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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도 너무 큰' GMC 시에라, 일상생활 가능할까? [시승기]

조회수 2023. 3. 27. 14: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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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C 시에라 드날리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풀사이즈 픽업트럭이 나왔다. 그간 포드 F-150과 쉐보레 실버라도 등이 병행수입된 바 있지만, 정식으로 출시된건 GMC 시에라가 처음이다. 쉐보레 콜로라도와 포드 레인저 등의 수입 픽업은 이보다 한단계 작은 중형급이다. 한국GM이 새롭게 소개하는 GMC 브랜드, 그중에서도 첫 번째 모델인 시에라를 시승했다.

GMC 시에라 드날리

한껏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만났지만, 막상 마주한 풀사이즈 픽업은 좁디 좁은 한국 도로가 품기엔 너무도 컸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숫자부터 다시 살폈다. 길이와 너비 높이는 5890x2065x1950mm로,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숫자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6미터에 가까운 길이가 압권이다. 여태까지 국내에 정식 출시된 차량 중 가장 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보다 124mm나 더 길다. 휠베이스는 무려 3745mm다. 시에라 바퀴 사이에 경차가 쑥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다. 참고로 경차 규격은 길이 3600mm 미만이다.

크기에 압도당한 채 운전석에 올랐다. 서울에서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할까 궁금증을 품고 서울 용산의 한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평소 자주 갔던 곳인데도 주차장 입구를 들어선 순간부터 긴장이 시작됐다. 있는지도 몰랐던 높이제한 차단막이 눈에 들어온다. 운전석 자체가 워낙 높아 차단막이 머리를 스칠 것만 같았다. 불안한 마음에 차를 세우고 내려 직접 눈으로 여유 공간을 확인했다. 서울 시내 건물 높이는 대부분 2.1m로 제한되는데, 1950mm의 시에라는 겨우 15cm를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주차장 차단기를 넘어서니 급격한 회전 오르막이 이어진다. 일반적인 승용차라면 넉넉한 수준이지만, 시에라에겐 너무나 좁게 느껴졌다. 차체와 바퀴가 닿을까 온 신경을 다해 헤쳐 나갔다. 필요 이상으로 서행할 수밖에 없다. 뒤따르는 차들에게 미안했지만, 그들도 '시에라 운전자'의 사정을 이해했는지 별 다른 짜증의 표시는 없었다.

수많은 차를 시승해봤지만, 이때 처음으로 어라운드뷰 시스템의 고마움을 느꼈다. 국내 출시 모델에 기본 적용된 사양이다.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버드뷰는 물론, 차량 네 끝단을 선명한 카메라로 비춰줘 그나마 안심하고 코너를 돌 수 있었다.

주차층에 도착하면 다음 시련이 기다린다. 곳곳에 빈자리가 있지만 차를 넣기가 망설여진다. 차폭이 너무 커 옆차와 간격이 조금이라도 가깝다면 접근하기 어렵다. 그나마 널찍한 공간을 찾았는데, 이번엔 복도 폭이 문제였다. 후면 주차를 위해 전ㆍ후진을 반복해야 하는데, 복도가 좁아서 이마저도 힘들었다. 이 쇼핑몰 주차장은 평소 쾌적함을 자랑하는 곳인데도 시에라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 주차된 시에라. 끝까지 밀어넣어도 일부가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신경 쓸 게 한 두개가 아니다. 차체가 뒷바퀴 넘어로 꽤 돌출하기 때문에 뒷편에 주차된 차량도 살펴야 한다. 간신히 주차를 마치고 확인해 보니, 전면부가 툭 튀어나온 모습이 영 우스꽝스럽다. 시에라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무슨 주차를 이렇게 해놨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최선을 다했다. 스토퍼까지 닿도록 끝까지 밀어넣어도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고작 주차만 했을 뿐인데도 진땀이 흘렀다. 덩치로 꿀리지 않는 에스컬레이드 ESV를 시승했을 때도 이정도까진 아니었다. 차체 끝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SUV와 감으로 판단해야 하는 트럭의 주차 난이도는 확실히 달랐다. 멋모르고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이 협소한 건물에 들어가면 자칫 큰일 날 수도 있겠다.

GMC 시에라 드날리

잊지 못할 고생을 뒤로한 채 시내로 나섰다. 부담스러웠던 덩치가 어느새 여유로움으로 바뀌었다. 높은 시트포지션과 뻥 뚫린 창문, 널찍한 실내가 시원하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나 기아 카니발이 작은 해치백처럼 느껴지는 색다른 경험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승차감도 바디온프레임 트럭 치고는 나쁘지 않다. 방지턱 등 큰 충격에는 약하지만 자잘한 충격은 매끄럽게 걸러준다. 화물칸에 짐을 가득 싣는다면 더 좋은 승차감을 기대할 수 있겠다. 시트는 조금 아쉽다. 방석 크기가 작고 가죽이 단단해 안락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정숙성은 수준급이다. 특히 엔진음과 노면 소음을 상당히 잘 억제했다. 덩치를 생각하면 엄청난 풍절음이 예상되지만 고속주행에도 거슬리는 소리는 없었다. 보스 오디오 음질도 마음에 든다. 출력도 강해 나만의 작은 콘서트장을 만들 수도 있다.

시에라의 적재함은 3단계로 열린다. 모두 펼치면 계단처럼 변신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했다. 차로 중앙을 유지해주는 기능이 빠진건 아쉽다. 다만 차폭이 워낙 커서 차선 이탈방지 기능으로도 충분했다. 차선을 벗어나려고 하면은 안쪽으로 밀어 주는데, 꽤나 영민하게 작동한다. 이 정도만 도와줘도 큰 도움이 된다.

막히는 시내에서의 연비는 4~6km/L 수준이었다. 426마력을 내는 6.2리터 V8 자연흡기 엔진과 2.6톤에 달하는 공차중량만 봐도 좋은 연비는 기대하기 어렵다. 잊고 지내던 디젤 엔진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그나마 고속 연비는 낫다. 고속도로를 2시간 넘게 달렸는데 리터당 10~12km가 나왔다. 한국GM에 따르면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DFM) 기능이 기본으로 적용돼 주행 상황에 따라 8개 실린더 중 4개만 작동시키면서 연료를 아낀다.

국내에 판매되는 시에라는 최상위 트림인 '드날리'가 기본이다. 곳곳에 두른 가죽과 원목 마감 등이 고급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체적으로 브라운 톤을 채택해 차분한 느낌이다. 시트는 물론 안전띠에도 컬러를 입혔다. 스티어링 휠에 브랜드 이름 대신 트림명이 새겨진 점도 인상적이다. 운전석만 본다면 이 차가 트럭임을 생각하기 어렵다.

수납공간은 광활하다. 콘솔박스는 축구공이 들어갈만한 크기이며, 대시보드엔 2개의 글로브박스가 마련됐다. 뒷좌석 공간도 널찍하다. 1열 시트 밑으로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수준이다. 굳이 화물칸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2열 활용도가 높다. 시트를 올려 추가 화물을 적재할 수도 있다.

GMC 시에라 드날리

시에라는 도심 거주자보다 외곽에 사는 사람에게 더 적합한 차다. 큰 짐을 실을 일이 잦고,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가격은 9330만~9500만원으로, '압도적 크기의 패션카'로도 손색없다. 개인적으로는 최상위 트림 이외에 저렴한 엔트리급 출시도 희망해본다. 1억짜리 자동차를 화물용으로 막 다루기엔 조금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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