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하반기 서버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가격이 큰 폭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D램 제조 업체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집중에 따른 DDR5 생산능력 제약과 인공지능(AI) 서버 투자로 인한 수요 확대를 근거로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HBM과 함께 고부가가치 D램으로 꼽히는 DDR5 기반의 128GB(기가바이트) 시장 확대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시장조사 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D램 공급업체들은 최근 고객사들과의 올해 3분기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 협상에서 전 분기 대비 15~20% 수준의 공격적인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서버 시장이 성수기인 하반기에 접어들었고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AI 서버 투자로 D램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공급 업체들이 선단 공정의 20~30%를 HBM에 배정하면서 서버용 D램 공급에 제약이 생길 여지가 커진 것이 가격 인상 추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서버용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인상이 가파를 경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DR5 D램 가격 협의와 관련해 고객과의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서버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탄탄한 가운데 내년 생산 계획을 어느 정도 확정한 공급 업체들이 DDR5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DDR4는 여전히 고객사가 재고를 비축해놓아 구매는 DDR5에 쏠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HBM의 생산능력 점유율 증가와 일반 서버 수요 회복에 기반한 가격 인상으로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이 8~13%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D램 제조 업체들은 전반적인 정보기술(IT) 수요가 정체되는 가운데 HBM 외에 고부가가치 제품인 DDR5에 집중하는 수익성 중심의 판매전략을 수립했다.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전체 서버용 D램 출하량에서 DDR5가 차지하는 비중을 올 초 65% 이상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서버용 DDR5 매출을 전 분기 대비 80% 이상으로 높이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서버용 DDR5의 상승세는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의 AI 서버 투자가 이어지고, 지난 2017년과 2018년 실시된 대규모 서버 투자의 교체주기가 돌아오면서 수요 확대를 이끌고 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마케팅 담당은 지난달 실적설명회에서 "전력 소모가 큰 AI 서버가 급격히 늘어나며 데이터센터의 운영비용 감소와 전력 확보가 중요해졌다"며 "일반 서버를 전력효율이 높아진 신규 서버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협의하는 HBM과 달리 DDR5는 시장에서 단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판가가 추가 인상될 여지도 있다. 이에 수익성이 가장 높은 HBM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서버용 DDR5의 이윤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DDR5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서버용 고용량 모듈 시장도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128GB의 고용량 모듈을 공급하며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10㎚(나노미터) 5세대(1b) D램 단품으로 제작한 32Gb(기가비트) 기반 제품으로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용량의 모듈을 16Gb D램으로 만든다. 16Gb D램 2개를 묶어 32Gb로 만든 다음 40개를 장착하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32Gb D램로 고용량 모듈을 제작하면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아 원가를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업계 최초로 개발한 32Gb 기반 DDR5 128GB의 양산을 시작했고, 마이크론은 하반기 중 공급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에 대응해 SK하이닉스는 용량을 더 확대한 256GB 모듈로 전선을 확대하고, 향후 선단 공정을 기반으로 32Gb D램을 활용한 모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D램 3사의 서버용 DDR5 고용량 모듈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SK하이닉스의 독점으로 1000달러 이상으로 거래됐던 제품 가격도 조정이 예상된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올 2분기 기준 1060달러로 집계된 128GB 모듈 가격이 내년 2분기에는 75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기존 서버 고객들이 96GB 모듈을 전환하는 수요가 쏠리며 출하량 자체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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