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가 뭐라고 이 난리를 피우냐”…심부름 알바에 멀쩡한 나무까지 ‘싹뚝’

대학 축제가 대형 연예인 공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학가 곳곳에서 부작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던 나무가 베어지고, 학생증이 사실상 공연 입장권처럼 거래되는가 하면 공연장 앞자리를 맡아주는 ‘심부름 알바’까지 등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고려대학교 안에서는 “캠퍼스의 멀쩡한 나무를 왜 베어냈느냐”는 학생들 불만이 이어졌다. 학생회관 앞 민주광장을 지켜오던 양버즘나무 12그루와 등나무 벤치가 지난달 철거됐기 때문이다.
해당 공간은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대동제 공연장과 축제 부스 설치를 위해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축제를 위해 캠퍼스 쉼터를 없앴다”는 비판이 나왔고, 학교 측과 총학생회는 서로 요청 사항이었다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대학 축제가 사실상 ‘대형 콘서트화’되면서 연예인 섭외 경쟁도 과열되는 분위기다. 경희대학교 는 봄 대동제 행사 연예인 섭외 등을 대행할 업체 선정에만 2억 2000만원 규모 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역 요청서에는 ‘정상급 힙합 가수’와 ‘최정상급 아이돌·가수’ 등의 조건도 포함됐다.
학교 측은 학생 수요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코로나19 시기 학생 주관 행사가 제한됐던 영향으로 화려한 공연을 원하는 분위기가 커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인기 아이돌 공연이 대학축제 핵심 콘텐츠가 되면서 학생증 거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X(옛 트위터)와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학생증 대여 가능”, “신분증까지 함께 빌려준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대학들이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면서 학생증이 사실상 입장권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외부인도 비교적 자유롭게 축제를 즐길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재학생 불만과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학생증과 신분증 대조 절차를 강화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통제는 오히려 편법 거래를 키웠다. 재학생이 학생증을 돈을 받고 빌려주거나, 외부인이 이를 구매해 축제장에 들어가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학생증 대여 가격은 하루 기준 5만~20만 원 수준으로 형성됐으며 인기 아이돌 출연 여부에 따라 금액이 더 치솟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온라인 게시글에는 “이틀 입장 조건으로 50만 원까지 가능하다”는 내용도 등장했다.
한편, 축제에 입장하기 위해 학교 정보를 외우는 사례까지 나왔다. 지난 14일 서강대학교 축제에서 아이돌 그룹 RIIZE 공연을 관람했다는 타 대학 졸업생 A씨는 학생증을 10만 원에 빌렸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 측 확인을 피하기 위해 건물 이름과 수업명, 대학 구호(FM)까지 외웠다고 전했다.
축제 현장 앞자리를 대신 맡아주는 이른바 ‘줄서기 알바’도 등장했다. 인기 공연의 경우 수 시간 전부터 대기 줄이 형성되면서 심부름 플랫폼 등을 통해 대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축제로 인한 학습권 침해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축제기획단은 축제 기간 소음 민원을 줄이기 위해 중앙도서관에서 귀마개 1500개를 배부하겠다고 안내했다.
대학가 안팎에서는 “학생 공동체 문화였던 축제가 지나치게 연예인 중심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학생은 “이제는 학교 축제가 아니라 사실상 아이돌 콘서트가 된 느낌”이라며 “정작 학생들을 위한 공간과 문화는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혜린 AX콘텐츠랩 기자 hihilin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백종원 칼 갈았는데…더본, 10거래일 하락·4개 분기 적자
- 알쏭달쏭 中 ‘건설·전략적 안정관계’…“美 겨냥 함정”
- 스승의 날에 웃지 못한 선생님들… ‘책임 전가’ 공문에, 폭행 당한 사연도
- “건강하시라고 모시고 살았는데”…자녀와 단둘이 사는 노인, 술 더 마신다
- “中서 받은 물건 다 버리고 타라”…에어포스원 앞 쓰레기통, 왜 있었나 보니
- 스페이스X, 이르면 다음달 12일 나스닥 상장...700달러 이상 조달
- “대치역 코앞에 랜드마크 세운다”…대치선경 재건축 확정
- “마스크 겹쳐 써도 소용없다”…벌써 홍역 사망자만 400명, 난리 난 ‘이 나라’
- “실형까지 살았는데 또”…‘윤창호법 1호 연예인’ 손승원, 5번째 음주운전
- “우리 아이 매일 가는데”…소비기한 지난 식품 판매한 무인점포 147곳 적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