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체온 급격히 떨어져요"…역대급 강추위 대처법

정심교 기자 2023. 1. 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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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강추위가 몰아치면서 '체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 몸은 36.5도(℃) 내외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체온은 '열 소실'과 '열 발생'의 균형을 맞추며 조절된다. 예컨대 더운 환경에선 피부 혈관을 확장하고 땀을 내게 해 열을 내보내면서 체온 상승을 막는다. 반면에 추운 환경에서는 혈관을 수축해 열 소실을 막고, 근육을 떨게 해 열을 발생시킨다. 그런데 추운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체온이 지나치게 낮아질 수 있고, 세균·바이러스 등에 감염되면 고열에 시달릴 수 있다. 체온이 정상 범위를 벗어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체온 조절의 중요성과 상황별 대처법을 알아본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3.01.25.
체온이 내려갈 때
보통 기온이 15.5도 이하로 떨어지면 체온이 떨어지기 쉽다. 특히 노쇠한 노인에게서는 실내 온도가 22~24도여도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 더 심하면 기온이 체온보다 조금만 낮아도 체온이 떨어진다.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일 교수는 "보통 심부 체온이 35도 이하이면 저체온증으로 진단한다"며 "그 심각성에 따라 경증(32~35도), 중등증(28~32도), 중증(28도 미만)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증에선 팔다리가 떨리고, 기억력이 감퇴하거나 판단력이 흐려진다. 체온이 32도 이하이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31도 이하에선 오한으로 열을 발생하는 능력을 잃는다. 30도 이하에서는 맥박이 느려지며, 부정맥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심정지를 일으키는 심실빈맥·심실세동 같은 위험한 부정맥이 발생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저체온증은 젊은 층보다 노인에서 더 흔하다. 주로 ▶추위에 노출 ▶노화에 따른 생리적 변화 ▶약물 ▶열 생산을 감소시키거나 열 발산을 증가시키는 질환(알코올중독증, 당뇨병, 뇌 외상, 뇌졸중, 저혈당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운동 부족 ▶영양결핍 등이 원인이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추위에 몸이 오래 노출된 노인 가운데 '우발적 저체온'이 나타나기 쉽다"고 말했다. 우발적 저체온은 체온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체온을 올리는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추위에 소실된 열만큼 열이 생산되지 못해 저체온증이 나타난다. 젊은 층의 저체온증도 방심할 수 없다. 겨울철 바깥에서 오래 걷거나 스키를 타는 젊은 층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적정 수준 이하로 체온을 잃을 수 있다.

저체온증이 나타나면 피부가 창백하고 차가워진다. 눌린 피부에선 홍반·물집이나 자반(붉거나 보라색으로 변색한 피부)이 생길 수 있다. 피하 조직이 딱딱해지고 부종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는 얼굴에서 더 잘 나타난다. 언어 반응이 늦고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진다. 동공은 확대되고 경련, 마비, 감각마비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저체온증의 치료 원칙은 '체온을 높이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기초 체온이 1도 상승하면 면역력은 5배(500%), 몸속 효소 활성도는 40% 증가한다. 반면 기초 체온이 1도 하락하면 면역력은 30% 하락하고 몸속 효소 활성도는 50% 감소한다. 젖은 옷을 입고 있다면 벗어 추가적인 열 손실을 막아야 한다. 따뜻한 환경으로 이동해야 하며, 담요를 덮어 체온을 높인다. 저체온증 증상이 심한 환자를 발견하면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중등도 이상의 저체온증 환자에게 따뜻한 수액을 주입하거나 공기 가열 담요, 능동외부재가온(따뜻한 수액을 정맥에 투여하거나 고온다습한 산소 투여하는 등의 방식) 등의 치료를 시행한다.

겨울철엔 두꺼운 옷 한 벌 입기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을 때 보온 효과가 더 좋다. 장갑·목도리·모자를 착용해 피부 노출 부위를 최소화한다. 장갑·신발이 젖었다면 젖지 않은 것으로 빨리 교체한다. 바깥에서의 무리한 운동은 삼가고, 외출 전 체감 온도를 확인한다. 추운 환경에서의 음주는 피해야 한다. 알코올은 몸에서 열을 더 빨리 빼앗기 때문이다. 초콜릿·사탕 같은 고당분 식품은 열량을 내고, 따뜻한 음료는 체온을 높여 저체온증 예방에 도움된다. 그러나 심한 저체온증으로 이미 의식이 없거나 정신이 혼미한 환자에겐 음식을 줘선 안 된다.

체온이 올라갈 때

감기에 걸리거나 특정 병원성 세균·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체온이 오른다. 체온 상승은 우리 몸에서 면역력을 높이고 몸속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자연적인 반응이다. 기초 체온보다 열이 약간만 오른 상태 즉, 38도 미만의 미열이 있는 상태에선 해열제를 무작정 투여하기보다는 미온수로 몸을 닦으며 표피의 열을 낮추며 자체적인 면역력을 기대한다.

반면 몸이 40도 가까이 오르고 있거나 40도를 넘나든다면 해열제를 투여해야 한다. 열을 낮추기 위해 물에 적신 수건을 겨드랑이·사타구니·목·등에 묻힌다. 이때 수건은 '따뜻한 물'에 적셔야 한다. 따뜻한 물은 피부 속 말초혈관을 확장하고, 심부의 혈액이 말초혈관까지 잘 돌게 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이로 인해 몸에 묻은 물이 증발하면서 몸의 열을 빼앗아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단, 미온수에 적신 물수건으로 몸을 닦고 나서 물이 증발하기까지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따뜻하게 닦고 연달아 닦으면 물이 증발할 틈이 없어 열을 낮추기 힘들어진다. 이와 반대로 열을 떨어뜨리겠다는 생각에 '차가운 물'에 적신 물수건을 이용하면 말초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을 저해하고 근육 수축으로 인한 떨림 증상으로 심부 체온이 더 올라갈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열이 나면서 의식이 없거나 점점 나빠지고, 전혀 먹으려 하지 않고 쳐져 있으면서 소변량이 감소해 심한 탈수가 예상되는 경우, 목이 뻣뻣해지면서 경련이 있거나, 3개월 이하의 아이가 열이 날 때는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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