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인선]① KB금융 안정vs혁신...은행·증권·보험·카드사 연임 '청신호'

9월부터 시작되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조망해 봅니다.

KB금융 주요 계열사 CEO /그래픽=박진화 기자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KB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번 주 중 KB금융은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구성해 KB국민은행과 KB증권,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 등 CEO 거취에 대한 논의에 착수하며, 큰 이변이 있지 않은 한 5명의 금융 수장은 '2+1 체제'에서 1년 임기를 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기 내 있던 금융사고 등 부정 이슈에 대한 대처가 적합했는지 여부가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3연임 노크…'해결사'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그래픽=박진화 기자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공수 전환'이 빠른 유연한 리더이자 '난관 해결사'다. 2022년 1월 취임한 이 행장은 디지털 금융 확대를 경영 기치로 삼아 영업 효율성을 증대, 이듬해 순이익 3조원대를 달성했다. 순이익은 2022년 2조9960억원에서 2023년 3조2615억원으로 증가했고, 이런 성장은 올해 이 행장의 1년 연임을 가능케 했다.

이 행장은 지난해 불거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불완전판매 이슈로 금융당국 조사는 물론 고객의 배상 요구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국민은행이 판매한 홍콩 ELS 규모는 8조원을 웃돌았고,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이 판매한 만큼 거액을 투자한 피해자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이는 이 행장이 '고객 신뢰 향상'으로 경영 목표를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재임 후 밝힌 신년사에서 그는 디지털 강화보다 신뢰 회복을 강조했고 실제 소비자 피부에 와닿는 재빠른 대처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 3월 당국의 자율배상 권고에 자율조정협의회를 구성해 배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고, 지난 23일까지 고객과의 합의 비율은 83.9%다. 6820억여원의 배상 충당금 적립에 지난 1분기 순이익은 3895억원에 머무른 반면, H지수 회복에 2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0.4% 증가한 1조1164억원을 기록했다.

이 행장은 지난 4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을 광고모델로 새롭게 선정한 것도 이 같은 KB금융 전반의 고객 신뢰 향상과 이미지 쇄신을 위한 발탁이었다. 박은빈은 지난해 그룹 모델로 선정된 이후 현재까지도 KB금융 전반의 브랜드 캠페인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이 행장은 취임 당시 걸었던 디지털 금융 확대 기조를 꺾지 않았다. 국민은행 대표 애플리케이션(앱)인 KB스타뱅킹은 6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400만명대를 달성하며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많은 MAU를 기록했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KB금융그룹의 17개 앱을 10개로 통합, KB스타뱅킹을 은행 업무뿐 아니라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업계는 3연임을 바라보고 있는 이 행장이 허인 전 행장의 4년 임기(2+1+1)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ELS 위기에서 이 행장의 적극적인 대처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 행장은 2017년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를 거쳐 2018~2019년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상무와 전무를 역임했다. 이 행장은 행장 취임 이전부터 영업과 재무, 전략통(通)으로 손꼽혔다.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 대표 '실적 승부사들'

이홍구‧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그래픽=박진화 기자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 대표는 임기 내 전문성을 살려 호실적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자산관리 분야, 김 대표는 IB(기업금융)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올 상반기 KB증권은 당기순이익 3761억원으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1.80%로 증권사 중 4위를 차지, 상반기 기준 은행 지주 계열 증권사 가운데 그룹 순이익 기여도 2위를 차지했다.

2019년 취임해 4연임 중인 김 대표는 KB증권의 기업금융 부문에서 질적 성장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반기 ECM(주식자본시장) 부문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 IPO,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 등 대형 딜을 주관했다. 하반기에는 케이뱅크, 발해인프라, LG CNS 등 또 다른 거래들이 대기 중이다. 다만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1억원 감소한 1249억원을 기록했음에도 DCM(부채자본시장) 및 ECM 부문 증권사 1위를 석권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는다.

또 이 대표는 올해 1월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은 이후 자산관리 부문에서 브로커리지 수입 증대와 자산 성장세 유지 및 다양한 금융상품 중심으로 질적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상반기 자산관리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6억 증가한 1784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금융감독원의 주의적 경고 조치와 새로운 대표 체제 출범 가능성이 장애물로 작용, 김 대표와 이 대표의 연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 6월 특정금전신탁을 운용하면서 불법 자전거래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전가했다는 이유로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조치를 받았다.

실적 정체기 맞은 '소통의 달인'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그래픽=박진화 기자

지난해 1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 합병 후 첫 수장 자리를 맡은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는 '소통의 달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양사 직원의 화학적 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전산처리에 혼선이 있던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회사 출범 1년 만에 전산 통합 작업에 종지부를 찍었다.

변액‧연금보험 등 생명보험 본업에 충실한 정도(正道) 영업 체계 구축으로 중장기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전략은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또 KB손해보험 자회사였던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편입시켜 요양사업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다만 분기마다 최다 순이익 신기록을 경신하는 KB손보와는 달리 KB라이프생명의 실적 정체는 이 대표의 연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8억원 감소한 212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급여력비율(K-ICS)은 300%대로 건전성 부문은 안정적이다.

저조한 실적은 이 대표가 은행 출신이기 때문에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취임 이후 보험업 전문성을 강조하는 만큼, KB손보처럼 보험업계에서만 줄곧 커리어를 쌓은 내부 출신이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구나 합병 직후 보험 상품의 제조사와 판매사를 분리하는 ‘제판 분리’ 단행으로 푸르덴셜생명의 전속 설계사 이탈이 많았고 보험 유지율도 평균보다도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KB라이프생명의 유지율은 13차 월 78.1%(평균 83.2%), 25차 월 55.3%(60.7%)로 집계됐다.

심지어 합병 이후 달라진 수수료 체계와 상품 경쟁력 저하 등 설계사 사이에서 불만이 많아졌고, 실제 설계사 정착률은 업계 중위권에 머물렀다. 보험GA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KB라이프파트너스의 13차월 정착률은 55.0%를 기록했다.

'실적왕'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그래픽=박진화 기자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는 2022년 취임 후 지금까지 임기 내 지주 회장에게 높은 신뢰를 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에서 양종희 회장으로 바뀐 상황에서도 1년 연임에 성공했고, 매출 성과는 신뢰의 이유를 증명했다.

국민카드 매출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2022년 3조6944억원에 이어, 지난해 4조2051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은 5330억원(3786억원), 4272억원(3511억원)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당기순이익)만 3213억원(25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증가세는 코로나19 기간 이익 체력을 확보했고, 이에 기반해 많은 고객을 끌어들인데 기인한다. 특히 국민카드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KB페이를 통해 플랫폼 유입 인원이 확대됐고, 가입 회원 수는 지난 4월 기준 1200만명을 돌파, MAU도 최근 800만명을 넘어섰다.

이 대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위시' 시리즈의 성공도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8월 말 기준 100만장을 돌파한 위시 카드는 우수한 시장 지위와 이익 창출력을 통해 연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 같은 성과는 카드업계 업황 악화 속 리더십 교체보다 '안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이런 이 대표에게도 세대교체론이 불거졌고 해외 실적 악화라는 약점도 있다. 국민카드는 우수한 이익 창출력에도 고금리 장기화에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수익성 저하 부담이 늘고 있고, 조달 비용 부담도 확대하고 있다. 또 올 상반기 네 개 해외법인 중 세 곳(캄보디아·인도네시아·태국)이 26억7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