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보안 기업의 해외 진출 경쟁력을 짚어봅니다.
이글루코퍼레이션의 해외진출법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 기존 수행이력(레퍼런스)을 바탕으로 한 중동·아시아 신흥시장 공략이다. 회사는 2010년 일본에 지사를 설립하고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1%에 그치며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국내 정보보안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내수의 한계를 벗어나 수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다.이글루가 새롭게 마련한 수출 확장의 발판은 2023년 키르기스스탄 진출이었다. 올해는 해외 고객사를 늘리기 위해 레퍼런스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글루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112억원이다. 수출은 11억원으로 전체의 약 1%에 해당한다. 이는 2023년 수출 매출 35억원, 비중 3%에 비해 감소한 결과다. 이글루는 2023년 키르기스 사업 수주에 따른 역기저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당시 회사는 ODA의 일환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키르기스에서 42억원 규모의 사이버안전센터 건설사업을 따냈다.
이글루는 키르기스에서 △사이버안전센터 시스템 구축 △보안관제체계 수립 △보안인력 양성 등을 진행했다. 이 사업에는 이글루의 보안 솔루션 '스파이더TM'이 적용됐다. 스파이더TM은 시스템 네트워크의 침입이나 오작동 등 각종 위협을 사전에 탐지하고 예방하는 솔루션이다. 이글루 관계자는 “키르기스 사업을 수주한 후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긍정적인 계약 논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흥국에서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면서 보안 솔루션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진출한 일본 시장은 매출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최신 보안 솔루션을 공급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이글루는 2010년 일본 도쿄에 지사를 설립했고, 2017년 이를 법인으로 전환했다. 현재 이글루는 일본법인 CIC의 지분 98.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법인의 매출은 7억5000만원, 당기순이익은 1억4000만원이었다.
일본법인은 매출 규모는 작지만 이글루의 차세대 보안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이글루는 일본 현지기업을 대상으로 보안 운영·위협 대응 자동화 솔루션 '스파이더SOAR', 인공지능(AI) 보안 어시스턴트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솔루션은 머신러닝 기반으로 보안 위협이 발생할 경우 자동 대응한다. 위협을 분석해 보안 담당자에게 대응 항목을 우선 제시하고, 대응 내역을 분석해 보고서 작성까지 자동화한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 속도가 느렸던 일본은 AI 시대 진입과 함께 클라우드 전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글루는 이 같은 특성에 맞춰 스파이더 솔루션 시리즈와 AI 보안 어시스턴트를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스파이더TM 온 클라우드', '스파이더SOAR 온 클라우드' 등이 대표 사례다.
이글루 측은 "미얀마,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등에서도 국가 사이버안전센터를 구축했다"며 "이러한 해외 수행이력을 바탕으로 신흥시장 공략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영업망을 갖춘 현지 협력사를 통해 미국 외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