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형태와 대비되는 공간들의 유쾌한 관계, 정릉동 주택 '소요재'

정릉동 소요재

아직은 복잡함이 미치지 않은 서울 한편의 한적한 주택가.
담백한 형태를 가진 주택 안은 다양한 사람과 공간과 건축적 속살을 품고 있다.
예상 못한 디자인으로 감동을 주는 열어서 놀라는 선물상자 같은 집이다.


전체적으로 무채색이면서도, 도로에서 시작하여 주택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중정 그리고 1층, 2층 테라스와 3층 옥상을 이어주는 원형 계단 등 동선에 색이 적용되어 건물을 다채롭게 만든다.
지하층에 스튜디오 3개 공간을 넓게 형성하고 도로에 면하는 벽면에는 코너에 곡면의 벽면이 잘 표현될 수 있게 벽돌 타일을 세로 붙임으로, 1층의 스튜디오는 패턴이 조금 다른 벽돌타일이 가로로 적용되었다.
동선과 레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마당이 펼쳐진 소요재.

경계짓지 않고 자연스럽고 다양하게 흐르는 집과 공간들

소요재가 위치한 정릉동 주택가는 아직 단독주택이 많이 남아 있는 한적한 서울의 옛 동네이다. 자연녹지지구여서 건폐율이 30%로 밀도가 낮지만, 경사지에 있는 주택가들은 길에 석축과 담장을 높게 두고 마당을 길가보다 높여 놓은 주택이 많아 골목길의 느낌은 다소 정적이고 한산한 분위기의 동네이다.

소요재는 작가들의 작업 공간과 주택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다. 건축 용도로 보면 상가주택이지만 수익적인 목표는 갖지 않았다. 지하층에 스튜디오 3개 공간을 넓게 형성하고 그 위로 큐브형의 건물 안에 1층 스튜디오, 2~3층 단독주택이 놓였다.


SECTION


(위, 아래) 1층의 테라스 공간과 그 공간 전체를 감싸는 화이트 곡면 타공판은 남향의 빛을 가득 들여 빛을 산란하며 묵직해 질 수 있는 건물을 가볍고 경쾌하게 완성한다.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닌다’라는 뜻으로 붙인 ‘소요재’라는 이름에 맞게 동선을 따라 소요하며 마주하는 각각의 요소와 공간 공간이 변화감 있게 이어진다. 건물을 구성하는 건축 어휘는 단순하며 전형적인 건축 어휘를 사용하지만 해체된 저마다의 형태는 가볍고 다채롭게 계획해 전체와 부분을 충돌시킨다.

외부 공간에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경계 짓지 않는 것’이었다. 동네 초입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경계의 석축을 없애고 공간을 먼저 마주치게 했다. 도로에서 뒤로 물러나 갤러리를 계획하고 최소한의 담장으로 동네 풍경에 여유를 만들어 내며, 좁은 골목길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자 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성북구
대지면적 : 337㎡(101.94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건축면적 : 98.74㎡(29.86평)
연면적 : 365.48㎡(110.55평)
건폐율 : 29.30%(법정 : 30% 이하)
용적률 : 71.02%(법정 : 150% 이하)
최고높이 : 11.75m
주차대수 : 2대
구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단열재 : 비드법보온판2종1호 135T
외부마감재 : 벽 - 벽돌(모던타일 화이트, 레드) 위 발수코팅 / 지붕 –무근콘크리트 위 수성페인트
전기·기계·통신 : 기계 - ㈜지엠이엠씨 / 전기·통신 - ㈜지엠엔지니어링
구조설계 : ㈜한길구조엔지니어링
시공 : 본집
설계 : ㈜요앞건축사사무소 류인근, 김도란, 정상경

3층에서는 거실과 작업실이 넓게 인접해 있다. 이 두 공간 사이에는 슬라이딩 가벽이 놓여 공간을 넓게 열어 활용하거나 닫아 분리할 수 있다.
2층에서는 난간을 최소화해 개방감을 줬다면, 3층 거실에 면한 계단실에는 불투시성 난간을 둬 구분감을 줬다. 조명의 색온도를 낮추고 가구 톤도 외벽 느낌에 맞춰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2층에서는 난간을 최소화해 개방감을 줬다면, 3층 거실에 면한 계단실에는 불투시성 난간을 둬 구분감을 줬다. 조명의 색온도를 낮추고 가구 톤도 외벽 느낌에 맞춰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조금 진한 톤의 합판 마감으로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소 단정하게 연출되었지만, 주방은 상부장을 덜어내고 옆으로는 큰 창을 놓아 무게감을 상당히 덜어냈다.

대지는 자연녹지지구로 30% 이상의 조경 면적이 계획되어야 했다. 하나의 큰 마당 공간보다 건물의 외부 공간과 대응하는 각각의 식재 구역으로 나누어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눈에 읽히는 단순한 건물의 조형은 얽혀 있는 동선과 다양한 외부공간으로 경험할수록 밖에서 예상되는 모습보다 훨씬 풍부하게 느껴진다.


PLAN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외벽·천장 - 노출 콘크리트 발수코팅,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 바닥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수입 포세린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안나키친 제작가구
조명 : 모던라이팅
계단재·난간 : 레드오크 계단재, 원형 파이프 난간 및 솔리드 철판 난간
현관문·방문 : YKK베나토 현관문, 영림임업

거실과 바로 이어지는 3층 테라스. 옥상으로 이어지는 원형 계단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정릉동이라는 동네를 한눈에 조망하는 옥상. 얇은 선의 철제 난간으로 시야를 열되 곡선으로 휘어놓아 단조롭지 않다.
1층 테라스와 맞닿은 사무실의 로비 공간. 두터운 콘크리트 아일랜드와 타일, 옐로 컬러의 아크릴로 형태와 색, 질감의 다채로운 조화를 이끌어낸다.

전체를 바라보며 조형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는 최대한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기능적이고 한눈에 읽히는 간결한 조형 어휘를 선호한다. 그렇게 형태가 완성되면 계단, 개구부, 벽체, 난간, 재료 등 각각의 요소들을 해체하여 디자인한 뒤 다시 하나로 구성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각각의 요소들이 완결되어 다시 부분이 전체가 되어갈 때 디자인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앞의 건축은 첫눈에는 단순해 보이며 공간을 경험하고 나면 복잡하게 느껴지는 건물이 많다. 선물 상자처럼 밖은 단순한 외피로 쌓여 있어도 그 안에 숨겨진 재미와 위트, 예상 못한 이미지와 공간들이 다양하게 담기고 채워가는 건물이 되기를 바란다. ‘소요재’도 마찬가지다.

지하층의 갤러리 공간.
선큰 중정과 닿아 있는 지하 스튜디오 공간 중 하나.

건축가_ 류인근, 김도란, 정상경 : 요앞 건축사사무소
요앞 건축(YOAP architects)은 2013년 “디자인밴드 요앞” 설립 이래로 다양한 종류의 건축 작품을 이어나가고 있다. 류인근(가운데)은 공간종합건축사 사무소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건축가협회장상, 농어촌건축대전 본상, 제주건축문화대상을 수상 하였다. 김도란(오른쪽)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2년 ‘Studio BBeum’을 거쳤다. 정상경(왼쪽)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예술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Young in Architects London, MKPL Architects Singapore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070-7558-2524 | http://yoap.kr


글, 사진_ 류인근 |  구성_ 신기영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8월호 / Vol.294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