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후디스, '효자' 하이뮨 주춤...새 먹거리는?
분유 업체에서 종합식품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일동후디스가 새 먹거리를 찾기에 분주하다. 지난 2019년 단백질음료 '하이뮨'을 출시해 분유 업황 부진으로 정체된 실적을 개선했지만 그 효과가 점차 사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외형과 내실 모두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지난해 일동후디스의 매출은 2842억원으로 전년 (2897억원) 대비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7억원으로 전년(92억원)보다 70.65% 급감했다.
이는 일동후디스의 '본업'인 분유 사업의 부진과 함께 새 먹거리였던 성인 단백질 브랜드 하이뮨이 더 이상 시장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영향이다. 분유 산업은 저출생과 국내 경쟁력 약화로 악화일로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분유 시장 규모는 2017년 4314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 미만으로 7년 새 30%가량 쪼그라들었다. 일동후디스의 대표 제품인 산양분유는 국내 분유 시장에서 매일유업의 앱솔루트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했지만 수입분유에 자리를 내주며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일동후디스의 매출에서 분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78%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0% 이하로 떨어졌다.
하이뮨도 출시 직후 반짝 효과를 누렸으나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일동후디스는 2020년 2월 성인 단백질 브랜드 하이뮨을 내놓았다. 성인 단백질 시장은 2018년 매일유업이 '셀렉스'로 먼저 진출했지만, 일동후디스는 TV홈쇼핑 채널을 집중 공략하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그 결과 하이뮨은 출시 첫해에 300억원, 다음해에는 1000억원을 넘어서며 메가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현재까지 누적 매출 5000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기준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하이뮨 출시 전인 2019년에는 매출 1147억원, 영업손실 27억원을 기록했지만 2020년에는 매출 1391억원, 영업이익 6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하이뮨의 후광은 점차 옅어졌다. 주요 식품 기업들이 모두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며 단백질 음료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업계 3대장인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이 이미 시장에 진입했고, CJ제일제당과 대상·빙그레 등의 식품 기업들도 이미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일동후디스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격화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마케팅비가 꾸준히 늘며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일동후디스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40억원이었던 판관비 내 광고선전비는 △2020년 168억원 △2021년 204억원 △2022년 51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일동후디스 측은 "팬데믹 이후 건강기능식 기업들의 매출이 조금씩 빠진 영향도 있고, 음료 공장 설립 등 설비투자를 지속한 것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9월 총 380억원을 투자해 강원 춘천시에 제3공장을 신설한 뒤 단백질 음료와 환자식 음료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하이뮨의 뒤를 이을 신성장동력을 찾지는 못했다.
일동후디스는 우선 실적개선을 위해 국내에서 하이뮨 브랜드를 케어푸드까지 확장하고, 건기식·펫푸드 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K분유의 선두주자로 나서 동남아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일동후디스 분유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연간 400억원 이상의 수출액을 기록하고, 꾸준히 해외 수출량을 늘려가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하이뮨 포트폴리오 확장, 해외에서는 분유 수출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