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돋아요"...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한강공원 벤치 디자인 수준(사진7장)

서울 용산구 한강예술공원 안에 흥미로운 벤치가 등장한지 6년는 꾸준하게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벤치 하나 설치된 게 대수일까’ 생각하기 쉽지만 직접 보면 마음이 달라집니다. 건축가 이용주가 나무 뿌리의 모습을 형상화해 만든 설치 작품이자 공공 의자입니다. 이름도 귀여운 ‘뿌리 벤치’.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중심부에서 길쭉한 목재 패널이 방사형으로 굽이치며 뻗어 나가는 모양으로, 그 위에 눕고 기대고 앉을 수 있습니다. 힘과 생명력이 느껴지는 디자인입니다. 휴식과 환기를 위해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적당한 벤치가 있을까요.

'뿌리 벤치' 만든 건축가 이용주

2017년, 서울시에서 한강에 한강예술공원이라는 새로운 문화공간을 조성하면서 시민들에게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그 중 최우수상을 받은 황철호 군의 "나무뿌리벤치" 아이디어를 구현한 작품입니다. 나무 중심부와 이어진 유기적인 형태의 벤치에 눕거나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당선자의 아이디어가 명확하고 직관적이어서 그 생각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벤치의 역할을 하면서도 규모가 큰 공공 설치물을 제작하고자 했습니다.

뿌리 모양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나?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디자인된 조형은 3차원 기하학적 모습으로 역동성을 보여줍니다. 내부의 금속 프레임으로 기본 구조를 만들고 외부에 데크 형식의 목재를 부착하여 마감합니다. 바닥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지지됩니다. 형태적으로 새롭지만 유지, 보수가 쉽고 방문자에게 익숙한 데크재 마감을 사용하여 시민들의 아늑한 휴식처로써의 활용을 용이하게 하였습니다.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완결된 원형의 형태를 제시하는 동시에, 바닥과 합쳐지며 굴곡을 만드는 인공 조형물은 잔디공원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자연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게 됩니다. 방문자들은 ‘뿌리벤치’를 통해 조형물로써의 시각적 예술성을 느끼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휴식을 취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높이를 아이 의자 (250mm), 성인 의자 (450mm), 테이블 (750mm)의 세가지로 구분하여 기능상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설치 후 시민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보니 아이들은 앉기 보다는 뿌리가 자라는 방향으로 뛰어다니면서 노는 경우가 많아 흥미로웠습니다. 아직까지 큰 무리 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뿌리가 공원에 자연스럽게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다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반응-확산계 (Reaction-diffusion system)를 디자인에 적용했습니다. 반응-확산계에서는 분자들이 충돌할 때 화학적으로 반응하게 되면서 구성분자의 농도가 변하게 됩니다. 생물체에서 많이 보이는 두 가지 요소(색 또는 형태)의 혼합된 독특한 문양은 이 시스템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이를 중심이 있는 뿌리와 같이 방사형으로 적용하여 조형물과 그 배경이 되는 조경이 어우러지는 전체적인 모습을 디자인하였습니다.

공공조형물은 좋은 디자인만큼이나 관리가 거의 필요 없을 정도의 내구성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영구적으로 존재하는 건물을 만드는 건축가이기 때문에 구조와 재료에 대한 이해를 최대한 반영한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구조물로 사용한 방청도장된 각파이프, 마감재인 방부목 데크(게루투-목재명)는 내구성 강한 건축재료로 유지와 보수 모두 쉽습니다.

‘뿌리벤치’는 3년 후 철거할 계획이였지만, 관리나 사용에 무리가 없고 많은 사랑을 받아 6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를 유지하며 여행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위치 : 한강예술공원 뿌리벤치 (용산구 이촌동 363-1)
완공연도 2018년
면적 700㎡
설계 이용주 건축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