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래 자동차 인재를 키우려면..." KSAE 대학생 자작차대회 정지욱 위원장

올해 한국자동차공학회(KSAE)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9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 EVS37을 주관한데 이어 역대급 규모의 춘계학술대회와 리더스포럼 등을 개최하며 국내 자동차 산·학·연의 협력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더불어 비영리 학술기관으로서 학생들에게 자동차 설계 및 제작 기술의 습득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대학생 참여 대회도 한층 풍성하게 마련했다.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바하(Baja) 부문은 전국 32개 대학, 46개 팀, 1100여명이 참가했으며, 포뮬러(Formula) 부문은 42개 대학(해외 2곳), 53개 팀, 20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또한, 대학생 스마트 e-모빌리티 경진대회에는 51개 대학, 68개 팀, 1900여명이 참가해 전기 모빌리티를 출품했다. 특히, 올해 대학생 참여 대회는 중국 광저우대학교 등 해외 참가팀이 처음으로 출전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대학생 자작차대회 포뮬러 부문 정지욱 조직위원장과 대학생 참여 대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일반 자동차 경주 대회와 대학생 자작차 대회는 어떤 것이 다를까.

차량 설계부터 제작 과정 전반을 다루며, 실제 필드 테스트 결과까지 종합적으로 겨루는 교육적인 프로그램이다. 포뮬러 부문은 전체 1000점을 만점으로, 각 단계별 평가가 진행된다. 우선, 설계 평가 단계에서 보고서를 접수받고 현장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이 차를 어떻게 만들었냐'는 것을 보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제작 비용이나 다른 주요 포인트에 대한 것도 평가한다. 이런 부분은 실제로 현업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미리 연습하기 위함인데, 해마다 조금씩 바뀌고 있다.

동적 테스트는 가속 평가부터 언더스티어 및 오버스티어를 보는 스키드 패드와 조향 성능을 파악할 수 있는 짐카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2명의 드라이버가 22km를 달리는 내구 레이스가 진행된다. 내구 레이스가 가장 비중이 높고, 다음 짐카나 순으로 점수가 높다. 가속과 스키드패드의 점수는 같다. 물론, 각각의 안전 규정을 통과해야만 최종 필드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참가 팀 모두가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Q. 다른 평가도 있나.

기술 아이디어 평가도 하는데, 가끔 '학생이 이 정도까지 생각해서 한다'며 놀랄 때가 있다. 아무래도 비용이나 효율을 따지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기라 가능하다. 완성도나 결과보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동기 부여가 된다.

Q.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동시에 경쟁한다. 게다가 배기량과 출력 등 등급도 다르다. 클래스별 1위가 아닌 전체 1위로 평가하는 이유가 있나.

총 4개 클래스가 참여한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레이스가 아니라, 각 평가 항목을 종합적으로 산정해 1위(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를 꼽는다. 때문에 배기량이 크고 출력이 높다고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배기량이 높을수록 무게도 높아, 오히려 250cc급 기록이 더 좋은 경우도 많다. 

B클래스를 두는 이유는 우선 비용적인 측면도 있지만, 신규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함이다. 처음부터 높은 출력으로 도전하기에 겁이 날 수 있다. 물론, 경쟁이 수월하기 때문에 B클래스에만 머물려는 팀도 있다. 그래서 규정상 포디움에 올라갔던 팀은 A클래스로 올라가야 한다. 최종적으로 클래스 통합을 계획하고 있다.

Q. 광저우대학 등 올해 해외 팀이 두 곳이나 참가했다.

한중일이 서로 경쟁하는 그림이 좋을 것 같다. 과거 우리 학생들이 '국제적으로 우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다'며, 일본 대회에 많이 참가했었다. 이제 한국 수준이 올라가니 여기서 우승을 하는 게 목표가 됐다.

중국도 과거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실 중국도 이제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내심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학생들이 자극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상호 간에 서로 자극이 많이 된 것 같고, 앞으로 참가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해외에서는 정보도 부족하고 현지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기도 힘들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하게 있다가, 금세 주변에 있는 한국 팀들이 많이 도와주고 궁금한 것도 서로 물어보곤 했다.

Q. 수년전과 달리 여학생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

확 느껴진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다 보니, 코딩을 짜고 프로그램을 다루는 일이 많아졌다. 회로도를 만들거나 여학생들이 더 꼼꼼하게 잘하는 분야가 늘어났다. 거기에 가끔 남학생 모두를 아우르는 진짜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팀장과 실력 좋은 드라이버들도 꽤 있다. 해마다 조금씩 여성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로, 당연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Q. 코로나 팬데믹 영향은 이제 완전히 벗어났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많은 팀이 힘들어했다. 3년가량 제대로 활동을 못 하다 보니, 그간의 지식이나 노하우가 많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우선 팀마다 40명씩 정원을 가득 채워온다.

그간 대회에 못 나왔더라도 자신들만의 연구개발에 집중한 팀이 있고, 온라인상으로 서로 교류를 하거나 벤치마킹을 하며 발전한 팀도 있다. 올해 좋은 결과가 나온 팀은 본인들만의 노하우를 어떻게 만들어 갔다. 물론, 반대로 자신들이 갖고 있던 장점이나 색깔이 없어진 팀도 좀 있다.

Q. 수년 사이 스폰서 구성도 달라진 듯하다. 국산차 5곳 중 KGM이 빠졌고, 반대로 수입차인 토요타·렉서스가 참여했다. 매년 바뀌고 있나.

그렇지는 않다. 현대차, 기아, 한국GM, 르노 등 완성차 업체들은 항상 신경을 써줬고, 그 덕에 이만큼 왔다. KGM도 쌍용차일 때는 참여했었지만, 그간 부침이 좀 있지 않은가. 그리고 토요타·렉서스는 수입차이지만 작년부터 신경을 써줬고 올해부터 스폰서로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Q. 대회 오피셜 인력 상당수가 현업에 종사하는 자원봉사자다. 졸업한 선배들이 휴가를 내고 오는 건가.

예전에는 연차를 내고 왔지만, 요즘은 회사에서 출장으로 보내주는 경우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GM처럼 회사에서 직접 신청을 받아 참가한 이들도 있다. 

대회 운영을 위해 스폰서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미래 인재를 키워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에서 관심을 갖고 현업에 있는 이들과 좀 더 깊이 있는 교류가 활발해질 때 학생들 입장에서도 훨씬 더 많은 동기부여가 되겠다.

우리도 기업들이 이제 좀 더 활발하게 학생들을 사회 일꾼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우리 학생들이 차를 만들 때 학교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개별 회비 등을 모아 부족한 것을 채운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대회 후원과 참여뿐 아니라 학생들을 직접 지원한다. 해당 산업에서 관련된 사람을 키운다는 개념으로 부품과 프로그램 등을 거의 100% 지원한다. 이번에 참가한 중국 팀만 봐도 차를 만드는 데 개인 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Q. 대학생 자작차 대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

우선 학교 입장에서 자작차 대회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다 보니, 이를 베이스로 더 다양한 교육 과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학회 차원에서 어떤 결과물에 대한 논문 발표나 이런 방법이 있다면, 기업체 입장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본인들이 필요한 것을 과제로 던질 수 있겠다. 차량의 어떤 시스템이나 항목을 평가해 창의적인 학생들에게 상을 주면 어떨까.

예를 들어, 현대차가 SDV 분야 제어로직을 활용한 팀들을 평가한 후 상을 준다면 당연히 학생들은 대거 참여할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다양한 형태로 선순환이 일어나면 좋겠다.

신승영 sy@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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