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변혜정의 안전한 세상을 위해]

이어지는 SPC 공장 '끼임사고'

2022년 10월 15일, 일하러 나갔던 한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재료를 혼합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교반기에 몸이 끼였다. 교반기에는 소스가 가득 차 있었고 발견 즉시 현장관리자에게 알렸으나 8분 뒤에야 119에 신고가 됐다. 기계 내부에 사람이 떨어져 들어가 있는데도 그 기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3년전 SPC 계열의 SPL 평택 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2023년 8월 8일, 일하러 나갔던 한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치즈케이크를 반죽하는 기계의 반죽통과 반죽 분할기 사이에 몸이 끼였다. 함께 작업 중이던 다른 사람이 실수로 리프트 하강 버튼을 눌렀고 하강한 반죽통 아래에는 사람이 있었다. 공무팀이 출동해서 기계 설비를 해체할 때까지 무려 6분이나 끼여있어야 했다. 응급실로 급히 이동해 수술을 받았으나 이틀 뒤 8월 10일 숨을 거두었다. 2년전 SPC 계열의 샤니 성남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2025년 5월 19일, 일하러 나갔던 한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빵을 제조하는 생산라인의 컨베이어벨트에 상반신이 끼였다. 1, 2년 일한 것도 아니다. 십 년도 넘게 일한 곳에서 뜨겁게 익혀진 빵을 식히는 기계 밑으로 기어들어가 수동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람이 밑으로 들어가 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그 기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올해 SPC 계열의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세 사람은 세 명의 근로자였고 그 세 근로자의 죽음이 일어난 곳은 전부 SPC그룹 계열사 현장이었다. 1년에 한 명꼴로 작업장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전부 동일한 사고 형태인 '끼임 사고'였다.

지난 2022년 10월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SPL 평택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왜 매년 근로자들이 죽는가

SPC그룹이 어떤 회사인가. 빵류 제조업체 매출 상위 10곳 중 SPC 계열사 5곳의 매출이 전체 중에서 90%를 차지하고 있다(2023년 기준),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일반 빵이나 샌드위치류를 판매하고 있는데다가 패스트푸드점이나 학교, 군부대의 단체 급식 빵까지 납품하는, 말하자면 제빵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회사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삼립, 샤니, 던킨, 베스킨라빈스 등의 베이커리, 디저트 뿐 아니라 에그슬럿, 쉐이크쉑, 라그릴리아, 퀸즈파크 등의 외식업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기업이다. 그런 회사에 일하러 간 근로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현장에서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난 일이다.

2022년 사망사고 때 지적된 사항은 대체로 이러했다. ① 2인 1조 작업이 원칙이나 1인이 작업하도록 두었고 ②생산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자동멈춤장치(인터록) 해제, 덮개 미부착 등 안전조치를 미이행했으며, ③주야 맞교대로 근로자의 피로도가 증가되었고, ④안전매뉴얼 및 교육이 미흡했다는 등 원인이 지적됐고 대책이 촉구됐다. 계속 안일한 태도를 보이던 SPC그룹은 언론과 소비자의 비판이 일고 불매운동이 커지자 2022년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를 했고 3년간 1000억원의 안전분야 투자를 약속했다. 그 이후에 SPC그룹은 무엇을 했는가.

SPC그룹은 2023년 1월에 근로자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안전경영선포식을 했다. △안전분야 투자 및 그 내역 공개, △위험요인 지속 추적관리체계 구축 및 안전문화 확립을 위해 근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또한 △이사회 차원의 안전경영 관련 보고를 분기 1회로 하여 안전관련 내부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외부 전문가를 CSO로 영입함과 동시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확대 개편하여 안전문화를 강화하고자 했다. △2023년부터 2024년 5월까지 969억 원을 안전설비 확충, 고강도 위험작업 자동화 등에 사용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도 있다. 안전인력도 증원하고, 외부전문가 진단도 하고, 관리자교육의 실효성도 높이고자 투자한 내용도 있다. 그럼에도 이후에 사망사고가 또 났다. 그것도 두 번이나. 여전히 같은 이유로 말이다.

지난 5월에 발생한 사망사고 이후 SPC그룹이 내놓은 대책은 더 아름답다(?). △기존의 생산성과 납기중심 운영체계를 노동자 생명과 건강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 하에 △외부 시민안전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 안전협의체를 구성하고 △매월 유해위험요인을 상시 발굴 및 개선하겠으며 △스마트 신공장 건립도 추진하고 △교대제도 개편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내놓았다. △윤리준법체계를 감독하는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위원장에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촉하기도 했다. △예산 투자도 더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SPC그룹의 오너인 허영인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 후로도 사고는 이어졌다. 사진= 연합뉴스

무엇을 고치고 바꿨을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다. 2022년 사고 이후에도 이런 비슷한 대책들을 안 내놓은 게 아니다. 그럼에도 왜 계속 사람이 죽는 사고가 나는 걸까. 그것도 같은 이유로. 동일한 유형의 사고로.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다. 대책이 그렇게 빨리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기다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론 그 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꾸고 '문화'라는 것이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지금 일어난 게 ‘사망사고’라는 점이다.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중대한 산업재해가 1건 발생한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미한 산업재해가 29건, 그리고 산업재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징후가 300건 있었다는 통계적 논리이다. 즉, 사소한 것을 어떤 이유에서든 방치했기 때문에 큰 재해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SPC그룹의 예를 생각해보자. 사망사고가 있기 전, 지속적으로 끼임으로 인한 산재사고가 있었다. 2022년 10월에 샤니 제빵공장에서 근로자 손가락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절단상, 2023년 7월에 같은 곳에서 근로자 손가락이 기계에 끼여 골절상, 2023년 10월 SPL 제빵공장에서 근로자 손가락이 기계에 끼여 골절상, 2025년 1월 같은 곳에서 근로자 손가락이 기계에 끼여 절단상 등.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것 뒤에는 재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작고 큰 사고들이 무수히 있었으리라는 걸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제 현장에 상존하는 위험요인이 뻔히 눈앞에 보인다면, 당장의 위험요인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일상적인 회의와 소통과 투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와 소통과 투자가 필요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지적되었던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교대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안전장치는 생산을 위해 제거되어 있었으며 자동멈춤장치는 없거나 사용하지 않고 있고, 2인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2022년 사망사고 이후로 실제로 달라진 게 무엇인지, 있기는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보고된 그 많은 돈과 그 많은 인력은 어디로 간 걸까. 정말로 안전 분야를 위해 제대로 된 투자를 한 건 맞는 걸까.

포드 자동차가 저지른 실수와 고의

필립 로스코의 『차가운 계산기』 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1970년대에 어느 미국인 가정이 포드 자동차의 핀토 모델을 구입했다. 이 차를 몰고 애너하임으로 출발했는데 도로 한복판에 차가 서버렸고 다른 차가 충돌하는 바람에 연료 탱크가 폭발하여 그 안에 타고 있던 엄마와 아이가 심각한 화상을 입어 엄마는 사망하고 아이에게는 큰 장애가 남게 되었다.

유족이 포드 자동차를 고소한 결과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포드 자동차는 사고 이전부터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그게 큰 비용이 들지 않음에도 보완 장치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는 그 기업이 인간 생명과 이윤을 비교하여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는 의미라 엄청난 공분을 샀었다. 하지만 또 일각에서는 포드 자동차가 그렇게까지 비정한 것은 아니어서 고객이 죽거나 다치는 것을 묵과하려 했다기보다는

기업 조직의 비효율적인 작동과 산업에 팽배해 있었던 선입견 탓에 핀토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에 더 방점을 둔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사람의 생명가치를 경시했든, 위험을 인지하고도 간과했든 이러한 사고의 원인은 기업에 있다. 필립 로스코는 이 책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사람들이 그냥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것을 피할 '금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일 때가 많다. 리스크의 가격을 산정할 때 이러한 가난한 이들의 낮은 임금까지 요소로 포함시킨다면, 이들의 목숨값은 그야말로 싸구려 비지떡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이들이 리스크를 고스란히 감수하는 진짜 이유를 무시하고서 그냥 리스크의 가격을 싸게 산정해 버린다면, 이들이 실제로 산재나 사고를 당했을 때에 나오는 보상금 또한 싸구려가 될 것이다. 또한 리스크를 막기 위한 시설에 들어가는 돈은 이제 상대적으로 더 큰 비용이 되어 버리므로 그것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 목숨의 가치를 측량하는 도구들은 보호가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이들, 즉 자원의 희소성이 너무나 심각하여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갖지 못하게 된 이들을 보호의 테두리 밖으로 내동댕이치고 만다. "-필립 로스코, 『차가운 계산기, 경제학이 만드는 디스토피아』 p201~202

포드자동차의 핀토사건을 다룬 동영상

우리도 대부분 일하는 사람들이다

여러가지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일거라 생각한다. 결국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이것이 어쩌다 있을 수 있는 실수가 아니라 기업 자체 문화에, 조직 구조에, 안전보건 의식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서 의식을 전환시키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을 하게끔하는 목적이다. 이런 차원에서 SPC그룹의 경우는 그냥 남들이 듣기 좋은 대책을 이것저것 내놓는다고 '알았다, 기다릴게'라며 끄덕일 게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지금 구체적으로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 그게 법을 집행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지난 3년 동안 세 명의 근로자가 죽었다. 현장 근로자라고 하면 마치 남의 일인 듯 생각되는가. 하지만 우리도 대부분 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일을 나갔으면 무사히 안전하게 건강하게 돌아오길 누구나 바란다. 그들도 같은 바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공장의 일개 부속품이 아니라, 가족이 있고, 추억이 있고, 꿈이 있고, 웃음과 슬픔이 함께 하는 생명이었다. 일하는 환경을 안전하게 갖춰주었다면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었을 생명. 이걸 잊지 말아야 한다.


※ 변혜정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일해 왔다. 사회경제적 요인과 주거환경과의 연관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연구소 및 기업체에서 EHS 컨설팅 및 전략수립, 안전보건관리 업무 등을 수행했다. 사람이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존재양식에 관심이 많다. 책과 영화와 음악과 공연 등에 대한 경험은 언제든지 마다하지 않고 있으며 여기에서 받은 영감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을 통해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역할이나마 할 수 있기를 늘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