장애를 일으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톡 오류 메시지. /연합뉴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마비 사태로 카카오 금융서비스 이용자들은 송금 및 결제 오류 등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뱅크는 주 전산센터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카카오톡을 통한 간편 이체(1일 100만원 한도)가 일부 작동하지 않는 등 연계 서비스가 장애를 빚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지난 15일 화재 이후 송금 및 결제 서비스가 중단됐고, 하루 뒤인 16일 오후에서야 기능이 복구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과 연계된 인증 서비스, 상담 서비스, 송금 알림 톡 등에서는 장기간 장애가 지속됐다. 카카오페이가 화재가 발생한 SK C&C 데이터센터를 주 데이터센터로 사용하고 있었던 데다가, 백업 데이터센터로의 이관 절차도 늦어지면서다.

금융소비자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들 은행은 다른 전통 은행에 비해 앞선 디지털 기술을 내세웠지만, 이로 인한 서비스 장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매수·매도 거래가 몰릴 때마다 먹통 문제가 발생해 왔다. 지난해 10월 말 업비트에 가상자산 3종류가 신규 상장하자 거래량이 급격히 몰리면서 앱이 1시간가량 먹통이 되는 등 지난해에만 네 차례 오류가 발생했다. 당시 케이뱅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입출금, 송금 등 기본 업무는 물론 카드 결제 등 전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토스뱅크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경우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장 중 1442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경신한 9월 28일, 토스증권 앱에서 한때 1달러를 1298원에 환전해주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를 이용해 순식간에 환차익을 얻은 투자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증권은 최근까지 여러 번 일시적 서버 장애를 일으켰지만, 보상 처리 기준이 까다롭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애플리케이션(앱). /박소정 기자

다른 은행들도 IT 서비스 안정성 문제를 적잖이 겪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년~2022년 8월) 금융권의 전산장애 발생 횟수는 ▲2019년 196건 ▲2020년 198건 ▲2021년 228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발생한 전산장애도 159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은행권(275건·35.2%)에서 전산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 중 케이뱅크는 총 34번으로 가장 많은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하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하지 못했다. 전산장애 발생 건수는 케이뱅크에 이어 신한은행(32건), 카카오뱅크(27건), 산업은행(25건), SC제일은행(23건) 순이었다. 전산장애는 컴퓨터의 시스템 결함·인터넷 회선 장애와 구분하기 어려워 정확한 사고 발생 원인을 찾기 어렵고, 구체적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아 피해자 구제에 한계가 있다.

케이뱅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전산장애가 발생한 신한은행은 지난 3월에만 두 차례 온라인 서비스 운영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3월 1일 전산망 오류로 20~30분가량 신한은행 앱 접속이 지연되고 계좌이체가 중단됐다. 같은 달 14일엔 전산시스템 장애로 영업점 전산·현금자동입출금기(ATM)·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신한은행 계좌 연결 체크카드 거래가 1시간 넘게 중단됐다. 지난해 1월에도 앱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로그인하지 못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통해 업권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가 도래하면서 비금융업자의 리스크가 언제든지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는 리스크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면서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이 없어 비대면으로만 소통이 가능해 금융사고가 일어났을 때 소비자 불만이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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