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올 3월을 끝으로 두 번째 임기를 무사히 마치며 '유종의 미'를 거둔다. 이로써 정권 교체에도 살아남은 포스코 역사상 최초 최고경영자(CEO)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6년 전 포스코 9대 회장에 취임한 최 회장은 스스로 왜 연간 매출 60조원, 국내 1위·세계 5위 글로벌 철강기업의 수장으로 선택됐는지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기존 주력 사업이던 철강 외에도 배터리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등 7대 핵심사업을 대들보로 삼고 그룹 체질개선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사업 체질 개선 주도…시장가치 인정 받았다
최 회장의 가장 큰 업적은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그룹사 중 2023년 시가총액 증가율 1위를 한 기업집단으로 포스코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포스코그룹의 시가총액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균형성장과 기업가치 극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당시 최 회장은 "오늘은 포스코 역사에서 제2의 창업이 시작되는 날"이라며 "50여 년 전 한국의 미래산업이 철강이었을 때 포스코가 역할을 맡았다면 이제는 미래산업인 친환경 미래소재 부문에서 포스코홀딩스가 그 일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출범 후 1년간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육성키 위해 철강,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Agri-Bio) 등을 7대 핵심사업으로 선정하고 역량을 집중해왔다.
구체적으로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이차전지소재 및 원료 분야까지 친환경 미래소재 비즈니스 확장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신사업에 대한 우수 벤처 지분 투자·M&A 등을 통해 특허 확보 및 혁신 기술 내재화도 꾀한다.

이같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혁신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졌다. 2018년말과 2023년 하반기 종가를 비교하면 전체 시가총액은 27조000억원에서 89조6000억원로 약 225% 증가했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비중이 포스코(철강) 75%, 포스코케미칼 13%, 포스코인터내셔널 8%, 포스코ICT 3%에서 포스코홀딩스 47%, 포스코퓨처엠 29%, 포스코인터내셔널 13%, 포스코DX 9%으로 친환경 미래소재 사업의 확장성이 눈에 띈다.
과거 포스코 주가는 철강사업 중심으로 평가됐다. 사업회사인 포스코퓨처엠(전 포스코케미칼) 시총은 포스코 주가가 최고점(765천원)이었던 2007년 10월 3000억원에서 2021년 말 11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분을 60% 가진 포스코의 시총은 같은 기간 글로벌 철강시황의 장기간 침체로 66조7000원에서 23조9000억원으로 64% 감소했다. 포스코그룹은 자본시장에서 이와 같은 저평가를 극복하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 이후 기업가치 평가 방식을 철강 단일사업 위주에서 SOTP(Sum of the parts) 방식으로 변경 추진했다. 이를 통해 그룹 사업회들의 미래가치는 포스코홀딩스 주가에도 본격 반영되고 있다.
내부 평가는? "약간의 과오 있지만 …"
최 회장에 대한 포스코 내부 평가는 긍정적이다. 복수의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은 평소 소탈한 성품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업무 스타일을 갖췄다. 임직원들과 자주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2018년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옮겨간 이후엔 연말까지 계획을 짜놓고, 매월 1회 전 임원 및 그룹장들과 등산을 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안전을 최우선 경영 가치로 삼으며 임직원의 귀감이 됐다. 임기 동안 지출한 안전 관련 예산만 조 단위에 달한다. 실제 최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근로자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회사는 직원 한 명을 잃은 것이지만 유가족은 집안의 가장을 잃은 것"이라며 "책임 소재 역시 공장장이 아닌 사업장 사장에게 있다"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책임을 물었다. 또 철강 시황 악화, 글로벌 긴축, 저가 수입재 등으로 모든 예산을 삭감했을 때도 안전 예산만큼은 삭감하지 않았다. 최 회장이 사업장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타협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 회장에 대해 모두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건 아니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가치경영실장을 맡아 그룹 계열사 구조조정과 경영쇄신 작업을 이끈 장본인이다. 임기 초부터 오랜 기간 이어오던 악습을 끊어냈다. 당초 포스코는 사장급 이상 퇴직자에 한해 1∼2년간 상임고문이나 비상근고문으로 예우한다. 또 회사 기여도에 따라 현직 때 연봉의 50∼70%를 지급해왔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퇴직 임원 예우에 따르는 부대 비용을 줄이고 공공연하게 이어오던 악습을 끊어냈다"며 "이 때문에 일부 고위 임원 사이에서는 최 회장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또 다른 관계자는 “비엔지니어 출신이라지만 최 회장은 포스코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며 "회사차 사적 유용 혐의, 힌남노 사전대처 미흡 등 과오도 있지만 전통적인 철강회사인 포스코를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성과를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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