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고려아연 자기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넘버스]

(왼쪽부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 제공=각 업체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13일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의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MBK-영풍 관계자는 “계속되는 소각 요구에도 고려아연은 계획 중이라는 말만 하고 실행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시 주총과 정기 주총의 기준일인 12월20일과 12월31일에 인접해 자기주식을 제3자에 출연, 대여, 양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의결권을 살리려는 꼼수를 감행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MBK-영풍은 또 자기주식을 제3자에 대차한 뒤 다시 다수의 제3자에 재대차하도록 하는 방식 등을 취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MBK-영풍 관계자는 “(우리는) 각 기준일의 주주명부를 새롭게 열람, 등사하고 변경된 주주를 파악해야 한다”며 “(파악하지 못할 경우) 차입자 특정이 곤란해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등을 제기하더라도 적시에 구제받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0월21일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절차의 중지를 구하는 영풍 측 신청에 대한 가처분 결정에서 자기주식 소각을 전제로 이를 기각했다. 고려아연도 자기주식 소각에 대한 이사회 결의(10월2일)와 주식소각 결정에 대한 공시(10월2일, 10월28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11월12일)에서 소각할 것이라는 말을 꾸준히 반복했다.

MBK-영풍 관계자는 “정작 중요한 구체적인 소각 시점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자본시장에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활용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제165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6조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를 처분하는 것은 금지된다. 금지되는 처분에는 대여(대차거래)도 포함된다. 또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처분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공시 규정 위반 및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자본시장법 제444조, 제178조).

자본시장 관계자는 “11월11일 기준 영풍-MBK와 최윤범 측의 지분율을 발행주식 총수 기준으로 비교하면 39.83% 대 17.5%로 격차가 많이 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이 임시 주총에서의 승리를 자신하며 이를 위한 추가 조치가 예정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기주식 소각 시점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자기주식을 활용해 의결권을 부활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법령 위반행위뿐 아니라 처분이 금지되는 6개월 내 자기주식을 처분한 경우 사측에 손실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임원 해임권고, 일정기간 증권발행 제한, 고발조치에 따른 벌금, 과징금 등 제재조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MBK-영풍 관계자는 “증권발행 제한이라는 제재조치가 가해질 경우 고려아연은 주식이나 채권 등 증권을 발행해 사업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적시 자금조달이 제한될 경우 고려아연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MBK-영풍 측은 또 “자기주식이 처분돼 12월31일 기준으로 명의개서가 이뤄질 경우 고려아연이 원래 자사주로 남아 있었다면 지급하지 않아도 될 배당금까지 나가게 된다”며 “이런 점에서도 또 고려아연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